"디지털 금의 배신인가 저가 매수의 막차인가" 1억 원 턱걸이 비트코인 단말마
비트코인 가격이 18일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12만6210달러 대비 절반 수준인 6만7000달러 선으로 주저앉으면서 시장은 거대한 혼돈에 빠졌다. 이것이 대세 하락장의 시작인지 아니면 반감기 이후 찾아오는 마지막 저가 매수의 기회인지에 대한 논쟁이 월가를 넘어 여의도 증권가와 투자자들의 안방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장을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불확실성이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가 통화 긴축을 선호할 수 있다는 매파적 전망이 나오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에 달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의 거품론이 제기되며 기술주 투매가 이어지자 비트코인 역시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동반 추락하고 있다.
특히 시장 참여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기술적 지표의 붕괴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일목균형표상의 구름대 아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구름대는 가격의 지지와 저항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이 영역 하단으로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은 강력한 매도세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0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5만8000달러 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비관론의 선봉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가 섰다. 그는 이번 폭락장을 두고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했음을 증명했다고 일갈했다.
루비니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을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최근 가격 급락은 이 가짜 자산의 극심한 변동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금과의 비교를 통해 비트코인의 허상을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대로 가상자산 규제 대부분을 폐지했고 지니어스(GENIUS)법에 서명했지만 지난 1년간 지정학적 위기에서 금값이 60%나 오를 때 비트코인 가치는 연간 6% 하락했다"며 비트코인은 헤지 수단이 아니라 위험을 증폭시키는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제도권 금융사들의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불과 석 달 전 제시했던 장밋빛 전망을 철회했다. 2026년 말 목표가를 30만 달러에서 15만 달러로 반토막 내더니 이번에는 5만 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렸다. 제프리 켄드릭 SC 디지털자산 리서치 총괄은 "비트코인은 향후 몇 달 안에 추가적인 가격 투매(capitulation)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물 ETF에서의 자금 유출이 멈추지 않는 한 반등은 요원하다고 분석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역시 가상자산 기업들의 레버리지 구조를 지적하며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를 경고했다. 6만 달러 선이 붕괴될 경우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인한 연쇄 청산이 발생해 금융 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토니 리서치 또한 엑스(X)를 통해 "비트코인의 최종 항복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진정한 바닥은 9월에서 11월 사이 4만에서 5만 달러 구간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공포가 극에 달한 지금이 기회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현재의 하락이 펀더멘털의 훼손이 아닌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과 거시경제적 노이즈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 톰 리 펀드스트랫 공동 창업자는 최근 홍콩 컨센서스 2026 연설에서 "지금은 팔 생각보다 기회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의 하락 원인을 금속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서 찾았다. 1월 말 금 시장의 시가총액이 요동치며 마진콜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현금 확보 수요가 비트코인 매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톰 리는 "크립토 윈터가 이미 종료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늦어도 4월 안에는 분위기 반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는 비트코인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녀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급격한 디플레이션에도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탈중앙화 자산"이라며 기존 금융 시스템이 생산성 혁신의 압박을 받을 때 비트코인이 자산 보호의 피난처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아크인베스트는 하락장 속에서도 코인베이스 주식을 1520만 달러어치나 사들이며 언행일치를 보여줬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에서 블록체인 투자사로 변신한 비트퓨리의 발 바빌로프 회장 역시 왓츠앱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하락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저가 매수를 실행할 기회"라고 밝혔다. 초기 투자자로서 수많은 등락을 경험한 그는 현재의 공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방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1억 원이라는 가격은 한국 투자자들에게 있어 단순한 숫자가 아닌 심리적 마지노선이자 저항선이다. 빗썸과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에서는 1억 원을 회복할 때마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축소되고 해외 시세와의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도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의 섣부른 추격 매수나 공포에 질린 투매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비트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기술 산업의 미래가 복합적으로 얽힌 거시경제의 풍향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2026년의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왕관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닥터 둠의 예언대로 가짜 자산의 오명을 쓸 것인가. 4만 달러 바닥론과 4월 반등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은 트럼프 행정부의 입과 연준의 금리 결정 그리고 반감기 이후의 채굴 생태계 변화에 쏠리고 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지금 시장은 공포와 탐욕의 경계선에서 가장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