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대출 옥죄기...세입자 부담만 키울 우려도

김성모 기자 2026. 2. 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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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설 연휴 직전 ‘다주택자 대출 혜택’을 문제 삼은 가운데 금융당국이 14조원에 육박하는 임대사업자 대출을 정조준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기존엔 만기가 돌아오면 비교적 쉽게 연장되던 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해 앞으로는 만기 연장 심사 때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따져보는 등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을 제한해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이 대부분 다가구·다세대 등인 상황에서 대출을 옥죄면 임대료가 올라 서민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9일 은행권과 상호금융권 등 전 금융권의 기업여신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임대사업자 대출의 상환 방식과 만기 연장 절차를 점검한다. 설 연휴 직전 전 금융권 점검 회의를 연 데 이어 연휴 직후 다시 회의를 여는 것은 사안을 그만큼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논의의 무게추도 다주택자 전반에서 임대 사업자 대출로 점차 옮겨가는 분위기다.

앞서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양도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주었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기가 됐는데도 연장 혜택을 주는 것이 공정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대통령이 문제 삼은 ‘연장 혜택’의 핵심이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임대 사업자 대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개인 명의로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30~40년 만기의 분할 상환 구조로 만기 시점에는 잔액이 거의 남지 않아 ‘연장’이란 개념 자체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반면 임대사업자 대출은 최초 만기가 3~5년으로 짧고, 이후 1년 단위로 연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신규 대출은 이미 사실상 막혔지만, 기존 대출은 만기 연장을 통해 상당 부분 유지돼 왔다. 작년 말 기준 은행권의 부동산 임대업 대출 잔액은 약 157조원이며, 이 가운데 상가·오피스 등 상업용을 제외한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만 13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서는 임대사업자 대출이 기업대출 성격을 띠다 보니 주택담보대출보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개인 신규 주담대는 지난해 ‘6·27 대책’으로 제한됐고, 임대사업자 신규 대출도 ‘9·7 대책’ 이후 중단됐다. 그러나 이미 실행된 대출은 만기 연장 관행에 따라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관리돼 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 연장 때는 신규 대출보다 심사가 수월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논의의 핵심은 만기 연장 시 RTI를 다시 적용할지 여부다. 현재 규제지역에서는 RTI 1.5배, 비규제지역에서는 1.25배를 충족해야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 예컨대 규제 지역에서 연간 이자 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임대 소득이 최소 1500만원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 기준이 만기 연장 심사 때 적용되면 금리 상승이나 공실로 임대 소득이 줄어든 임대사업자는 연장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차주가 대출을 갚기 위해 집을 시장에 내놓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주택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나타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의 경우 2024년 기준 전체 임대 주택(매입 임대 기준) 28만4183가구 가운데 아파트는 4만5822가구로, 전체의 16.1%에 그친다. 임대 시장의 다수는 다세대·다가구 등 비(非)아파트 주택인 셈이다. 이 주택들은 실수요 매매보다는 임대 수요가 중심이어서, 일부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직결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RTI 규제 강화로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임대료 인상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을 통해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만기 연장 심사를 엄격히 하는 방안과 함께 시장 충격과 세입자 보호를 함께 고려해 제도 개선 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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