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에 묻힌 남의 묘 때문에 대출승인 거부” 그래도 함부로 파묘했다간···

한 60대 남성이 자신의 땅에 설치한 ‘도둑 묘’를 파냈다가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2단독(배구민 부장판사)은 최근 분묘 발굴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4월 25일 전후로 자신의 명의로 된 땅에 묻혀 있던 B씨의 증조할머니 묘와 C씨의 어머니 묘를 무단으로 발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와 C씨는 A씨와 아무런 친인척 관계가 없는 남이다.
A씨는 같은 해 5월 B씨가 훼손된 증조할머니의 묫자리에 또다시 가묘를 조성하자 이 마저도 파낸 혐의를 받았다.
A씨가 묘를 파낸 이유는 2기의 묘로 인해 은행의 대출승인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A씨는 2024년 1월쯤 자신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했으나, 은행으로부터 “분묘로 인해 재산적 가치가 낮아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묘가 들어선 땅은 이장을 하지 않는 이상 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워 재산가치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B·C씨 측에 여러 차례에 걸쳐 “묘를 이장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연락도 취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B씨와 C씨측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파묘를 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분묘 발굴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설령 내 땅에 묻힌 묘라도 함부로 파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받지 못했고, 특히 C씨 어머니 묘는 당초 2024년 4월까지 이장하기로 돼 있었던 만큼 범행을 저지르게 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서도 “분묘를 발굴한 수단이나 방법, 법익 균형성 등에 비춰볼 때 사회상규에 위배되고 피고인 범행이 정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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