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출발선서 주저앉았다...경영권 갈등에 2026년 통째로 흔들

2026년 새해를 맞은 kt가 안갯속에 갇혀 있다. 박윤영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가 한 해를 이끌어야 할 시점에 김영섭 현 사장과의 경영권 갈등으로 조직이 표류하면서, 2026년 전체 사업 추진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당초 1월 중순 단행될 예정이었던 kt 정기 임원 인사가 전면 무산됐다.
김 사장이 3월 말 임기 만료까지 버티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다. 업계에는 김 사장이 자신이 영입한 외부 인력 정리 문제로 박 내정자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내정자는 지난 1월초 한 매체 인터뷰에서 1월 중 인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산됐다.
kt가 경영권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경쟁사들은 이미 질주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LG유플러스는 12월에 조직개편을 끝냈다. 반면 kt는 지난해 12월 평직원 승진 발표 이후 모든 인사가 중단됐다.
본사뿐 아니라 44개 계열사(5만5000여 명)가 대기 상태다.
경영 혼란이 장기화하자 kt노동조합(위원장 김인관)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성명에서 이사회가 경영 안정보다 자신들의 사익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30만 명 가입자가 이탈하는 동안 이사회가 외유성 출장만 다녔다며 CEO 인사권까지 무력화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사회는 CEO의 조직개편과 부문장급 인사에 이사회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로인해 경영 효율성이 크게 저해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조는 새해가 시작됐지만 조직개편과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현장 혼란이 가중됐다며, 경쟁사들이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kt만 한 분기 이상 멈춰 서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9일 사외이사 대폭 교체를 결정했다.
3월 임기 만료되는 안용균·윤종수·최양희 3명 중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만 연임시키고, 김영한 숭실대 교수와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사장을 새로 추천했다. 이추위는 앞으로 사외이사 선임 방식을 기존 4명씩 교체하는 집중형에서 분산형 구조로 전환하고, 사외이사 평가제도와 투명성 강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알맹이 빠진 쇄신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CEO 권한을 묶어놓은 규정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AI 투자와 6G 개발이 2~3개월만 늦어도 경쟁사 대비 1년 뒤처지는 만큼, 1분기를 놓치면 2026년 전체 실적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 내정자는 1992년 한국통신 입사 후 3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순수 kt맨이다. 기업부문장을 지내며 B2B 사업을 키웠고, 직원들 사이에서 소통 잘하는 리더로 통한다.
업계에선 박 내정자가 3월 주총에서 정식 선임되면 조직이 재건할 것으로 내다보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면 1분기가 통째로 날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종화 기자 jhki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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