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경미화원 임금 보호하랬더니···현장선 ‘유명무실’·구청은 ‘모르쇠’

정부가 환경미화원 등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규정을 마련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가 임금 기준을 정해 놓고도 이를 업체와 노동자에게 공유하거나 점검하지 않으면서 일부 노동자들이 행정이 정한 기준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구청과 계약을 맺은 A청소대행업체에서 일하는 B씨는 최근 자신이 환경부 고시 기준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환경부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을 위한 원가 계산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은 미화원·운전원 등 청소 용역 노동자의 임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는 이 규정에 따라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미화원 1인당 최소 임금 수준을 정한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입수한 해당 업체 소속 미화원들의 급여명세서와 근로계약서를 보면, 실제 지급액은 지자체가 계약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B씨는 지난해 기본급 약 170만원에 야간·추가근로 수당 등을 포함해 월 537만원가량을 받았다. 반면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강남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강남구청은 이 업체와 미화원 1인당 최소 566만원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상 책정된 기본급은 약 303만원으로, 실제 지급된 기본급의 약 두 배다.

급여명세서를 보면 A업체는 고시를 반영한 설계액이 아니라 자체 기준에 따라 임금을 지급했고, 주휴수당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업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사 내규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며 구청이 계약 당시 작성한 ‘1인당 노무비 산출표’에 대해선 “별도로 보관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노동자들 역시 임금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관련 서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금 보호를 위해 마련된 체계가 현장에서는 공유되지도 관리되지도 않은 셈이다.
강남구청은 “1인당 노무비 산출표를 업체에 별도로 제공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계약 당시 정한 기준 금액과 실제 지급액 사이의 차에 대해서는 “개인별 연차 사용에 따라 일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연차수당을 월급에 포함하지 않고 연말에 별도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은 임금 차에 대한 명확한 설명 대신 “문제가 있다면 노동자가 쟁의를 통해 해결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노동자의 실제 임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 예규를 보면 청소용역 등에서는 임금 중간착취를 막기 위해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를 시행하게 돼 있다. 인건비 전용 계좌를 통해 지자체가 실제 지급 내역을 확인하는 장치다. 강남구청 역시 A업체의 인건비 집행 자료와 입출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돼 있으며 지자체가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 규정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인 미화원들의 임금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제도의 취지가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감독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위성곤 의원은 “강남구청이 임금 지급 실태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관리·감독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며 “감사와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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