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카드 케빈 워시, 금리 내리고 돈은 거두는 ‘기묘한 공존’ 이끌까 [머니인사이트]

1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전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을 발표했다. 바로 반년 넘게 끌어온 차기 중앙은행(이하 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한다는 내용이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지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자 트럼프 1기 때부터 비난의 대상이었다. 트럼프 2기 들어서도 트럼프는 파월에 대해 ‘Mr. Too late(너무 늦다)’, ‘a major loser(중대 실패자)’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으며 최근에는 Fed 건물의 보수 비용이 남용됐다며 파월을 고소했다.
파월의 임기가 오는 5월 15일 마무리되는 만큼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을 대신해 Fed를 이끌 사람을 누구로 지명할지 주목했다. 워시는 먼저 Fed 이사로 복귀한 뒤 파월의 자리를 이어받아 의장으로 Fed에서 일하게 될 예정이다.
워시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1970년생으로 스탠퍼드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2002~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수석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35세의 나이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Fed 이사로 지명하면서 역대 최연소 Fed 이사가 됐다.
2006년 2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약 5년간 Fed 이사를 지내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 및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통화정책을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Fed에 대해 꾸준히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최근 파월 의장을 고소하면서 공화당 내 반발이 있었는데 Fed를 경험한 워시를 지명하면서 Fed의 독립성 우려와 함께 무난한 상원 인준 통과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판단한다. Fed 의장이 되기 위해서는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워시는 매파적(금리인하에 대해 보수적)인 스타일로 물가상승을 매우 경계하는 인물이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실업률이 10% 가까이 치솟았을 때도 “이제 정부와 Fed가 경제를 너무 과잉보호하지 말고 천천히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주장한 2차 양적완화(QE)를 찬성했지만 워시는 “버냉키 의장을 존경해서”라고 언급했으며 “물가가 오를까 걱정된다”고 언급하면서 실질적으로 2차 양적완화를 반대했다고 발언했다. Fed의 독립성 측면에서 워시가 안정적인 선택이었지만 그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케빈 해싯(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보다는 금리인하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다는 우려로 워시가 지명된 이후 금과 은 등 귀금속 가격은 급락했으며 주식시장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워시노믹스의 핵심, 기준금리는 ‘인하’, 유동성은 ‘회수’
금융시장이 워시의 등장에 긴장하면서 기대하는 이유는 그의 다소 독특한 생각 때문이다. 보통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 돈을 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워시는 ‘기준금리 인하 & 대차대조표 축소’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통화정책의 완화이지만 대차대조표 축소는 곧 양적긴축, 즉 통화정책 긴축이라는 점에서 두 정책을 선호하는 것은 상충된다.
다만 워시는 금리인하와 더불어 대차대조표 축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워시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워시가 생각하는 현재 미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워시는 현재 미국의 금융시장은 자금이 풍부하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워시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과 가계가 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도와 실물경제(공장, 상점, 일자리 등)를 살리면서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해 Fed가 과거에 풀었던 엄청난 돈을 다시 거둬들여 금융시장(주식, 채권 등)은 유동성을 흡수하자는 생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면서 2차 양적완화를 반대했다는 점, 미국의 물가가 2% 중반으로 여전히 목표치(2%)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워시가 언급한 것과 다르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수 있다.

워시가 생각하는 물가상승 압력의 원인도 알아야 한다. 워시는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지출을 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2010년에 2차 양적완화를 반대한 이유는 물가상승이지만 재정지출에 대한 우려가 포함되어 있다. 즉 2차 양적완화를 통해 미 국채 금리가 낮아지면 정부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이 감소하니 재정을 방만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확장적인 재정지출로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난다는 논리이다.
반대로 Fed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 미 국채금리가 쉽게 하락하지 못하면서 정부는 건전한 재정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물가가 낮아지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물가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처럼 임금이 상승하면 무조건 물가가 높아진다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트럼프가 좋아하는 관세정책도 “물가를 크게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AI 같은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올라가면 물가는 자연스럽게 내려간다”는 입장이다.
워시가 언급한 것과 같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2년 등 단기물 금리는 하락하겠지만 대차대조표 축소로 10년 등 장기물 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단, 대차대조표 축소를 빠르게 실행하기는 어렵다. 2010년 워시가 2차 양적완화를 반대했을 당시와 현재의 금융기관들이 적용받고 있는 규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금융기관들은 여러 규제를 적용받고 있으며 그 규제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논의 및 실행됐다. 규제의 핵심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어라’이다. Fed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미국 금융기관에 적용하고 있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관건은 금융 규제완화, ‘긴축의 시간’은 걸릴 것
워시는 Fed가 은행 감독 업무를 너무 많이 해서 정치 논란에 휘말린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미국 상황에 맞는 금융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금융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금융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미국 은행들은 갖고 있어야 하는 유동성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 등 신용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높아지며 실물경제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워시가 언급한 것과 같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단행할 수 있지만 금융 규제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금융규제가 생길 때 몇 년에 걸쳐 논의가 됐고 점진적으로 실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규제 완화까지는 상당 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당분간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로 장기물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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