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이 그림부터 ‘창백한 푸른 점’까지…인류가 우주에 눈뜬 순간들
인식의 지평 확장해준 스케치·사진

백문이 불여일견.
인간은 주로 시각 정보에 기반해 행동하고 판단하는 시각 중심적 동물이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80% 이상은 눈을 통해 들어온다고 한다. 어떤 현상이 의심스러울 때 우리는 다른 감각기관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천문학 역사에서 우리 눈의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진이다. 고성능 망원경에 포착된 우주의 모습은 기존의 우주관을 흔들고 우주와 세상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줬다. 사진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는 관측자가 직접 그린 스케치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400년 전 갈릴레이의 목성 스케치가 준 충격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목성)를 도는 위성이 있다는 건 지구 중심의 우주관을 무너뜨리는 충격이었다. 목성에서 가장 큰 위성군인 이들은 오늘날 ‘갈릴레이 위성’이라고도 불린다.

200년 전, 우주의 소용돌이를 목격하다
아일랜드의 천문학자 윌리엄 파슨스는 1845년 자신이 제작한 지름 1.8m 크기의 망원경으로 심우주에서 나선 구조를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를 자신의 스케치북에 그림으로 남겼다. 그는 이를 은하가 아니라 별을 만드는 과정에 있는 성운이라고 생각했다. 당시는 우리은하 외에 다른 은하의 존재를 몰랐던 때였다. 일부 천문학자들이 ‘섬 우주’라는 독립된 은하의 존재 가능성을 주장하기는 했으나 소수 의견일 뿐이었다.
우리와 다른 나선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80년이 지난 1923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관측을 통해서야 밝혀졌다. 파슨스가 성운이라고 생각한 그 은하는 지구에서 3100만광년 거리에 있는 M51은하, 일명 ‘소용돌이 은하’였다.

250만광년 안드로메다 은하가 사진 속으로
그러나 이 사진을 찍을 당시에도 안드로메다 은하를 우리은하 안에서 새로운 별을 만들고 있는 성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선 구조가 은하에 널리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알려줬다.

로켓 카메라가 확인해준 ‘둥근 지구’
16세기 마젤란 탐험대는 배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면서 지구가 둥글다는 걸 몸으로 체험했다. 하지만 인류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20세기 들어서였다. 1930년대부터 간간히 열기구를 타고 성층권 부근까지 올라가 지구 곡면의 일부를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 건 1946년 10월24일 로켓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었다.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샌즈 미사일기지의 과학자들은 2차대전 전리품인 독일제 V-2 탄도미사일 꼭대기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쏘아올린 뒤, 우주 경계선(카르만 라인)인 고도 105km 지점에서 지구를 촬영했다. 이후 지구로 추락한 미사일에서 건져낸 필름은 우리에게 우주에서 본 지구의 첫 모습을 선사했다. 6개월 후 발사한 두번째 미사일은 160㎞ 고도까지 올라가 지구의 곡면을 더욱 확실하게 사진에 담았다.

암흑 우주에 숨어 있는 3천개의 은하
1995년에 처음 촬영된 그 사진을 ‘허블 딥필드’라고 부른다. 이 사진은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의 대담한 결정 때문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재량권을 이용해, 아무것도 없는 우주의 빈 공간 한 곳에 허블우주망원경 카메라를 장시간 노출시켰다.
망원경이 12월18일부터 10일에 걸쳐 총 144회 지구를 공전하는 동안 약 100시간에 걸쳐 셔터를 열어두면서 총 4개 파장으로 찍은 사진 342장을 합성한 결과, 암흑 공간에서 희미한 빛들이 무수하게 나타났다. 전체 밤하늘 면적의 28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아주 좁은 공간을 담은 이 사진 속에는 3천개 이상의 은하들이 담겨 있었다. 이 사진은 우리가 관측 가능한 은하가 그냥 많은 정도를 넘어 수조개에 이를 것이라는 우주관으로 이어졌다.

허블이 찾아낸 별들의 요람 ‘창조의 기둥’
지구에서 6500~7000광년 떨어진 독수리 성운(M16) 내부에 위치해 있는 창조의 기둥은 성간 가스와 먼지가 밀집된 거대한 구름 덩어리다. 가장 왼쪽 기둥은 길이가 4광년에 이른다. 이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메 센타우리까지의 거리(4.24광년)와 맞먹는 엄청난 크기다.
이후 다른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창조의 기둥’ 바깥쪽은 어린 별들이 내뿜는 복사열을 받아 매우 느린 속도로 증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 먼지를 뚫고 찾아낸 원반형 고리
다른 항성계도 태양계와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을까? 과학자들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를 확인해주는 관측 사진이 없었다. 2022년부터 관측 활동을 시작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과학자들은 제임스웹망원경으로 지구에서 25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젊은별 포말하우트 주변에서 3개의 고리가 중첩돼 있는 소행성대를 발견했다. 역대 우주망원경 가운데 우주 먼지 투과력이 가장 좋은 중적외선기기(MIRI)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측 결과 포말하우트 별을 둘러싸고 있는 소행성대 고리는 3개나 됐다. 질량이 태양의 약 2배로 추정되는 포말하우트는 남반구 하늘의 남쪽물고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맨눈으로도 관측 가능하다. 현재 나이는 4억4천만년이며 예상 수명은 10억년이다.

지구돋이, 경외감과 겸손함을 함께
크리스마스 하루 전인 1968년 12월24일, 달 궤도를 비행하던 아폴로 8호 우주선에서 찍은 ‘지구돋이’(Earthrise)는 조망 효과의 상징과도 같은 사진이다. 달 지평선 위에서 빛나는 푸른 지구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지구의 아름다움과 함께 지구가 우주의 일원임을 깨닫게 해줬다. 1970년 환경운동가들이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지구의 날’을 제정하는 데 큰 영감을 준 이 사진은 인류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우주 사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유명 잡지 라이프는 ‘세상을 바꾼 100대 사진’을 선정하면서 이 사진을 맨 앞에 놓았다.
이 장면을 촬영한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는 “우리는 달을 탐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동료 우주비행사 프랭크 보먼은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여러분이 마침내 달에 올라가 지구를 돌아다 본다면, 모든 차이와 민족주의적 특성은 거의 사라지고, 아마도 이 세상은 정말 하나이며, 우리는 왜 품격있는 사람들처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60억㎞에서 뒤돌아 본 ‘창백한 푸른 점’
당시 보이저 1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을 설득해 보이저 1호의 방향을 지구로 돌려 찍은 사진이다. 그는 그 먼 거리에서 지구를 촬영한 이유에 대해,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보이저 1호가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 사실 행운이었다. 이 거리에서 지구의 크기는 보이저 카메라의 화소 한 개보다도 작다. 따라서 카메라에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다. 그런데 카메라에 부딪혀 산란된 햇빛 광선 가운데 하나가 우연하게도 지구와 극적으로 교차했다. 게다가 보이저 1호에서 본 지구는 해의 강렬한 섬광에서 불과 몇 도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있었다. 이때가 1990년 2월14일 오전 4시48분(세계표준시 기준, 한국시각 오후 1시48분)이었다.

생명줄도 없이 암흑 우주에 나홀로
생명줄도 없이 암흑 우주 공간에 홀로 떠 있는 우주비행사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와 우주의 관계를 보여주는 듯했다. 이전까지는 밧줄에 몸을 묵은 채 우주유영을 했으나 등에 멜 수 있는 기동장치가 개발되면서 이 사진이 탄생할 수 있었다. 맥캔들리스는 이날 우주왕복선에서 약 100m 떨어진 곳까지 우주 유영을 했다. 사진 속의 지구는 바로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74km 아래에 있다.
그는 아내와 관제사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했던 말을 패러디해 이런 말을 남겼다. “닐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었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엄청나게 큰 도약이었습니다.”

우주에 남긴 인간의 첫 발자국
발자국의 주인공은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이다. 올드린은 사령관인 닐 암스트롱에 이어 두번째로 달 표면에 내린 뒤 자신의 발자국을 직접 촬영했다.
이 사진은 단순히 기념용이 아니다. 달 표면 토양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압력을 가했을 때 토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의 역학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기록으로 남긴 사진이다. 달에는 공기가 없어 바람이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 따라서 운석 따위가 떨어지는 등의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자국은 지워지지 않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 지역에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도 발자국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발자국은 오랜 세월 상상과 신화의 영역에 있던 우주가 이제 현실의 영역으로 넘어왔음을 상징한다.
우주를 관측하고 탐사하는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확인하게 되는 우주의 새로운 모습은 우주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과 인식에 또 어떤 영향을 줄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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