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르신에게 내려진 '전발치' 진단… 예정된 해외 이주 일정은 어쩌죠?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오늘은 노령 고양이의 전발치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되신 집사님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고양이에게 구강 질환은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라 할 정도로 흔할뿐더러, 고양이 치아흡수성병변(Feline Odontoclastic Resorptive Lesion · FORL)은 치아가 녹아내리며 신경을 자극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안타깝게도 FORL은 진행성이라, 결국 통증의 원인이 되는 치아를 뽑아야 할 때가 많고, 때로는 남아있는 치아 전체를 뽑아야 하는 전발치를 필요하기도 하죠.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4070216000001282)
사연을 보내주신 집사님께서는 이미 6세와 11세 때 발치 경험이 있으셔서, FORL의 성격과 치료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①고령에 이른 고양이 나이와 ②해외 이주라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더 깊은 고민에 빠지신 것 같습니다.
고령의 나이, 마취가 고민되겠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통계적으로 12세 이상의 고양이는 젊은 고양이에 비해 마취 관련 합병증이나 사망 위험이 2배 정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질병이 없는 경우라도 노령의 고양이는 젊은 고양이에 비해 생리적 예비력(Physiologic reserve)이 상당히 떨어져 있을 수 있는데요. 생리적 예비력이란 신체 내 장기들이 평소보다 더 힘든 신체적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는 일종의 '여유분'을 말합니다.
젊은 고양이들은 예비력이 넉넉해 마취나 수술 시의 신체적 스트레스가 큰 신체 손상을 유발하지 않지만, 노묘의 경우 젊은 고양이에겐 문제가 되지 않을 작은 손상으로도 잠재되어 있던 질환이 실제로 발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취 중 일시적으로 발생한 혈압 저하로도 노령묘는 신부전 심화와 같은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 또한 임상에서 초고령 고양이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심도 높은 마취를 동반하는 외과 처치보다 비침습적 처치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몇 살부터를 초고령 고양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세계고양이수의사회(International Society of Feline Medicine · ISFM)에서 제공하는 고양이 생애 주기표에 따르면 11~14세 고양이를 '노령'(Senior), 15세 이상을 '초고령'(Super senior) 고양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연자님의 고양이는 노령을 지나 초고령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고, 사람으로 치면 70대 초중반에 해당하는 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14살 고양이의 수술은 무조건 포기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니오'입니다. 나이가 위험 요소인 것은 많지만, 단순 나이만으로는 수술 가능 여부를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몇 살이냐'가 아니라 '현재 몸 상태가 어떤가'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소 데이터 베이스'(Minimum Database)라고 일컫는 마취 전 스크리닝 검사를 잘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노령묘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보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잠재되어 있는 질환을 확인하기 위한 좀 더 넓은 선별검사가 요구됩니다.

여기에는 혈액학 및 광범위한 혈청화학 검사, 신장 조기인자(SDMA) 및 요검사, 전해질, 갑상선 호르몬(T4), 심장수치(ProBNP), 혈압, 흉부 방사선을 포함하는 심장 검사, 복부 초음파 등을 통해 기저의 질환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보호자님만이 아시는 아이의 평소 활력, 식욕 같은 주관적 정보와 근육량과 같은 신체 검사 정보까지 더해서 고양이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마취과학회(ASA)가 제시하는 신체 등급(Physical status)을 매길 수 있습니다. 노령 고양이라도 좋은 등급을 가지고 있다면 마취의 예상 안전도가 높을 뿐 아니라 예상되는 수명이 길기 때문에 마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큽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마취를 시행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14살이라도 관리가 잘 되어 기저질환이 없다면(ASA 2등급), 관리가 잘 되지 않은 8살 고양이(ASA 3~4등급)보다 오히려 마취가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하필 이럴 때 해외 이주라니... 치료 미룰까?"
고양이 잇몸 상태를 악화시킬 3개의 시나리오

만약 반려묘가 마취를 견딜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됐다면, 치료를 받는 편이 유리할 겁니다. 우리의 두 번째 고려 사항이 해외 이주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도 치료를 미루는 건 좀 위험해 보여요. 아래 세 가지 상황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기압성 치통'의 위험입니다. 사람도 충치가 있을 때 비행기를 타게 되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손상 치아 내의 미세한 공간에 갇혀 있던 가스가 외부 기압 변화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하면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정상 치아 내에는 기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유발되지 않습니다. 사연자님의 고양이의 경우 치아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면, 가뜩이나 두려운 비행기 여행이 치통으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때의 스트레스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건강한 고양이도 이럴 땐 스트레스로 식욕이 떨어질 수 있는데요. 치아가 아픈 상황이 병행되는 경우 더욱 심한 스트레스와 식욕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고양이 지방간증과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치통이라는 위험 요인을 컨트롤한 이후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홍콩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고양이가 치통 혹은 식욕저하 등의 증상을 보일 때 기존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익숙한 주치의가 없는 상황 역시 리스크입니다. 낯선 타국에서 증상이 악화되어 급하게 발치와 같은 치료를 받는 것보다는 치료를 마친 이후 안정한 상태에서 이동을 하는 편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구강 내 점막은 생각보다 회복이 빠릅니다. 보통 수술 후 2주 정도면 잇몸이 아물어 건사료를 먹는 데 지장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비행과 해외 이주라는 큰 스트레스를 고려한다면 최소 4주에서 2달 정도의 충분한 회복 기간을 두고 출국하시는 것이 추천되고, 이전에 고양이가 발치 후 회복했던 기간 등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 이주를 앞두고 사연자님의 걱정이 크신데요. 이전에도 고양이가 치과 치료를 무사히 잘 받고 회복한 경험이 있다는 점은 희망적인 부분입니다. 마취 전 평가를 세밀하게 잘 받으시고 담당 수의사와 충분히 상의하셔서 좋은 결정을 내리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수술을 하는 경우라면 좋지 않은 치아부터 순차적으로 발치하면서 마취 상황을 관찰하고, 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또한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조언이 결정을 내리시는 데 도움이 되어 고양이가 홍콩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김효진 24시 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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