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케데헌' 바비와 레고를 만드는 진짜 이유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2. 18. 06:11

조만간 전 세계 아이들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바비인형과 레고 블록을 손에 쥐고 노는 풍경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기업 마텔, 레고 그룹과 손잡고 '케데헌' 세계관을 완구로 확장하는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케데헌'이 평면의 스크린을 넘어 실물 콘텐츠로까지 영향력을 넓히며 장기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6월20일 공개된 '케데헌'은 퇴마사이자 K팝 걸그룹인 헌트릭스가 악령이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스를 물리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공개 이후 넷플릭스 콘텐츠 중 처음으로 누적 시청수 3억회를 돌파하며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작품은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극 중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Golden)'은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차지했다.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은 K컬처와 K팝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케데헌'은 단일 흥행작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미의 K팝 전문 매체 올케이팝은 '케데헌'의 IP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하며 "후속편, 공연, 머천다이징(MD) 등으로 무한 확장이 가능한 초대형 프랜차이즈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013)이 전 세계에서 약 12억8천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장기 IP로 자리 잡은 것처럼, '케데헌' 역시 지속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본격적인 IP 사업 확장에 나섰다. 우선 올여름부터 바비인형 제조사 마텔에서 '케데헌'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바비인형 시리즈가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마텔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장난감박람회에서 헌트릭스 멤버 루미, 조이, 미라 인형 2종('Golden' 공연, How It's Done' 공연)과 남자 주인공 진우 피규어를 공개했다. 캐릭터들의 의상과 표정, 개성을 세밀하게 구현한 제품들은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바비인형은 1959년 출시된 이래 전 세계에서 약 10억개 이상 판매된 대표적인 완구 브랜드지만, 이 가운데 한국계 캐릭터를 공식적으로 반영한 바비 시리즈는 극히 드물다. 1987년 '세계의 바비(Dolls of the World)' 컬렉션의 한국 한복 인형과 2004년 출시된 한국 궁중 공주 콘셉트 제품이 사실상 전부다. 이 외에 공식 바비 라인은 아니지만, 마텔이 하이브와 협업해 제작한 방탄소년단(BTS) 피규어 시리즈가 출시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케데헌' 캐릭터의 바비 라인업 출시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슷한 시기 '케데헌'은 또 다른 대표적 글로벌 완구 브랜드인 레고 블록으로도 구현된다. 첫 레고 세트는 올여름 출시될 예정이며, 내년에는 후속 제품도 공개될 계획이다.

그렇다면 왜 넷플릭스는 IP 확장 전략의 수단으로 완구를 선택했을까. 이는 팬덤 마케팅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콘텐츠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유하고 일상 속에서 체험하려는 팬덤 소비 성향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닉 카라마노스 마텔 액션 피규어·엔터테인먼트 파트너십 부문 수석부사장은 "'케데헌'은 전 세계적으로 열성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팬덤에 힘입은 진정한 글로벌 현상"이라며 신규 라인업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행보는 넷플릭스만의 전략은 아니다. 포켓몬 컴퍼니는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해 인형과 완구, 게임,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고, 월트디즈니 역시 미키마우스, 신데렐라 등 핵심 IP를 중심으로 대규모 라이선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걸그룹 에스파-티니핑 MD(인형, 피규어, 생활용품), 블랙핑크 지수-헬로키티 협업 프로젝트(인형, 키링) 등 휴먼 IP를 활용한 MD 사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IP를 직접 소유하고 경험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팬덤 중심 IP 비즈니스로 해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산업은 캐릭터 IP를 중심으로 가장 활발한 사업 확장이 이뤄지는 분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애니메이션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IP를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획력과 실행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결국 팔릴 수 있는 IP가 가치 있는 IP"라고 강조했다.
'케데헌' 완구 출시는 단순한 부가 상품이 아니라, 넷플릭스가 콘텐츠 기업에서 IP 비즈니스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케데헌'이 바비인형과 레고 블록을 시작으로 얼마나 지속적인 IP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지, 그리고 이 시도가 넷플릭스의 차세대 성공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