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Lab] 금메달에 10억원? 0원?…한국 '월 100만원 연금' 최선인가
물가 올라도 보상 20년 넘게 동결…'과거 보상' 넘어 '미래 투자'로 전환할 때
[편집자주] [시대Lab]은 '동행미디어 시대' 제도혁신연구소가 선보이는 인사이트 섹션입니다. 단순한 뉴스 전달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변화의 맥락을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깊이 있는 분석과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제안합니다.

2026 동계올림픽 시상대 위, 선수들이 목에 건 금메달의 물리적 무게는 똑같이 500g 남짓이다. 하지만 그 메달이 지닌 '경제적 무게'는 국적에 따라 천양지차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보장하는 '10억 원의 현금 보상'이 되지만, 바로 옆에 선 다른 국적의 선수에게는 그저 명예로운 기념품일 뿐이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 대한민국 선수들은 20년 넘게 묶여버린 연금 제도 앞에서 "이게 최선인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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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포상금'을 쏟아붓는 곳은 주로 아시아권이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은 금메달리스트에게 약 8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엘리트 체육 저변이 좁은 이들 국가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국가적 경사(慶事)이자, 가문의 영광을 넘어선 '인생 역전'의 기회다.
반면 스포츠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과 영미권의 스타일은 다르다. 영국과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메달 포상금이 '0원'이다. "국민 세금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이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들에게 보상은 국가가 주는 현금이 아니라, 기업 스폰서 계약과 CF 촬영 등 철저히 시장이 결정하는 선수의 '상업적 가치' 그 자체다.
이런 '무보수 명예'의 원칙은 동계 올림픽 최강국에서 더 확고하다. 인구 500만 명의 노르웨이는 매 대회마다 메달 순위 1위를 다투지만, 포상금은 없다. 어릴 때부터 눈 위에서 구르며 자란 이들에게 스키는 생활이자 문화일 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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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자본주의의 상징' 미국은 2026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억만장자 금융가 로스 스티븐스의 기부가 그 시작이다.
그는 미국 올림픽 대표팀을 위해 1억 달러를 기부했다. 미국 올림픽 위원회는 이 기금으로 '스티븐스 상(Stevens Awards)'이라는 제도를 신설했다. 적어도 2032년까지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은(패럴림픽 포함) 20만 달러(약 3억 원) 이상에 달하는 노후자금을 지급받는다.
'당장 주는 돈'이 아니라 많은 인원에게 지급이 가능하다. 선수별로 배정된 금액의 절반은 20년 뒤에, 나머지는 사망시 유족에게 지급한다. 첫 지급이 20년 뒤라 그때까지 기금 운용을 통해 원금이 커질 수 있다. 선수들이 받는 돈은 스티븐스의 기부금에서 나온 '운용수익 배당금'이다. 노벨상 상금과 같은 원리다.
"반짝 스타에게 용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영웅의 은퇴 후 삶을 지켜주겠다." 억만장자의 이 아이디어는 단순 포상을 넘어선 선진국형 '금융 복지' 모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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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국제 대회 메달리스트는 메달 점수로 환산해 연금을 받거나 일시불 수령을 한다. '경기력향상연구연금' 제도 덕분이다.
이 제도의 뿌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택수 대한체육회장은 "메달리스트를 이사관(고위 공무원) 수준으로 예우하자"는 파격적인 안을 내놓았다.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탄 것은 1년 뒤인 1972년 뮌헨 올림픽 때문이었다. 당시 북한의 사격 선수 리호준이 금메달을 획득하고 "원수의 가슴을 향해 쏘는 심정으로 쐈다"고 인터뷰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까지 한국은 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다.
체제 경쟁 승리를 위해 1975년 연금 제도가 정식 도입됐다. 당시 금메달 연금(월 10만 원)은 쌀 10가마니 가격과 맞먹는, 말 그대로 '평생을 책임지는' 금액이었다.

문제는 이 제도의 시계가 2000년에 멈춰버렸다는 점이다. 금메달 연금 상한액(월 100만 원)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정해진 이후 26년째 동결 상태다.
연금 대신 선택 가능한 일시금(6720만 원) 역시 2006년 이후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다. MZ세대 선수들 사이에서는 "과거와 달리 자산으로서의 실질 가치가 너무 떨어졌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이런 현실은 역대 메달리스트들의 보상 규모를 비교해 보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오랫동안 체육 연금의 상징은 '사격 황제' 진종오와 '쇼트트랙 여제' 전이경이었다. 이들은 일찌감치 평가 점수(연금 점수) 상한을 채워 매달 연금을 받는 것은 물론, 규정에 따라 상당한 액수의 일시금까지 수령했다.
이들의 아성을 무너뜨린 건 2024 파리 올림픽 3관왕 김우진(양궁)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김우진을 부러워하는 진짜 이유는 그가 쌓아 올린 메달 점수가 아니다. 바로 후원사인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받은 8억 원의 포상금이다.
아무리 메달 포인트를 많이 쌓아도, 기업 회장님이 주는 '한 방(보너스)'을 따라갈 수 없는 셈이다. 이는 "국위 선양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1970년대식 대전제는 이미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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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11년 '스포츠기본법' 제정과 2015년 스포츠청 신설을 기점으로 국가 주도의 엘리트 체육 육성을 오히려 강화했다. "스포츠는 국가 전략"이라고 천명하며 관련 예산을 2013년 30억 엔 수준에서 2020년대 100억 엔(약 900억원) 규모로 3배 이상 늘렸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의 예산 규모다. 한국의 전문체육 예산은 약 4000억 원(2022년 기준)으로, 늘어났다는 일본 예산의 4배가 넘는다. 국가 대표 선수촌을 운영하는 대한체육회 예산(2024년 기준 1400억원대)만 따로 놓고 봐도 한국은 일본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효율'이다. 일본은 예산을 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 같은 최첨단 인프라와 데이터 기반 훈련, 그리고 은퇴 후를 책임지는 '듀얼 커리어(Dual Career)' 정책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반면, 한국은 일본보다 4배 많은 돈을 쓰고도 "지원은 줄고 성적은 떨어진다"는 현장의 비명과 마주하고 있다.
50년 전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헝그리 정신 보상금'으로는 2026년의 선수들을 만족시킬 수도, 메달 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없다. 메달리스트 연금 예산은 연간 약 124억 원으로, 전체 전문체육 예산의 단 3%에 불과하다. '97%의 비효율'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태극마크의 자부심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이무영 제도혁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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