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캄보디아·베트남 지뢰 지대 누빈 그… “韓도 지뢰 오염, 제거 전략 필요”

권오은 기자 2026. 2.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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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성 한국지뢰대응기술협회 사무국장
“기존 방식 비합리적… ‘허용 가능한 위험’으로 전환“
지뢰대응활동법 시행 1년… “인력·관심 부족”

“대한민국도 심각한 지뢰 오염 국가다.”

정태성 사단법인 한국지뢰대응기술협회 사무국장은 “비무장지대(DMZ)나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뿐만 아니라 후방 방공기지 주변의 지뢰로 국토의 정상적 활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뢰 문제는 접경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960~80년대 북한의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전국 방공기지 40곳에 약 6만개의 M14 대인지뢰를 매설했다.

이후 폭우 등으로 지뢰가 유실되면서 위치가 불분명해졌고, 1998년부터 제거 작업이 이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방공기지 30여곳 주변엔 발견되지 않은 지뢰가 남아 있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부산 해운대구 장산 일대가 대표적이다.

정태성 지뢰대응기술협회 사무국장이 지난해 1월 캄보디아 바탐방에서 지뢰 제거 장비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본인 제공

문제는 군이 적게는 2번 많게는 7번 지뢰 제거 작전을 진행,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고도 매설 기록과 발견한 지뢰의 수량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공기지 주변을 모두 ‘지뢰 위험 구역’으로 묶고 있다는 점이다. 정 사무국장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군이 ‘토지 해제(Land release)’를 선언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선 각국 상황에 맞는 ‘국가 지뢰 대응 활동 표준(NMAS)’과 ‘표준운용절차(SOP)’를 수립해 제거 작전 후 토지 해제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도 지뢰대응활동법이 2024년 국회 문턱을 넘고 지난해 2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지뢰 대응을 위한 기준을 수립하는 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는 게 정 사무국장의 평가다.

정 사무국장은 육군 공병 대령 예비역(육사 46기)으로 군 생활 중 10년 넘게 지뢰 제거 작전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2023년 9월 예편 후 콩고민주공화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서 지뢰와 불발탄 제거를 돕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사업에 참여했다. 2024년 8월 한국지뢰대응기술협회 출범 때부터 함께하고 있다. 정 사무국장을 지난 12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태성 지뢰대응기술협회 사무국장이 지난 12일 지뢰 대응 국가 표준(NMAS)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우면산 네 차례 지뢰 제거… 1000개 중 12개 못 찾아

─지뢰를 탐지하기가 어려운가.

“대전차 지뢰처럼 금속 재질은 땅속 깊이 묻혀 있어도 찾기가 어렵지 않다. 재질의 M14 대인지뢰는 상대적으로 탐지가 쉽지 않다. 또 지뢰 매설 지도 등이 있더라도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표면 가까이 묻었던 지뢰가 산사태로 땅속 깊이 들어가거나, 호우에 쓸려 이동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유실된 지뢰를 모두 찾기 어렵다는 뜻인가.

“서울 우면산 방공기지 일대에선 1999년, 2000년, 2012년, 2020년에 지뢰 제거 작전을 했다. 기록 보고서에는 지뢰 1000개를 매설한 것으로 나오는데 12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리분석을 토대로 경계 울타리 바깥의 계곡과 유실 예상 지역까지 탐지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사실상 안전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지뢰를 다 찾아낼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해서 탐지하는 것은 경제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만일의 사고를 우려해 신중한 것 아닌가.

“전 세계 지뢰 제거 단체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국제 지뢰 대응 활동 기준(IMAS)에는 ‘모든 합리적 노력(All Reasonable Effort)’과 ‘허용 가능한 위험(Tolerable Risk)’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모든 합리적 노력은 특정 지역의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추가 자원을 투입할 때 기대되는 결과가 비합리적이면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허용 가능한 위험은 사회적 합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가 난다고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지 않는다. 안전한 상태라고 확인되면 토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두 지뢰 제거를 위해 자원을 무한하게 투입하지 않고 토지 해제(Land Release)를 통해 지역민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의 기존 지뢰 대응 방향은 이와 거리가 있다.”

정태성 지뢰대응기술협회 사무국장이 지난해 1월 캄보디아 바탐방에서 지뢰 제거 절차를 확인하고 있다. /본인 제공

◇“캄보디아, 지뢰 제거에선 앞서… 민관 8개 팀 활동”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지뢰 제거 후 해당 토지를 사용하려는 목적별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탐지할지 등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대인지뢰가 매설됐던 곳을 산책로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대인지뢰는 깊이 15㎝ 정도만 탐지해도 문제가 없다. 더 깊이 묻혀 있다면 완전 군장을 하고 지나가도 반응하지 않는다.

기준이 없고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다 보니 탐지만 반복하고 있다.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에선 세 차례 지뢰 제거 작전을 했지만 찾지 못한 지뢰가 3발 남았다. 강원 강릉시 대전동도 네 차례 지뢰 탐지를 했지만, 6발을 찾지 못했다. 국제 기준으로 보면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국가 지뢰 대응 활동 표준 등이 없다 보니 미종결 상태로 군이 계속 관리하고 있다. 정부가 기준을 정립하고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열어 공감대를 넓혀 가야 한다.”

─지뢰대응활동법 시행이 그 출발선일 수 있겠다.

“법 시행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후속 조치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관심이 부족한 탓이라고 본다. 군사작전에 쓸모가 없는 지뢰 지대는 제거하는 것이 맞는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미확인 지뢰지대별로 군사적 필요성도 검토해야 하고, 국가 지뢰 대응 활동 표준을 비롯해 실무 지침도 만들어 공포해야 한다. 국방부가 지난해 지뢰대응활동팀을 구성했지만, 5명뿐이다. 업무 범위나 무게에 비해 적은 인원이다.”

─1년 넘게 지뢰제거 기술자문관으로 갔던 캄보디아는 어떤가.

“지뢰 제거 분야만큼은 캄보디아가 한국보다 앞선다. 캄보디아는 지뢰행동·피해자지원청을 설립해 지뢰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또 비정부기구(NGO)도 지뢰 제거 작업에 함께하고 있다. 군과 민간단체 등 8개 단체가 캄보디아에서 지뢰 제거 활동 중이다.

지뢰대응활동법으로 우리도 민간 전문 기관이 지뢰 제거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전문성이나 갈수록 줄어드는 병력 자원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민간이 할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한 군인이 폭발물과 지뢰를 탐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국지뢰대응기술협회 출범 취지는 무엇인가.

“미래 세대가 지뢰 등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데 뜻을 탐지·제거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국제 개발 협력 사업에도 참여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 기업 중 지뢰 탐지 기술은 뛰어난 데 레퍼런스(실적)를 많이 쌓지 못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민간 참여가 활발해지면 수출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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