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장애인 가족 중 '비장애 형제자매'로 산다는 것

김다희 PD 2026. 2. 1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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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아보피치로 활동하고 있는 오정현씨(27)는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오지현씨(24)의 언니다. 정현씨의 집에서는 부모님이 외출하는 날이면 “그날 집에 있느냐”는 확인이 먼저 정현씨에게 향한다. 동생의 돌봄을 위해서다. 정현씨에게 이런 말들은 어린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믿음의 표현으로 느껴졌지만 점점 책임으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정현씨는 “부담을 느낄 때마다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는 걸까”라며 양가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전세현씨(55)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전영호씨(가명·51)의 돌봄을 맡아왔다. 동생의 일상에서 대부분의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세현씨는 “책임감이라기보다 내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동생은 내 생활의 일부이자 내 몸의 일부와 같다”고 전했다.

유치원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신영씨(32)는 어린 시절 이웃들 사이에서 ‘동생을 잘 챙기는 누나’로 통했다. 어릴 때는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어려움이 있는 동생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신영씨는 “그것이 어린시절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였다”고 설명했다. 신영씨는 현재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가정을 이루고 출산을 앞두고 있다.

정현씨와 신영씨 그리고 세현씨, 세 사람은 비장애 형제자매다. ‘비장애 형제자매’란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가 있는 비장애인을 말한다. 이들은 부모 중심의 장애인 돌봄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보조적 역할을 맡아왔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러 선택의 순간에서 장애 형제자매의 존재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과 독립, 미래를 설계하는 순간마다 장애 형제자매의 존재는 늘 함께 고려 대상이 된다.

자신의 삶을 우선에 두는 선택과 가족 안에서 이어지는 역할 사이에서 세 사람은 여전히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2023년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원은 주로 가족이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순위 돌봄제공자는 배우자(37.8%), 부모(21.2%), 자녀(18.5%) 순으로, 형제·자매는 3.6%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는 직계가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비직계가족 중에서는 형제·자매가 주된 돌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순위 돌봄제공자가 있는 경우 주된 돌봄제공자는 자녀(17.0%), 형제·자매(5.7%), 배우자 (2.6%), 부모(2.2%) 순이었다. 눈여겨볼 점은 형제·자매의 비중이 배우자와 부모를 웃돌며, 형제·자매가 가족 내 중요한 돌봄 지원자임을 보여준다.

비장애 형제자매 청년 인터뷰집 <그래도 행복해지고 싶다> 저자이자 비장애 형제자매인 김경림 사회복지사는 비장애 형제자매가 생애 주기별로 아동기엔 부모의 애정과 청소년기의 정체성, 중장년기 부모의 사후 이후 형제자매 돌봄 등 서로 다른 고민을 생애 내내 가져가야만 하는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김 사회복지사는 “청소년기 비장애 형제자매를 위한 프로그램은 많지만 성인기까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생애주기별로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를 기반으로 한 아동기, 청소년기 비장애 형제자매 지원 프로그램이 체험형으로 주로 지원되고 있으며, 성인기 프로그램은 미비하여 성인기 비장애 형제자매들은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활동한다. 그 중 활성화되어 있는 성인기 비장애 형제자매 자조모임 ‘나는’은 20~30대 성인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공동체로, 지적장애·발달장애·자폐성 장애·조현병 등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비장애 형제자매만을 위한 지원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 운영되는 ‘시블링 서포트 프로젝트(Sibling Support Project)’는 비영리단체인 ‘시블링 리더십 네트워크(Sibling Leadership Network)’ 산하 프로그램으로, 비장애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교육, 정서적 지원,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등을 통해 도움을 제공하는 비장애 형제자매만을 위한 단체다. 특히 1982년 시작된 대표 프로그램 ‘십숍(Sibshops)’은 8~13세 아동·청소년 비장애 형제자매 를 대상으로 또래 간 교류와 정보 제공, 정서적 지지를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현재 전 세계 26개국에서 700여 개 이상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비장애 형제자매 커뮤니티 ‘시브코토(Sibkoto)’는 비장애 형제자매가 ‘나’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동체로 전국의 모든 비장애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한다. 시브코토 공동 운영진은 경기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의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시브코토’에서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타인의 경험을 통해 보게되어 안도감을 느끼며 피난처로 느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김경림 사회복지사도 비장애 형제자매가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서는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사회복지사는 “비장애 형제자매들의 목소리나 어려움들이 제도나 정책에서 충분히 반영이 되었는지 고민이 된다”며 “사회가 비장애 형제자매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전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썸네일] 장애인 가족 중 '비장애 형제자매'로 산다는 것. 김정현PD

김다희 PD heeda@kyeonggi.com
김종연 PD whddusdodo@kyeonggi.com
김정현 PD jeonghyun.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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