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꼭 봐야 해! 티켓팅만 성공한다면…헤비급 도파민 ‘킹키부츠’ [고승희의 리와인드]

고승희 2026. 2. 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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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넘어 전 세대 홀린 요물 뮤지컬
지루한 일상 깨부술 ‘빨간 활력소’
강홍석, 김호영의 ‘헤비급 도파민’
뮤지컬 ‘킹키부츠’의 성공신화를 이끈 롤라 역의 배우 강홍석과 엔젤스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엇을 상상하든지 그 이상’(‘킹키부츠’ 롤라 넘버 중)이고, 무엇을 기대하든지 그 기대를 뛰어넘는다.

막이 오르면 혼이 쏙 빠져 한눈팔 새가 없고, 입꼬리와 광대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지루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뒤흔들어버릴 새빨간 활력소다.

아직도 안 봤다면, 지금 당장 공연장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올 한 해, 당신에게 가장 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공연의 여운으로 최소 3주간 행복할 수도 있다. 물론 티켓을 구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제 쇼츠(Shorts)는 그만, 장장 155분 넘게 도파민이 풀충전되는 강력한 보상이 이 무대에서 시작된다. 바로 ‘킹키부츠’다.

‘뮤덕’ 넘어 대중적 ‘스테디셀러’ 된 요물 뮤지컬

“나는 나쁜 기지배, 육감적인 지지배, 그댈 위한 깜짝선물, 아니 신이 내린 요물”

심장을 부여잡자. 무대 위 ‘붉은 반짝이’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어렴풋이 ‘롤~라~’를 찾는 목소리가 메아리치면, 그때부터 무대는 ‘대반전’의 시작이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끼로 무장한 그 여자, ‘킹키부츠’의 주인공 드래그 퀸 롤라가 그의 지원군 엔젤스와 함께 등장한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타이밍이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니까.

‘구관이 명관’이다. 2014년 12월 국내 초연 이후, 다시 막을 올린 스테디셀러 뮤지컬 ‘킹키부츠’(3월 29일까지, 샤롯데씨어터)가 또 한 번 관객을 들었다 놓고 있다.

‘킹키부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이 경영 위기에 직면하던 때, 아주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일군 ‘성공 신화’다. 신디 로퍼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쓸었고, 기획 단계부터 CJ EN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이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엔젤스 [CJ ENM 제공]

‘킹키부츠’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시대’가 낳은 독특한 히트작이다. 2024년 개그맨 이창호와 곽범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에 올라온 영상이 이 뮤지컬의 인기를 대중적으로 이끈 주역 중 하나다. 이창호가 ‘부캐’인 뮤지컬 배우 이호광으로 활약, ‘킹키부츠’의 드래그 퀸 롤라 역을 연기한 것이다. 롤라의 ‘출사표 넘버(노래)’인 ‘랜드 오브 롤라’를 불러 일명 ‘쥐롤라’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쥐롤라가 밈이 돼, SNS를 강타하자 2024년 10주년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흥행에 성공했고, 불과 1년 만에 뮤지컬은 ‘그랜드 피날레’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 놀 인터파크에 따르면 ‘킹키부츠’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어 현재 뮤지컬 예매율 2위에 올라와 있다. 예매자 통계를 살펴보면 30대 관객이 37.8%, 20대 관객이 32.3%이나 40~50대 예매자 역시 23.2%나 된다. 실제로 공연장에서도 다양한 연령대가 확인된다. 특히 주말 공연엔 중장년 관객을 비롯해 20대 자녀와 부모 관객이 상당수 자리했다. 이미 ‘킹키부츠’는‘덕후’들의 뮤지컬을 넘어 대중적 콘텐츠로 안착한 모습이다.

지난 15일 저녁 공연에서 만난 임지윤(32) 씨는 “대구에 살고 있는데 설 연휴를 맞아 엄마와 서울에 온 김에 일찌감치 ‘킹키부츠’를 예매했다”며 “엄마는 뮤지컬을 처음 보는데 ‘킹키부츠’라면 지루하지 않고 내내 신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넘사벽 ‘홍롤라’와 섬세한 ‘호찰리’…압도적 넘버원 ‘케미’

‘킹키부츠’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파산 직전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롤라와의 우연찮은 만남을 계기로 드래그 퀸 부츠를 만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려서부터 남성성을 강요받았지만, 나 자신으로 세상에 서기 위해 드래그 퀸으로 살아가는 롤라를 통해 세상의 모든 편견과 억압에 맞설 용기를 일깨워준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찰리 김호영 [CJ ENM 제공]

모든 배우가 훌륭한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나, 이 조합은 단연 ‘넘버원’이다. 원년 멤버 강홍석과 재연 때부터 함께 했고, 2022년 김성규의 부상으로 긴급 투입됐던 ‘의리’의 김호영이다.

‘킹키부츠’를 몰랐던 사람조차 ‘입덕’시킨 쥐롤라의 시원시원하면서도 솔풀한 창법의 원조는 누가 봐도 강홍석이다. ‘킹키부츠’의 ‘원조 롤라’ 강홍석의 무대는 놀라울 정도로 압도적이다.

일명 ‘홍롤라’는 외모부터 롤라와 찰떡이다. 프로 복서 출신의 드래그 퀸 롤라의 우람하고 건장한 체구가 강홍석의 근육질 피지컬과 만나 매력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흠잡을 데가 없는 파워풀한 성량과 음표 사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솔이 전 세계 어느 롤라와 비교해도 단언컨대 원톱이다. 흥을 끌어올리는 도파민 폭발 넘버는 기본, 오래도록 숨겨둔 이야기를 찰리 앞에서 조곤조곤 들려주고, 아버지 앞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을 들려주는 팝발라드 넘버까지 ‘홍롤라’는 80㎝ 길이, 20㎝의 킬힐 못지않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노래를 씹어 먹는다. 심지어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도 얄궂어 웃음 폭탄이다. “몇 킬로그램이냐”고 묻는 찰리를 향해 근육질 롤라는 “44㎏, 뼈말라”라고 말하고, “나를 보고 정상이라고 느끼고 싶은 비정상들이 많다”고 가볍게 한 방을 후려친다. 강홍석의 손짓, 눈짓, 몸짓에 따라 공연장은 K-팝 그룹 콘서트 못잖은 데시벨이 터져 나오니 그는 ‘킹키부츠’ 흥행을 이끈 최고의 일등공신이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롤라 강홍석 [CJ ENM 제공]

무대 밖에선 치사량을 넘나드는 파워 E의 아이콘이나 ‘찰리’ 김호영은 성장캐로의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대 위의 김호영은 평소의 화려하고 에너제틱한 모습을 지우고 ‘무채색 청년’으로 공연을 시작한다. 가업을 물려받는 것도 무대포인 여자친구와의 미래에도 회의적인 찰리.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도 몰랐던 어린애 같던 찰리는 롤라와 만나 그의 삶을 ‘컬러풀’하게 물들인다. 찰리의 성장 과정, 찰리 안의 고뇌가 김호영의 완급 조절과 호소력 짙은 노래를 통해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김호영의 찰리가 만드는 드라마는 화려한 쇼뮤지컬로 볼거리를 시종 투척하는 ‘킹키부츠’에서 관객들이 갈 길을 잃지 않고 메시지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킹키부츠’는 무시무시한 흥을 발산하는 헤비급 도파민 제조기이나, 이 뮤지컬의 감동은 ‘다름’을 ‘특별함’으로, 나아가 ‘보편성’으로 치환하는 메시지에 있다. 혐오와 편견의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것인지 다시금 되새겨진다. 모두가 사회적 시선과 규범에 맞춰 살라고 무언의 언어로 압박할 때, 롤라는 오스카 와일드처럼 이렇게 말한다.

“비 유어셀프(Be Yourself),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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