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설날 도심이 놀이터로…윷 던지고 소원 빌고 "동생 생겼으면"
전통놀이 체험부터 세화 나눔까지 명절 프로그램 풍성
"건강·가족" 저마다 새해 소망 안고 도심 산책

"하나, 둘, 셋 던지세요!"
품에 한아름 대형 윷을 들고 있던 초등학생 아이가 힘껏 윷을 던지자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옆에서 지켜보던 시민은 "윷이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아이는 환한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윷가락을 내려다봤다.
그 옆에서는 굴렁쇠를 굴리려는 아이들이 연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분투하고 있었다. 아빠는 아이 뒤에 서서 굴렁쇠 채를 쥔 작은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갈고리 부분을 굴렁쇠 윗부분에 걸어 조심스럽게 밀어 주었다. 쇠테가 달그락거리며 앞으로 굴러가자 아이는 신이 난 듯 "됐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설 당일인 17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복 담은 말(馬)'을 주제로 설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윷놀이와 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딱지치기 등 다양한 전통 놀이 체험이 마련돼 설을 맞아 나들이에 나선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중앙무대에서는 설과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OX 퀴즈 프로그램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O'와 'X'로 표시된 구역에 시민들이 나뉘어 서서 문제를 풀었고, 정답이 발표될 때마다 곳곳에서 탄성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울 풍납동에서 아내와 함께 한옥마을을 찾은 김관중(81)씨도 오랜만에 제기를 손에 들었다. 허리를 살짝 숙인 채 조심스럽게 발을 들어 올렸지만 제기는 세 번을 넘기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젊었을 때는 한 번에 스무 개, 서른 개도 거뜬히 찼는데 지금은 세 개도 어렵다"며 "어린 시절 동전에 종이를 씌워 직접 만든 제기로 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땐 하루 종일 제기만 차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아내와 둘이 도시락과 커피를 챙겨 나와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왔다"며 가방을 들어 보였다.
손자·손녀의 손을 꼭 잡고 행사장을 둘러보던 지운학(73)씨는 "차례를 지내기 위해 가족들이 모인 김에 아이들에게 전통 놀이와 한옥마을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 왔다"며 "3년 전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올해는 온 가족이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로구 경복궁에서는 설날을 맞아 수문장 교대식과 세화 나눔 행사가 진행됐다.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들까지 다양한 나들이객이 몰리며 궁 일대는 붐볐다.
아침 일찍부터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줄을 서 세화를 받았다는 엄가영(11)양은 "액운을 막아주는 그림"이라며 자랑하듯 붉은 말이 그려진 그림을 들어 보였다. 엄양은 "엄마 아빠랑 동생이랑 같이 나오니까 기분이 좋다"며 "삼남매 중 둘째인데 형제들이 많아서 좋은 점은 물려받을 것이 많다는 것"이라고 웃었다.
강원 강릉에서 올라와 시댁에 들렀다가 경복궁을 찾았다는 김혜진(37)·김덕환(38)씨 부부도 긴 연휴를 맞아 나들이에 나섰다고 했다. 김씨는 "이때 아니면 궁을 오래 둘러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나오게 됐다"며 "둘째를 준비 중인데 올해는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말에 여섯 살 딸 시현양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동생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설 연휴 막바지까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됐다. 서울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은 오는 18일까지 휴무일 없이 무료 개방된다.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은 18일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판소리 버스킹 공연과 함께 세계 각국의 전통 놀이·의상 체험, 떡메치기, 복주머니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이 밖에도 서울공예박물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등 주요 문화시설 역시 설 연휴 동안 휴무 없이 전시와 공연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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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 treasu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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