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갤럭시 셀카' 찍더니…1997년 이건희의 '승부수' [테크로그]
셀피 열풍 밀라노까지…실용주의 마케팅 결실

삼성이 30년 가까이 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단순한 마케팅 이상의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1997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내린 이 결단은 삼성의 가치를 십수배 키운 데 이어 이제는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 글로벌 정·재계 네트워크를 넓히는 '스포츠 외교'로 진화했다.
1997년 이건희의 승부수…삼성 가치 17배 키웠다

삼성이 올림픽과 본격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파트너(The Olympic Partner) 후원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당시 외환위기를 앞두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지만 이 선대회장은 "브랜드 가치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 선대회장의 결단에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삼성은 국내에선 국민 브랜드지만 해외에선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그는 제품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디자인과 브랜드 같은 '소프트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제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철학과 문화, 기업이미지, 디자인, 서비스 등에서 '양보할 수 없는 최고'를 추구해야 한다"며 "미래의 마케팅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만이 아니라 철학과 문화까지 팔아야 한다. 기업 이미지가 좋아야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7년 5월 공식 올림픽 파트너 자격을 획득한 삼성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공식 파트너를 시작으로 글로벌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브랜드 가치에 주목한 이 선대회장의 혜안은 결과로 증명됐다. 인터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2000년 약 52억달러(43위)로 처음 100대 브랜드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기준 905억달러(약 129조원)까지 커졌다.
30년간 이어진 올림픽 후원이 '로컬 기업' 삼성을 전 세계인이 신뢰하는 '글로벌 톱 5' 브랜드로 안착시킨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밀라노에 집결한 리더들…이재용 회장의 '스포츠 외교'

이 선대회장이 삼성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초석을 놓았다면 이재용 회장은 올림픽 파트너십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의 장으로 활용하는 '스포츠 외교'로 폭을 넓히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개막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현장을 찾았다. 개막에 앞서 IOC 주관 갈라 디너에 참석한 이 회장은 각국 정상급 인사 및 비즈니스 리더들과 마주하며 물밑 외교에 나섰다.
행사 참석자 면면을 보면 단순한 사교 모임을 넘어서는 분위기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J.D. 밴스 미국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정계 거물들은 물론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회장,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기업가들이 대거 집결했다.
재계 관계자는 "IOC 갈라 디너는 단순한 사교 모임을 넘어 글로벌 정세와 비즈니스 현안이 논의되는 물밑 외교의 장"이라며 "이 회장이 참석한 것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위상은 물론이고 한국 스포츠 외교 역량 확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 수놓은 '빅토리 셀피' 이번에도 히트

이 회장의 행보는 선대회장 기조를 계승하면서도 실질적 마케팅 성과를 극대화하는 '실용주의'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화제를 모은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많은 선수가 시상대 위에서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6로 직접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돼 막대한 홍보 효과를 냈다. 이 회장 역시 귀국길에 "우리 선수들이 잘해서 기분이 좋았고, 갤럭시 마케팅도 잘된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고 언급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삼성전자는 개막식 현장에 '갤럭시S25 울트라' 26대를 배치해 선수들 입장을 실시간 중계하며 브랜드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선수단에 제공한 '갤럭시Z 플립7 올림픽 에디션'으로 많은 선수들이 이번에도 '빅토리 셀피'를 남기는 장면이 포착되고 있다.
삼성의 올림픽 파트너십은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이어진다. 이 회장은 앞선 2018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계약을 연장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 의지를 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올림픽 후원은 단순한 로고 노출을 넘어 스포츠의 도전 정신과 삼성의 혁신 이미지를 결합한 성공적인 스포츠 마케팅 사례 중 하나"라고 평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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