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에도 구글 100년물 채권에 몰린 46조원, 이유는

변인호 기자 2026. 2.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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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AI 투자 열풍 속에서 AI 거품론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가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수익성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구글이 AI 투자를 위해 발행한 100년 만기 채권에는 320억달러(약 46조원)가 몰렸다. IT기업으로서는 이례적인 100년물 채권이 흥행하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17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인프라 등에 투자하기 위해 100년물 채권을 포함한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달 규모는 320억달러(약 46조원)에 달한다. 알파벳은 2126년에 원금을 상환한다. 그동안 채권 투자자들은 이자만 받을 수 있다.

알파벳의 이번 채권 발행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기업이 100년 후에도 계속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NN비즈니스는 1997년 100년물 채권을 발행할 당시 모토로라는 미국 시가총액 25위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시가총액 232위까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100년 뒤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100년물 채권은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알파벳의 100년물 채권 발행은 1997년 모토로라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알파벳의 이번 채권 발행은 시장에서 우려하는 AI 대규모 투자를 위한 것이었다. 최근 AI 거품론은 빅테크 기업이 AI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비용 부담과 손익분기 전환 지연 우려가 겹치며 나왔다.

실제 주가가 하락하기도 한다. 실적발표 전날 1.96% 하락한 알파벳 주가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4일(현지시각) AI 투자가 전년 대비 2배에 달할 전망이라고 발표하자 2% 더 하락했다.

다른 빅테크 상황도 같다. 아마존은 2월 5일(현지시각) 올해 AI 인프라에 2000억달러(약 294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10% 가까이 급락했다. 아마존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주가는 하락한 것이다. 아마존 주가는 13일 기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부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알파벳의 100년물 채권은 AI 거품론과는 양상이 다르다. 채권 투자는 주식과 달리 기업의 장기 상환 능력과 현금흐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100년 만기 채권은 특히 기업이 장기간 사업을 지속하며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 알파벳의 100년물 채권에는 발행 규모 대비 5배쯤의 주문이 몰렸다. 시장이 AI 자체보다 검색·광고·유튜브·클라우드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구글이라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현금창출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이는 메타가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사명까지 바꾸며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해 시장의 우려를 키운 사례와는 대비된다. 구글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이 메타의 불확실한 투자와는 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조직 '리얼리티랩스'는 2021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700억달러(약 103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밑 빠진 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전략가는 CNN 비즈니스에 "빅테크 기업은 부채가 많지 않고 현금 흐름이 좋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빅테크 기업의 장기 채권을 기꺼이 매입한다"며 "100년 동안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구글처럼 독점이 입증된 기업에 빌려주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알렉스 랄프 네드그룹인베스트먼츠 글로벌 전략 채권 펀드 공동 운용역은 블룸버그에 "기업 대부분은 100년물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런 초장기 채권 발행이 시장의 고점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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