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중간선거, 트럼프에게 동아줄 될까 새끼줄 될까

‘선거의 나라’ 미국에서 대선 다음으로 중요한 선거가 오는 11월 열리는 ‘중간선거’다. 미국은 2년마다 연방하원 전 의석(435석)과 상원 의석의 3분의 1(약 33석)을 새로 뽑는다. 한번은 대통령선거와 함께, 또한번은 대통령 4년 임기 ‘중간’에 치른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53대47, 하원에서 218대 214(공석 3석)로 아슬아슬한 다수당이다. 1934년 이후 치러진 23차례 중간선거 때 여당이 의석을 늘린 경우는 7차례에 불과했으며, 양원 모두에서 의석을 늘린 경우는 1934년과 2002년 단 두 차례뿐이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뒤 예산·입법·청문회·탄핵 등 모든 무기를 활용해 트럼프 행정부를 본격 견제할 것이다. 2018년 트럼프 1기 중간선거 때도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고 이후 트럼프는 두 차례 탄핵소추와 각종 조사를 겪었다. ‘치욕의 기억’을 되새겨 온 트럼프에게 중간선거 패배는 용납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선거판 자체를 유리하게 재편하고, 만약의 패배를 부정하기 위해 입법·행정, 심지어 군사력까지 동원하려 준비 중이라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민주당에겐 ‘무소불위’ 대통령 트럼프를 막아 세울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다.
신분증 없이 투표하지마, 공화당의 승부수
공화당은 “투표는 쉽게, 부정은 어렵게” 만드는 상식적 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합법 유권자 배제 효과만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비시민권자의 투표는 연방법상 중범죄에 해당해 발생 사례가 극히 드물다. 유권자 사기가 적발될 경우 수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단 한 표에 불과해 범죄 유인 자체가 낮다는 분석이 많다. 2000~2011년 사이 보고된 2000여 건의 선거사기 사례를 분석한 2012년 연구에서도 실제 투표소에서 다른 사람을 사칭해 투표한 경우는 단 10건에 그쳤다. 유타주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200만건이 넘는 유권자 등록 기록을 전수 조사했지만, 비시민권자가 등록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류 요건 강화는 상당수 합법 유권자에게 실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는 한국의 주민등록증처럼 전국 단일 신분증 제도가 없다. 사진 신분증의 대부분은 운전면허증이다. 운전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시민들은 사진 신분증이 아예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뉴욕대 로스쿨 산하 브레넌센터에 따르면, 투표 연령대 미국 시민 가운데 약 2130만명은 출생증명서·여권·귀화증명서 등 시민권 증명 서류를 즉시 제시할 수 없는 상태이며, 이 중 약 380만명은 해당 서류 자체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결혼 등으로 법적 이름이 바뀐 경우 출생증명서와 현재 신분증상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최대 6900만명에 달한다. 이러한 부담은 저소득층과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 노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2013년 켄자스주는 시민권 증명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을 도입했는데, 2013~2016년 사이 3만1000명 이상의 미국 시민이 신규 유권자 등록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전체 신청자의 약 12~14%에 해당한다. 연방법원은 2018년 이 법이 합법 유권자의 참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FBI의 이례적 선관위 압수수색
미국 헌법상 선거의 구체적인 관리와 집행은 주 정부에게 1차적 권한이 있다. 선거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 법원을 통한 행정 소송이나 재검표 절차를 거쳐 진위를 가리는 것이 관행이다. 물론 선거 관련 범죄를 다루는 연방법에 따라 연방정부도 감독·수사 권한은 있다. 그럼에도 연방수사국이 지역 선관위를 직접 급습해 대선 관련 투표지 원본과 선거 기록 전반을 대규모로 압수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가 의구심을 가지면 형사 사건화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선거 관리의 주도권을 주 정부에서 연방으로 이전하려는 ‘선거 국영화’ 시도라는 일각의 의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그는 2월2일 팟캐스트에 출연해 “최소 15개 지역의 선거 관리를 국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목한 ‘15개 주’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조지아 등 승패를 좌우할 핵심 경합 주들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애틀랜타 등 민주당 강세 도시의 선거관리위원회를 ‘부정선거를 저지르는 곳’으로 비난하며, 주 정부의 손을 떠나 연방이 투표와 개표를 직접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수사국의 이례적인 강제 수사가 이러한 대통령의 '선거 국영화'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고 보는 이유다.
각 주들, 연방개입 대비 준비 중
미시간,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 주의 선거관리 책임자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적 선거 개입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스티브 배넌은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비시민권자의 투표를 막기 위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투표소를 둘러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법을 발동해 미 육군 82공수사단과 101공수사단을 투표소에 배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불법적 결사·집회 또는 연방에 대한 반란’ 등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이 반란법을 발동할 수 있고, 이 경우 연방군대가 경찰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나 연방법은 일반 선거나 특별선거가 열리는 장소에 군 병력을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여러 주에서는 투표소 인근에서 무기를 소지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다.
트럼프는 반란법 발동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해 왔으며, 최근에는 이민 단속 강화로 혼란이 발생한 미네소타주에 군 병력을 보내겠다고 위협했다가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2020년 대선 패배 직후 트럼프는 군대를 보내 투·개표 기계를 압수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려 했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군대를 보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 보낸 것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할 것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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