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이번에도 반대하는 개신교계···‘종교’ 예외 조항을 넣자고?[설명할경향]

강한들 기자 2026. 2. 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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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6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1만인의 목소리 - 이재명 정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시작합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올해 들어 국회에서 2건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습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입니다. 두 법은 모두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병력·나이·언어·국적·출신민족·종교·인종·피부색·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번에도 보수 개신교계는 즉각 반대했습니다. ‘성직자의 설교권이 침해된다’ ‘종교 단체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직원을 채용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게 된다’는 등 주장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에 ‘종교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말 그럴까요?

최근 ‘차별금지법상 종교 예외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은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상임집행위원장에게 지난 12일 전화해 물어봤습니다.

해외 차별금지법에선 ‘종교 예외 조항’이 있다면서요?

논문을 보면, 미국·영국·캐나다·호주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차별금지법을 조사해보니 총 55개의 법률에서 종교 예외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종교 활동’과 종교 기관이 운영해야 하는 곳에 예외 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통점은 종교 기관에서 그 종교와 밀접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제·목회자 같은 성직자 양성과 임명에는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영국의 평등법은 고용, 교육, 서비스 제공 등에서 종교 예외 조항을 적용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호주는 종교기관이 고용할 때 직무와 종교가 얼마나 밀접한지를 따집니다. 캐나다에서는 종교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이 종교를 이유로 입학을 제한하는 것이 허용되는 주도 있습니다.

예외 조항? 어떻게 적용되는데

구체적으로 각국의 판례를 살펴볼까요. 캐나다에서는 2012년 트리니티웨스턴대학교라는 ‘복음주의 기독교 사립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동성 간의 성적 관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서약서를 쓰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학에서 로스쿨을 만들겠다고 하자, 로스쿨 인가권을 가진 지역 변호사회 투표 결과 인가를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공익 보호를 위해 법조 직역에는 다양한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캐나다 대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변호사회의 결정이 이 대학 구성원의 신앙 실천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맞지만, 침해 정도가 작고, ‘서약 내용’이 종교적 신념의 핵심 실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특히 법조계는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였습니다.

호주에서는 2007년 복음주의 개신교 단체가 설립한 비영리법인에서 운영한 청소년 캠프장에서 성소수자 청소년과 지도자가 낸 대관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신청자들은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을 받았다’며 진정을 냈고, 캠프장 쪽에서는 ‘종교 예외조항이 적용된다’고 주장했어요.

빅토리아주 항소법원은 ‘캠프장은 종교적 예배·교리 전파의 본질적 기능과 관련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종교 예외가 적용되려면 주된 목적이 ‘종교적 신념의 실천’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해외 각국에서는 ‘종교 예외 조항’이 있다고 해서, 종교가 차별금지법 적용의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장 대표는 “미국이 포괄적인 종교 예외를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종교 예외 조항 적용에 여러 제한을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사법부에서도 사건의 맥락을 다양하게 반영한 세밀한 판단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6월17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1만인의 목소리 - 이재명 정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시작합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국에도 예외 조항 필요해?

장 대표는 한국의 경우 예외 조항의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미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서는 ‘종교적 행위’인 예배, 설교, 전도 등은 애초에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고용, 재화·용역 공급, 교육기관의 교육·직업 훈련, 행정·사법절차 서비스 등 4가지 영역에만 적용됩니다. 또 ‘특정 직무를 할 때 불가피한 경우’ 등은 차별로 보지 않기로 해, 종교 관련 직무에서 사람을 뽑을 때도 무리가 없다고 했어요.

무엇보다 한국에 종교 예외 조항이 적용되면,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장 대표는 “국내 복지시설 중 75%가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곳”이라며 “이미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돼 복지시설에서 아침 예배에 나가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는 등 사례로 차별이 인정된 사례가 있는데, 예외 조항까지 만들어진다면 차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종종 책 추천을 SNS에 올리고 있죠. 지난 11일에는 페이스북 등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의 책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추천했습니다. “다원화된 세상에서 혐오와 차별을 방임하면 사회는 심각한 갈등과 분열로 빠져들 수밖에 없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며 “차별방지법을 우리가 지금까지 입법하지 못한 것은 정치의 실패이며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고, 사회가 입법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장 대표는 “올해 발의된 차별금지법 2개에 공동발의로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은 단 1명뿐”이라며 “이재명 정부와 강력한 여당인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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