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에 떡볶이 소스 살살… 학생들 만들어낸 명작 ‘떡장’ [레트로K]
권선고 학생들이 만든 ‘떡장’
주먹밥에 떡볶이 국물 끼얹어
매콤한 맛 중화시키는 고소함
17년 전 먹던 손님 지금도 찾아
가게 한 켠엔 애정 담긴 편지들
우리 영혼을 울리는 ‘소울푸드’

떡볶이가 어떻게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됐을까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학교 앞 문방구 옆에는, 항상 ‘분식집’이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분식집 앞에 옹기종기 모여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를 이쑤시개로 먹었습니다. 90년대생 기준으로, 작은 종이컵은 300원, 그보다 조금 큰 종이컵은 500원이었죠. 떡볶이를 담다 국물이 종이컵 옆으로 흐르면 분식집 아주머니가 종이컵을 휴지로 한번씩 말아서 건네주던 기억도 납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칼칼한 매운 맛을 좋아하지만, 그땐 설탕이 잔뜩 들어간 그 달달한 떡볶이가 얼마나 맛있었던지요.
그때 그시절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학교 앞 분식집의 추억이 지금의 떡볶이를 소울푸드로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레트로K는 그 시절 우리가 애정하던 학교 앞 분식집을 찾아갑니다.

수원 ‘감동튀김 매탄점’
수원 매현초등학교 앞에 있는 ‘감동튀김 매탄점’은 가게 이름과 달리, ‘떡장’이 대표 메뉴입니다. 떡장이라고 하면 떡장수나 떡장갑과 같은 단어에서 무언가 빠진듯한 느낌이지만, 여기선 주먹밥에 떡볶이 소스를 부어 비벼 먹는 메뉴를 말합니다. 긴 단어를 줄인 말도 아니고, 감동튀김 사장님이 만든 말도 아닙니다. 떡장이라는 이름, 떡장이라는 메뉴 모두 감동튀김을 찾은 학생들이 만들었습니다.
감동튀김 최미애(62) 사장님의 첫 분식집은 2010년 권선고등학교 앞에 있었습니다. 당시 사장님은 떡볶이, 튀김과 함께 간단한 속재료를 넣은 주먹밥을 팔았습니다. 김밥은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주먹밥은 만들기 편하고 아이들도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영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떡볶이와 주먹밥을 시킨 한 학생이 주먹밥에 떡볶이를 부어 비벼먹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주먹밥에 떡볶이를 비벼 먹는 학생들이 늘기 시작했고 사장님도 주먹밥을 시킨 학생들한테 서비스로 떡볶이 국물을 부어준 것이 ‘떡장’의 시작이었습니다.

“떡장은 사실 학생들이 만들었어요.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이들이 주먹밥에 떡볶이를 부어서 비벼 먹길래 나중에는 서비스로 그냥 부어주기 시작했어요. 몇년 동안 그렇게 하다가 나중에는 천원 정도 받았고, 소문이 나고 유명해져서 감동튀김하면 ‘떡장’ 이렇게 되면서 메뉴로 만들었죠”
권선고 앞에 있던 감동튀김은 2015년 매현초 앞으로 이전했는데, 옮긴 후에도 많은 학생이 떡장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떡장 메뉴는 참치, 김치, 매운불고기, 새우, 소고기로 다양해졌는데 기본은 참치입니다.
떡장을 주문하면, 참치 주먹밥 위에 떡볶이 떡 6~7개와 떡볶이 국물이 부어져 나옵니다. 주먹밥 안에는 참치와 아삭한 양파, 마요네즈가 듬뿍 뿌려져 있고 김가루, 참깨도 가득합니다. 떡볶이 국물에 주먹밥을 살짝 비벼 먹으면 떡볶이의 매콤함과 마요네즈의 고소함이 가득한 주먹밥이 입 안을 가득 채우죠. 떡볶이는 천연 고춧가루를 써서 맵고 칼칼한데, 이를 고소한 참치 주먹밥이 중화시켜 계속해서 숟가락이 향합니다. 중간 중간 쫄깃한 밀떡을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사장님 역시 그시절 학생들과의 추억이 소중하기에 여전히 컵떡볶이, 떡꼬치와 같은 추억의 메뉴를 지금까지도 팔고 있습니다. 컵떡볶이도 공부하다 배가 고파서 나온 학생들이 떡볶이 1인분을 먹기엔 너무 많다고 해, 컵에 담아 500원에 팔기 시작한 메뉴라고 합니다.
“지금도 초등학교 학생들보다는 17년 전에 떡장 먹었던 친구들이 어른이 돼서 먹으러 와요. 결혼해서 아기 데리고 오기도 하고 그때 천원에 먹던 주먹밥, 소시지 그런 추억 때문에 오겠지요. 이름은 감동튀김인데 학생들은 다 떡장이라고 불러요”

학생들이 감동튀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사실 가게만 들어가도 알 수 있습니다. 가게 한쪽 벽면에는 ‘편지’가 빈틈없이 붙어 있습니다. 감동튀김이 매현초 앞으로 이전하고 2년 뒤인 2017년부터 학생들이 하나 둘씩 보내온 감사편지인데, 사장님은 그렇게 들어온 편지를 가게 곳곳에 붙여 놨습니다.
감동튀김에 첫 편지를 보내온 친구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매일 매일 맛있는 떡볶이와 튀김같은 것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감동튀김은 다 맛있지만, 그중에서도 제 입맛을 사로 잡은 음식은 바로 새로 나온 왕치즈스틱이랑 떡꼬치였어요. 또 많이 맵지도 않고 쫄깃쫄깃한 떡볶이는 감동튀김이 최고에요…’
또 다른 친구는 미래 아르바이트생이 된다는 약속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감동튀김은 뭘 시켜도 전부 다 맛있어서 뭘 먹을지 항상 되민돼요. 사장님! 나중에 커서 저희 네명 감동튀김에서 알바 꼭꼭! 할게요…’

“매현초에서 고마운 이웃한테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학생들이 나한테 써서 보내줬어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하면서 끊겼지만, 편지 써준 게 얼마나 기특해요. 그래서 가게에 다 붙여놨어요. 처음 편지 써줬던 친구는 이제 광교로 이사가서 고등학교 3학년이 됐는데도 가끔 놀러와서 자기가 쓴 편지 보고가기도 해요”
감동튀김은 그시절 학생들이 기억하는 추억의 분식집이자, 수원의 영원한 ‘떡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분식집을 연 지 17년째, 오늘도 감동튀김에는 그시절의 학생들을 기억하는 사장님이 있고 그때 추억의 맛을 찾으러 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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