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시대에 닷새 기다려 물건 사기···오일장은 건재하다 [정동길 옆 사진관]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하는 새벽 배송 시대에 오일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오일장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있어서?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 때문에? 옛것을 보존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으로?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느낄 수 없는 흥겨운 분위기 때문은 아닐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보다는 입담의 세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상품 거래는 조용할 수 없으며, 운 좋으면 구경할 수 있는 거리공연에 장터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다. 시장 근처의 버스 정류소는 손수레를 끄는 아낙들로 넘쳐나고, 미용실에서는 빠글빠글 파마 마는 소리가 창밖으로 흘러나온다.
경향신문 사진 아카이브에 저장된 오일장의 풍경들을 모았다.

전남 나주시 영산강 아래 이창동의 풍물시장에서 0일과 5일에 열린다. 일제강점기에 생긴 장으로 영산포구가 번성했을 때는 서남해안 대표 5일장에 속했다고 한다. 우시장이 열리는 날과 겹치면 새벽 4시부터 장이 선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장터에서 한 모녀가 손을 잡고 장을 보고 있다. 2023. 1. 25.

전남 강진군 강천읍 동성리에서 4일과 9일에 열린다. 듣고, 보고, 맛보고,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를 선사한다고 ‘오감통’이라 부른다나. 시장에는 스튜디오와 공연장이 있는 전남음악창작소도 있다고 한다. 추석을 나흘 앞둔 풍경이다. 2019. 9. 9.

하동포구에서 시작된 섬진강이 구례까지 닿는다. 조선시대 상인들은 섬진강 뱃길을 따라 장터에 왔다.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에서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당귀, 칡, 생지황, 더덕... 지리산 약재들을 살 수 있고, 봄에는 산나물 향이 진동한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본 윤호선 할머니가 제수를 가득 실은 자전거를 타고 마산면 냉천리 마을로 들어서고 있다. 냉천리는 지난 여름의 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해 큰 피해를 입었던 마을이다. 2020. 9. 28

서울지하철 8호선 모란역 5번 출구 밖에서 열린다. 4일과 9일. 홀어머니를 평양에 두고 남하한 김창숙 대령이 황무지였던 성남을 개간해 장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대령은 북녘의 모란봉을 떠올리며 시장을 ‘모란’이라 불렀다나. 설을 닷새 앞두고 열린 모란민속5일장에서 품바 공연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2025.1.24

KTX 순천역에서 가깝다. 순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는 더 가깝다. 2일과 7일에 열린다. 구도심 남쪽에서 열린다해서 ‘아랫장’으로 불린다. 원래 명칭은 순천남부시장이었다. 구도심 북쪽에는 0일과 5일에 ‘웃장’이 열린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장을 본 어머니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4.09.12.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두 물이 합수해서 ‘양수리’다. 1일과 6일에 열린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두고 농산물을 팔러나온 한 할머니가 파를 다듬으며 점심으로 먹을 누룽지를 끓이고 있다. 2019. 9.11.

엄밀히 말하면 오일장은 아니다. 2일과 7일에 열리던 장이었는데 2005년부터 토요일에 열렸다. 남해안 연안의 각종 어패류와 탐진강변 농토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거래된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장을 본 시민들이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있다. 2020.1.22.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서는 3일과 8일에 장이 열린다. 나루터를 중심으로 형성돼 해산물이 많이 거래됐다고 한다. 신안군 유일의 오일장이다. 추석을 앞둔 어머니들이 시장 근처 미장원에서 파마를 하고 있다. 2017. 9. 29.

전남 함평군 합평읍 기각리에서는 2일과 7일에 열린다. 예로부터 우시장이 유명해 ‘함평 큰 소장’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때문에 소고기 먹거리가 좋다. 육회 식당도 많다. 설을 앞두고 눈이 내리자 장을 본 시민들이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18.2.12.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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