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밀이 하러 왔어요”…외국인 ‘케이-다이브’ 관광 확산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방식이 단순한 명소 방문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일상을 직접 체험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여행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관련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크리에이트립이 발표한 ‘2025 인바운드 관광 트렌드’를 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형태는 한국인의 생활문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 체험하는 이른바 ‘케이-다이브(K-Dive)’ 현상이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작품에 등장한 대중목욕탕 문화를 체험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1인 세신 숍(때밀이)’ 상품 거래액은 상반기 대비 170% 증가해 인기 관광상품으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대중문화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자, 프리미엄 서비스를 지향하는 호텔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웨스틴 조선 서울이 지난 추석 명절에 내놓은 세신 상품 이용 고객의 8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고 한다. 외국인 가운데 미국인 비중이 20%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도 10%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웨스틴 조선 서울은 지난해 12월 해당 상품을 발전시킨 한국식 세신 프로그램 ‘온기(On-gi)’를 출시했다. 사봉의 바디케어 제품을 사용해 피부 타입별 맞춤 스크럽 서비스를 제공한다. 웨스틴 조선 서울 관계자는 “장기 투숙객의 이용 비중이 높은 편이며, 한번 경험한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다. 세신 후 제공되는 식혜에 대한 반응도 좋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에서 지난 11월 열린 ‘김치 만들기 시연’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빨리빨리’ 시스템이 녹아든 서비스는 외국인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또 다른 무기다. 크리에이트립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6~10월 안경원 상품 거래액은 직전 5개월(1~5월) 대비 약 1608% 폭증했다. 이유는 속도다. 다른 나라에서는 며칠씩 걸리는 제작 과정이 한국에서는 1시간이면 완료돼 즉시 수령이 가능해서다. 크리에이트립을 통해 안경원 상품을 예약한 외국인의 국적은 아시아·북미·유럽 등 전 세계로 다양했다. 이 중 미국인이 전체 예약의 약 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대만(26%), 독일(9%) 순이었다.
일상 서비스 체험을 넘어, 한국의 손기술과 생활문화를 배우는 체험형 숙박 상품도 등장했다. 엘(L)7 홍대 바이 롯데호텔은 지난해 12월 ‘한국 보자기 공예 수련회’ 패키지를 출시했다. 신청자에게는 다과, 보자기 2개와 노리개 1개가 제공된다. 보자기 공예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강사가 다과를 보자기로 감싸고 매듭짓는 방법을 알려준다.

한국의 자연과 사회에 이바지하며 특별한 가치를 찾는 관광도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여행사 어드벤처코리아는 지역마을과 연계해 관광과 봉사활동을 결합한 상품을 내놨다. 외국인 관광객은 충남 만리포 해변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면서 해변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배운다. 해변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곳곳에 숨어있는지 찾고, 야행 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부하는 기회다. 미세 플라스틱 제거가 끝나면 ‘자원봉사 인증서’도 발급된다.
한국의 정신적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 역시 여전한 인기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지난달 발표한 ‘2025년 템플스테이 참가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 158개 사찰에서 진행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외국인은 5만5515명이었다. 전년(4만8843명) 대비 13.7% 늘어난 수치다.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져 템플스테이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사찰에서는 한국 전통 양식을 오롯이 즐길 수 있고, 사찰음식, 명상, 108배 등 이색체험을 할 수 있어서다. ‘선무도’(불교 전통 수행법)로 유명한 경북 경주시 골굴사 템플스테이는 외국인만 연인원 7천여 명이 참가한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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