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는 물론 ‘채수’도 불가”…정산스님이 말하는 사찰음식은?

최성욱 기자 2026. 2. 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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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전문가 정산스님 인터뷰
채식이라고 다 사찰음식이라고 할 수 없어
수행자는 음식 맛 기억하는 것조차 잡생각
맛·향 강하지 않게 원형에 가까운 조리해야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 전통 계승으로 이어지길
정산스님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찰음식의 대중화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음식에 맛이나 멋을 내겠다고 이것저것 가미하는 것은 사찰음식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일입니다.”

사찰음식 전문가 정산스님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찰음식의 대중화와 관련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사찰음식이 지켜야 할 일종의 금기가 깨지고 있다는 우려다. 그는 “사찰에서 채수(菜水)를 사용한 음식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식용색소로 물을 들이거나 화려한 모양을 내는 장식 행위도 사찰음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산스님은 사찰음식을 대중에 처음 알린 선구자다. 그는 1961년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해 60년 가까이 사찰음식을 연구·복원해왔다. ‘사찰음식’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전국 25개 교구 본사를 돌면서 다양한 사찰음식을 채록했고, 사찰음식을 주제로 논문과 여러 권의 책을 쓰기도 했다. 정산스님이 1980년 처음 문을 연 사찰음식 전문점 ‘산촌’은 건강한 사찰음식 문화를 일반에 알리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그는 요즘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사찰음식에 대해 호텔식 뷔페나 대중음식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전통을 제대로 알아야 변형이 가능한 데, 그 원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산스님은 “음식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지금의 사찰음식 자체가 본연의 자세를 잃고 세류에 휩쓸려 이상하게 변질되고 해석되는 게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가 말하는 사찰음식의 정수는 최대한 식재료의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조리하는 방식이다. 정산스님은 “출가하면 맨 처음 범절과 수행에 관한 내용이 담긴 ‘초발심자경문’부터 배우는데, 수행자들은 생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생으로 먹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으니 삶고 데쳐서 먹는 것까지는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간단해야 하고 여러 식재료가 섞이지 않게 조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산스님은 가장 먼저 다시마, 무, 파 등을 넣고 끓인 밑 국물, 채수를 사용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전통 사찰음식에 채수가 쓰이지 않는 이유는 오욕(五欲) 중 하나인 식욕을 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행자들의 음식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 맛이나 멋을 위한 게 아니라는 원칙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단순히 고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사찰음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출가 직후 행자 시절 후원(後院)에서 밥 짓는 일부터 시작했다는 스님은 노스님과의 한 일화를 전했다. 그는 “당시 공양만 끝나면 매일 노스님께서 타박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욕을 멀리해야 할 수행자의 음식에 맛과 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꾸지람이었다. 수행자는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기억하는 것조차 잡생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했다.

사찰음식의 또 다른 특징은 주변 환경에 지배를 받는 계절음식이라는 점이다. 정산스님은 “채식요리로 이뤄진 사찰음식은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고기, 생선 외에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 사용을 금하고 있다. 때문에 한정된 식재료로 필수적인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자연 발생적으로 진화했다”며 “강원도 사찰은 산나물과 버섯을, 제주도 등 바닷가 사찰은 해조류를 이용한 음식이 많고, 평야에 자리한 사찰은 밭나물 위주의 반찬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북한이다. 정산스님은 2007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종교자대회 참석차 북한 묘향산 보현사를 방문한 뒤 요리책 ‘북한 사찰 음식’을 통해 북한 사찰음식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는 명허스님을 은사로 북한 사찰음식을 전수받기도 했다. 정산스님은 북한 사찰음식의 특징 대해 “우리보다 훨씬 싱겁다. 양념을 최소화한 사찰음식의 원형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무 속을 파내고 그 속에 두부와 버섯을 넣어 구워 먹는 ‘무숙찜’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산스님은 사찰음식을 전수하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다. 사찰음식으로 포교활동을 하겠다고 했다가 종단으로부터 승적을 박탈당하는 일까지 겪었다는 그는 “전통을 이어갈 사람이 승려이건 불자이건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중요하지 않다”며 “원형에 가까운 사찰음식 본연의 맛을 지켜줄 사람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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