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제 당신의 생각을 읽는다: 비침습 BCI에 베팅한 오픈AI [테크트렌드]
차세대 인터페이스 확보 노력

말 한마디 안 하고 카톡을 보내고 생각만으로 챗GPT를 사용할 수 있다면. 이는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라 오픈AI가 꿈꾸는 인간과 기계가 소통하는 미래 모습일 수 있지 않을까.
1월 15일 오픈AI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연구소인 머지랩스(Merge Labs)에 2억52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투자한다고 외신이 전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머지랩스는 뇌과학과 첨단기술을 결합해 뇌파를 초음파로 읽어내는 BCI 기술을 개발하는 뉴로테크(Nero tech) 스타트업이다.
회사명 앞 단어 병합(merge)에서 알 수 있듯이 머지랩의 BCI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직접 연결하는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에 대항하기 위해 비침습 방식의 BCI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단일 투자자로는 오픈AI가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으며 오픈AI의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BCI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미하일 샤피로 등과 함께 공동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실리콘밸리에서는 생성형 AI를 통해 AI 산업에 파괴적 혁신을 이끈 오픈AI가 챗GPT에 이은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뇌와 AI의 결합: 차세대 인터페이스 BCI에 투자한 오픈AI
BCI는 1973년 미국 UCLA에서 처음 제시된 기술 개념으로 뇌의 신경전달에서 나타나는 전기적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컴퓨터와 연결하는 기술이다.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외부 장치를 제어하거나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기술적 방식의 ‘텔레파시(Technological Telepathy)’라고도 불린다. 2000년 들어 연구개발이 진행돼 오다 최근 신경 기술 및 신경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BCI 기술이 주로 활용되는 분야는 의료 및 재활 분야에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국방 분야 등 다양한 산업 영역을 아우른다. 주로 신체 마비 환자나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도와주거나 게임에서 게임 환경을 제어하는 등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현재 BCI 기술에서 선두주자는 뉴럴링크다. 2016년 일론 머스크가 공동설립한 뉴럴링크는 뇌와 컴퓨터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BCI를 개발하고 있으며 주로 고대역폭 데이터 전송에 초점을 맞춘 임플란트 시연을 선보여 왔다.
2019년 생쥐를 시작으로 돼지에 컴퓨터 칩을 심어 뇌 신호를 수집했고 원숭이 뇌에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는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2021년 4월에는 원숭이 ‘페이저’가 뇌에서 나오는 신호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조작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간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뉴럴링크는 사용자가 전원에 연결해야 하는 기존 BCI와 달리 두개골 아래에 삽입되는 동전 크기의 임플란트 칩을 사용하며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마치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에 온라인 업데이트(OTA)처럼 뇌를 온라인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머지랩스의 혁신 포인트: AI와 BCI 결합, 인간과 기계의 소통방식, 안전성
우선 BCI 기술이 AI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AI 기반 BCI는 복잡하고 고주파의 신경 신호를 해독해 외부 장치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제어하도록 설계된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의 최첨단 융합 기술이다. 여기서 AI는 뇌 신호를 해독하고 이를 명령어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AI 기반 BCI 기술은 기존보다 더 안전하고 고대역폭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AI를 활용해 잡음이 많은 신경 신호를 해석하고 사용자 의도를 정확히 디지털 동작으로 바꾼다. 특히 머지랩스 기술은 기존 방식에 비해 고대역폭으로 뇌와 상호작용하고 첨단 AI와 통합해 더욱 안전하고 접근성이 뛰어나다.
물론 AI를 BCI 기술에 활용하는 것은 뉴럴링크도 마찬가지지만 두 회사의 차이점은 뉴럴링크가 침습적 방식으로 주로 의료 치료용에 중점을 둔다면, 머지랩스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치료용을 넘어 범용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머지랩스도 자사의 BCI 기술이 생물학적 지능과 AI를 융합해 인간의 능력과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오픈AI는 BCI를 사용자의 의도를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AI 시스템과 더욱 효율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는 차세대 핵심 인터페이스로 보고 이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인간과 기계가 소통하는 방식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챗GPT가 인간이 컴퓨터와 소통하는 방식에 일대 혁신을 가지고 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검색을 통해 연관성이 높은 사이트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간의 대화처럼 자연어를 통해 질문하고 응답하는 소통방식을 통해 더 나은 소통방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제 오픈AI가 머지랩스를 통해 추구하려는 방식은 AI의 다음 단계가 더 이상 언어모델(LLM)이 아니라 새로운 인터페이스라는 것을 시사한다. 입력하는 소프트웨어로서의 AI에서 생각만으로 작동하는 AI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마지막으로 안전성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뉴럴링크와 머지랩스 BCI 기술의 차이점은 뉴럴링크가 두개골을 열거나 전극을 뇌 조직에 직접 부착하는 침습식이라면, 머지랩스는 초음파 및 자기장을 사용해 신경 신호를 읽고 전송하는 인간의 뇌와 통신하는 비침습적 방식이라는 점이다.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뉴럴링크와는 달리 머지랩스의 BCI는 신경 신호만을 사용해 사람들이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침습적 BCI는 성능 면에서는 우수할지 몰라도 신경외과 수술에 따르는 비용과 감염 위험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런 측면에서 머지랩스의 비침습적 BCI 기술은 접근성과 보급률 측면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선결 과제: 신뢰성, 생체 안전성, 수용성
BCI 기술은 이미 근전도(EMG), 안구전도(EOG), 뇌전도(EEG) 등을 통해 신경생리학 분야에서 이미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BCI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선결 과제들이 있다.
우선 기술적 신뢰성(reliability)이다. 현재의 BCI 기술은 뇌 신호의 잡음(noise)이 심하고 해석 정확도가 낮아 인간의 생각이나 의도를 정확하게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AI 모델이 정확한 생각을 인식할 수 있도록 수학적인 좌표 값으로 바꾸는 과정인 벡터로 변환하는 일이 중요하다. BCI에 AI를 접목하는 것은 이 과정을 자동화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핵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생체 안전성(safety)이다. 뉴럴링크처럼 뇌에 기기를 이식하는 침습형 BCI 기술은 외과적 수술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 면역반응, 뇌 조직 손상 등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잠재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엄격한 임상시험 승인 및 안전성 검증이 요구된다.
다행히 올해 4월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의 레이어 7 피질 인터페이스 무선 BCI 기술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소식과 뉴럴링크의 FDA 임상시험 승인 뇌 이식 수술 진행은 BCI 안전성 확보를 향한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BCI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acceptance)이다. 무엇보다 누구나 일상에서 수술이나 거부감 없이 착용하고 특별한 훈련 없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뇌 이식에 대한 반감, 개인정보 이슈, 인지 능력 불균형, 개인의 생각 조작 가능성 등 윤리적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심용운 동국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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