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1통’ 징역 7년…‘의원 끌어내’ 반복한 尹, 사형일까? [피고인 윤석열]㊸

주문, 피고인을 징역 7년에 처한다.
'피고인 이상민'은 14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됐습니다. 충암고, 서울대 법과대학 출신으로 윤 전 대통령의 직속 후배이자 복심으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이었던 그는 사건이 '내사 종결'되며 혐의를 벗었고, 끝내 장관직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책임은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이번 주는 피고인 이상민의 재판을 돌아봅니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인가.' 이 질문에 대한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지난 12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했습니다.
이 전 장관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습니다. 내내 굳은 표정이었던 이 전 장관은 선고 직후 "아빠 괜찮아, 사랑해"라는 가족들의 목소리에 방청석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尹은 '내란 집단'"
재판부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기에 앞서,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비상계엄이 "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이 결합하여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 즉 내란 행위"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 지시로 국회가 봉쇄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직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도 실제로 있었다고 봤습니다.

이 지시에 따라 계엄군이 영장 없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고,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구금한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을 모의하고 주도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집단'으로 칭했습니다.
이들의 내란 행위가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를 포함한 국가 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그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며 "그 목적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선고 당시, 재판부는 징역 23년을 선고하며 비상계엄을 '12·3 내란',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명명했습니다.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 나온 셈입니다.
■ CCTV 담긴 'A4 문건'…"언론사 단전·단수 지침"
그렇다면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내란에 어떻게 가담했다고 봤을까요? 이 전 장관이 받는 핵심 혐의는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입니다.
먼저, 재판부는 이 언론사 단전 단수 계획을 '윤석열·김용현이 최초 수립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계획을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실제로 전달했다는 근거는 무엇이었을까요.

계엄 당일 국무회의가 열린 대통령실 대접견실 CCTV에는 국무위원들이 A4 크기의 문건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 전 장관이 상의 왼쪽 안주머니에서 이 문건을 여러 번 꺼내 펼쳐보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모든 국무위원이 떠난 뒤, 이 전 장관과 한 전 총리는 둘만 남아 이 문건을 보며 11분간 대화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문건이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직접 건넨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침'이라고 봤습니다.
그 근거로 '기관명과 시간이 적힌 문건이 있었다'는 김 전 장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복수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이 전 장관 스스로도 '집무실 원탁에서 해당 문건을 봤다'고 진술했다고도 짚었습니다.
반면 이 전 장관 측은 이 문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국무회의 전 참석한 '김장 행사'의 일정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CCTV상 확인되는 이 전 장관의 상의 왼쪽 안주머니에 있던 문건들과 (김장 행사) 팸플릿은 그 크기, 색상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당 문건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한덕수는 '이 전 장관으로부터 당일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문건 내용 소방청에 전달…"'단전·단수' 언급한 유일한 사람"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문건'을 받고 소방청에 이 내용을 전달했다고 봤습니다.
이런 판단에는 소방청 관계자들의 법정 증언이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은 지난해 11월 이 전 장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전 장관으로부터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성을 공격할 때 물을 끊고 쌀을 끊는 모습"을 연상했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 장관님이 이어서 '단전 단수 요청을 소방청은 받은 것이 있느냐' 이렇게 여쭙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청받은 게 없습니다'라고 말씀을 제가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장관님이 말씀이 그때부터 더 빨라지셨는데요. 언론사 몇 곳을 빠르게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걸 제가 기억을 유추하면 한겨레, 경향, MBC, JTBC, 김어준의 뉴스공장 그렇게 기억을 합니다. (중략) 24시에 경찰이 그곳에 이제 그 투입된다, 아니면 진입된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고요. '연락이 오면 서로 협력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라' 이렇게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최우선이니, 그 과정에서 경찰 협조가 필요하면 언제든 협조하라"는 일반적인 지시를 내렸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태원 참사 경험 때문에 안전사고를 염려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 단순한 업무 협조 요청이라고 볼 수 없고, 직접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경찰 투입 관련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진술이 갈리는 상황에서 재판부는 소방청 관계자들의 후속 조치에 주목했습니다.
이 전 장관의 전화 이후, 소방청 내에서는 단전·단수가 소방청 업무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논의, 언론사 소재지 관할인 서울소방재난본부에 경찰의 협조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이 이뤄졌습니다.
재판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등 소방청 본연의 업무에 대한 지시 내지 당부였다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의견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방청 관계자들이 이 전 장관의 지시에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도 짚었습니다.
이 전 장관이 "허석곤에게 전화해 경찰의 24시 언론사 진입 계획을 알리고 언론사 단전 단수를 언급했다"라며 "당일 소방청에 경찰의 언론사 진입 계획 및 단전·단수를 언급한 사람은 이 전 장관이 유일하다"라고도 말했습니다.
■ "소방청 '전화 한 통'이 전부"…직권남용은 무죄
결과적으로 언론사 단전·단수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내란에 가담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계획의 실행 여부와는 별개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내란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전체 구성 내란 행위에 포함되는 개개의 행위에 부분적으로 참여하여 내란 행위에 가담함이 인정되는 이상, 일련의 폭동 행위로 인하여 기수에 이른 내란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이 전 장관이 내란을 모의하지는 않은 점,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 외에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보긴 어려운 점, 실제로 단전·단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전 장관이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당시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윤 전 대통령이 비상 입법 기구 관련 문건을 받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위증했다는 혐의, 일선 소방서에 단전·단수 조치를 위한 대응 태세를 갖추도록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한덕수는 23년, 이상민은 7년…형량 갈린 이유는?
내란 특검팀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에게 모두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한 전 총리에겐 구형량보다 훨씬 높은 징역 23년이, 이 전 장관에게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징역 7년이 선고됐습니다.
두 재판부 모두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계엄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지만, 계엄 당시 두 사람의 '지위'와 '책임'의 차이가 형량을 가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한 전 총리의 '부작위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국정 2인자'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말렸다면 비상계엄은 선포되지 않았을 거라며, 국무총리로서 해야 했음에도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중하게 물었습니다.
[연관 기사]대통령 꿈꾼 ‘관운의 남자’, 尹과 찍힌 CCTV 앞에서 멈췄다 [피고인 윤석열]㊵(2026. 1. 2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468147
반면 이 전 장관에 대해서는 계엄 주무 부처인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정부 고위공직자'로서의 다소 추상적인 책임을 따졌습니다.
앞선 결심 공판에서 특검팀이 "경찰청과 소방청을 지휘·감독해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을 책임지는 지위"라며 행안부 장관의 역할을 강조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국무위원 소집과 회의록 작성 등 '국무회의 서무 책임자'로서의 역할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양형 사유에는 여기에 대한 판단도 없었습니다.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국무위원 소집을 주도했다며 계엄에 '선제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이 전 장관이 수행한 임무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에 그쳤다며 그 역할을 '수동적 전달자'로 한정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법원의 연이은 판단. 과연 비상계엄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에게도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선고는 오는 19일 오후 3시에 진행됩니다. 선고 모든 과정은 생중계됩니다.
[그래픽 이성주 염윤지 / 화면 제공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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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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