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강남 벌판에 세워진 압구정현대 865만원서 700배 뛴 60억원

정민하 기자 2026. 2.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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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아파트 얼마나 뛰었나
은마아파트 2000만원서 43억원
재건축 따라 같은 강남서도 가격 벌어져
1978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앞에서 농부가 소로 밭갈이를 하는 모습. 농부가 밭을 갈던 곳은 현재 압구정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강남구청 아카이브강남

서울 강남구 주요 아파트 정비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들이 유례없는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최근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3.3㎡(평)당 1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반세기 전 흙먼지 날리던 강남 벌판에 세워진 압구정현대와 은마아파트 등 대표 재건축 단지의 최초 분양가와 오늘날 시세를 짚어봤다.

압구정현대는 단순한 주거 단지를 넘어 우리나라 부촌의 지형도를 바꿨다. 1976년 1·2차를 시작으로 1987년까지 14개 단지 83개 동, 총 6335가구가 입주했다. 압구정역을 지나 한강 방면으로 뻗은 논현로를 기준으로 동쪽에 압구정3구역(구현대), 서쪽에 압구정2구역(신현대)이 마주 보고 있다.

1950년대 압구정동 일대. 강북에만 건물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서울역사아카이브

신문 광고 등에 따르면 1976년도 30평형대 최초 분양 가격은 865만원으로, 평당 28만원 정도였다. 당시 초임 공무원의 연간 총급여가 50만원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때도 고가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로부터 약 50년이 지난 지금, 압구정현대 시세는 최초 분양가의 700배가 됐다. 압구정 현대3차 전용면적 82㎡는 지난해 11월 60억7000만원에 팔리며 실거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역설적으로 오늘날의 압구정현대를 만든 것은 1978년 터진 일종의 ‘추문’이었다. 초기엔 높은 분양가와 열악한 인프라 탓에 압구정현대엔 미분양이 발생했다. 그런데 사회 고위층으로 불리는 정치인·고위 공무원 등이 압구정현대를 특혜 분양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아파트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후 1980년대 강남 부동산 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1989년 3.3㎡당 가격이 약 940만원에 달하는 등 부촌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5년 10월 13일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된 서울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 옥상에서 재건축 모형 도감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

압구정현대와 더불어 강남 집값의 대명사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40여 년 동안 가격이 183배 올랐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 43억1000만원(13층)에 매매계약이 체결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1979년 당시 분양가는 2339만원으로, 3.3㎡당 68만원이었다. 당시 평균 가구 소득이 14만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곳 역시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다.

1979년 준공 당시만 해도 양재천 변 늪지대에 세워진 4000여 가구의 대단지는 ‘미분양의 늪’에서 허덕였다. 분양가가 비싼 데다 가구 수가 너무 많아 절반이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명문 학교들의 강남 이전과 함께 대치동 학원가가 형성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2001년 말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사교육의 중요성이 절실해지자 학부모와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치동으로 몰려들었고, 은마아파트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됐다.

부동산R114 제공

이처럼 50년 전 뿌려진 재건축의 씨앗은 시간이 흐를수록 노후 단지의 가치가 오히려 일반 아파트를 압도하는 현상을 일으켰다. 재건축 단지를 향한 시장의 열망은 최근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정비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신축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되자, 일반 아파트와의 격차는 유례 없이 벌어지는 추세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억784만원이었다. 2024년(9243만원)과 비교해 16.7%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5년(3510만원)과 비교하면 세 배가량 올랐다. 이에 비해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한 강남구 일반 아파트 3.3㎡당 평균가는 8479만원이었다. 재건축 아파트보다 2305만원가량 낮다.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 간 가격 차는 2015년 511만원에서 10년 만에 3.5배 넘게 벌어졌다.

그래픽=정서희

부동산 업계에선 장기간 표류하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들은 잇달아 시공사 선정에 나서고 있다. 4구역이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고, 압구정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3구역과 5구역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에는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2구역(신현대 9·11·12차)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1996년부터 재건축 논의가 시작됐지만 수십 년간 표류하던 은마아파트 역시 30년 만에 시곗바늘이 돌기 시작했다. 2022년 35층 고도 제한이 폐지되고, 지난해 12월 정비계획 변경안 심의가 통과되면서다. 은마아파트는 최고 49층, 총 5893가구(공공주택 1090가구) 규모로 새롭게 탈바꿈할 예정이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단순한 구축이 아니라, 한강 변 입지와 학군이라는 불변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난 50년간 대한민국 부의 이동을 상징하는 지표였다”면서 “여기에 신축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지면서 자산 양극화가 공고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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