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안듣는 우리 엄마 혹시…이번 설엔 ‘소변’ 체크해보세요 [생활 속 건강 Talk]
야간뇨·거품뇨 여부로 콩팥 확인
호르몬 감소는 남성 갱년기 유발
간질환 키우는 명절 음주·과식 경계

윤혜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혈압약을 2~3가지 이상 복용해도 조절되지 않거나 최근 갑자기 혈압이 상승했다면 신장 질환에 의한 이차성 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으로는 원인을 단정하기 어려운 질환이 적지 않다. 설 명절은 평소에는 놓치기 쉬운 부모의 건강 변화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고혈압과 간 질환, 남성 갱년기처럼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질환은 일상에 묻혀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사소한 변화가 질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이번 연휴를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계기로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년 이상의 부모님이 ‘혈압이 조금 높은 편’이라고 말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노화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고혈압과 신장질환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기능이 저하되고, 반대로 신장이 나빠지면 체내 염분과 수분 조절이 어려워져 혈압이 다시 오르게 된다.
신장질환은 소변 검사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이상 신호가 포착된다. 단백뇨로 인한 거품뇨, 혈뇨, 소변량 감소, 야간뇨 등이 대표적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소변에서 먼저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종도 중요한 단서다. 신장이 체내 수분과 염분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얼굴이나 발목, 종아리 등에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부종이 하루종일 지속되고 혈압 상승이 동반된다면 신장 기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윤 교수는 “초기에는 피로감이나 부종, 소변 변화가 매우 경미해 일상에서 놓치기 쉽다”며 “설 연휴를 계기로 부모님이 밤에 소변 때문에 자주 깨지는 않는지, 얼굴이나 발목이 눈에 띄게 붓는지 한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웅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남성 갱년기는 흔히 성기능 저하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신체와 정신 전반에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며 “최근 기력이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는지, 활동량이 줄었는지, 우울감이나 짜증, 의욕 저하 같은 정서적 변화는 없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단은 혈액검사와 증상 평가를 종합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5ng/㎖ 미만이면 남성 갱년기로 보지만 학회마다 기준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단순히 특정 수치 이하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결정하기보다는 혈중 농도가 정상보다 낮으면서 성욕 감퇴, 피로감, 우울감 등 관련 증상이 동반되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남성호르몬은 하루 중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변동 폭이 있어 반복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치료는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이 활용된다. 배 교수는 “남성호르몬 치료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범위로 올라가면 성욕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연구에서는 기억력 향상이나 근육량·골밀도 증가, 심혈관계 지표의 개선 효과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다만 호르몬 보충요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전립선암 치료 이력이 있거나 전립선 결절·종괴가 있는 환자, 전립선암 고위험군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을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에서는 적혈구 증가증, 심장 비대, 수면무호흡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겔형, 비강 흡수제, 주사제 등 다양한 제형이 사용되고 있다. 배 교수는 “초기에는 겔이나 1개월 제형으로 약물 반응과 부작용을 확인한 뒤 혈중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3개월 지속형 주사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약물치료에 앞서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남성호르몬은 근력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분비가 촉진되는 만큼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배 교수는 “활동량이 많은 직업군에 비해 장시간 앉아 근무하는 사무직은 신체 활동이 부족해 증상이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며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 역시 남성호르몬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의수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간 질환으로는 만성 B형·C형 간염, 비만·당뇨·고지혈증과 연관된 대사이상 지방간,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간세포 손상과 알코올성 간질환, 만성 염증에 따른 간경변증 등이 있다”며 “이러한 질환은 장기간 관리되지 않을 경우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간암은 폐암에 이어 국내 암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한다. 5년 상대생존율은 약 40% 수준으로 전체 암 평균인 70%대에 비해 여전히 낮다. 국가 검진 사업과 B형 간염 백신 접종의 영향으로 전체 발생률은 감소 추세지만 40~50대 경제활동 인구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으로 꼽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서도 간암 사망률이 높은 수준이다.
간암 치료는 환자의 간 기능과 종양의 크기, 개수, 위치 등에 따라 결정된다. 수술적 치료인 간절제술과 간이식, 비수술적 국소치료인 경동맥 화학색전술과 고주파 열치료,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간절제술은 암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교수는 “간은 우리 몸에서 혈류가 가장 풍부한 장기이자 크고 작은 혈관과 담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대량 출혈 위험이 높아 외과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수술로 여겨져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간은 일부를 절제하더라도 약 6개월 이내에 상당 부분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종양을 제거하면서도 남은 간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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