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 또 정쟁으로?... '이재명표 주거'에 누가 돌을 던지나 [왜 지금]
야권 “현실 모르는 발언” 정쟁 불씨 지핀 공세
李, 자산 불평등 해소·시장 공정성 회복이 핵심
정치 아닌 '정책의 언어'로 주거 해법 찾아야
[지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가 정국을 흔들고 있다. 부동산관 관련해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암적인 문제"로 규정한 그의 메시지는 피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거 구조와 자산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였다.

이 대통령은 투기 중심의 부동산 구조를 향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계기로 정치권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하지만 이번 논의의 본질은 정작 ‘주거의 공공성’과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에 있다. 정치의 언어로 소비되는 동안 정책의 의미는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정책 발언의 맥락, 주거를 ‘투자’에서 ‘생활’로
논란의 출발점은 이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우리 사회는 부동산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누구나 한 채의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이는 단순히 ‘1주택 권유’의 의미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경제정책 신호였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부동산 가격 급등의 후유증은 여전히 서민 주거 안정의 가장 큰 변수다.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일부 완화 정책이 있었지만, 다주택자의 보유세 완화와 대출 규제 완화는 자산 불평등을 더욱 키워왔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투기 억제’ 방향은 그 흐름을 되돌려, 주택을 ‘공공재적 성격’으로 접근하는 경제 체질 전환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 및 분양지원 확대, 보금자리론 금리 완화, 투기성 대출 규제 강화 등 다층적 정책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자산 집중 현상은 여전하며, 임대 시장의 공급 불균형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이같은 현실 속에서 주거를 투기의 언어가 아닌 삶의 언어로 되돌리자는 선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의 반발, ‘현실 모른다’는 야권의 공세
이 발언 직후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즉각적인 비판에 나섰다. 그는 특히 이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설 민심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명절에 95세 노모를 찾아뵈었는데, 대통령의 X(옛 트위터) 글을 보고 집을 잃을까 걱정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다주택 규제 관련 메시지가 고령층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명절부터 부모 세대가 걱정에 잠겼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국민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의원은 SNS에서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규칙을 어긴 사람들’이라 비난했지만 어떤 규칙인지도 밝히지 않았다”며 “부동산을 선거용 땔감으로 삼는 선거공학적 접근, 나쁜 정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1주택 갈아타기 수요’”라며 “대통령의 진단 자체가 틀렸다”고 비판했다. 전세난·월세 폭등 등 부작용은 서민에게 전가된다고 했다.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비판은 다소 단편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주택 보유와 불로소득에 대한 조세 강화는 이미 OECD 국가들의 보편적 흐름이다.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은 투기성 부동산 거래에 차등 과세를 부과하고, 보유 주택 수가 늘어날수록 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주택의 ‘투자재화’ 성격을 일정 부분 억제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소비 여력과 생산성 투자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경제정책적 해석, 자산 불평등의 고리 끊기
대통령의 발언이 지향하는 핵심은 ‘자산 불평등의 구조적 완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의 부동산 자산 점유율은 이미 전체의 70%를 넘었다. 이는 금융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심각하며, 사회 이동성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부동산은 다른 자산보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일정 부분 개입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경제정책 설계에서는 늘 ‘효율’과 ‘형평’이 충돌한다. 자유시장 논리는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부동산은 공급이 제한된 자산인 만큼 완전경쟁 시장이 아니다. 정부가 누진적 과세나 대출 규제, 공공주택 확충을 통해 시장 왜곡을 조정하는 것은 자본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조정에 가깝다. 단순한 간섭이 아니라 시장의 공정성을 바로잡는 조치다.
이 대통령의 ‘1주택 중심 사회’ 구상은 이런 맥락에서 읽혀야 한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경제학적으로 이는 ‘투기적 수요 억제→실수요 중심 공급 구조→자산 불평등 완화→주거 안정성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거래 감소, 전세 시장 경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계부채 완화와 소비 여력 회복이라는 거시경제적 안정 효과가 예상된다.
야권의 정치적 계산과 ‘정책의 왜곡’
그러나 이러한 정책 철학이 정쟁의 무대에 오르자, 논의는 이내 본질에서 벗어났다. 장 의원의 “부동산 정책이 국민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발언은 감정적 공세에 가깝고, 윤희숙 전 의원의 “부동산을 선거용 땔감으로 삼는 선거공학적 접근, 나쁜 정치”라는 주장은 이념의 언어로 해석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당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 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경제정책이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소비되는 동안, 국민의 실질적 주거 불안은 계속 방치된다. 이번 논쟁 역시 ‘집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사이의 구조적 불균형이라는 근본 문제를 가리기보다, 정당 간 이념 대립으로 전환된 격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불평등 완화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책 방향의 언어다.
해외서는 시장 자율·공공성 균형 강화
세계 주요국은 이미 주택 시장의 투기 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캐나다는 다주택자에 대해 지방세와 취득세를 차등 부과하고, 외국인 보유 주택에는 별도의 양도세를 부과한다. 영국 역시 두 번째 주택부터는 취득세를 3%포인트 가산한다. 이러한 정책은 시장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산 편중을 완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한국 정부의 방향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단기적 거래 위축은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주거 안정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고, 내수의 구조적 활성화를 이끈다. 부동산에 묶인 자금이 생산적 투자로 이동하면, 혁신 산업과 지역경제 활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정부의 정책은 단순한 도덕적 메시지가 아니라,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적 이동성을 복원시키려는 경제정책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정책의 언어 vs 정치의 언어
지금 필요한 건 누가 이겼느냐의 정치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을 이념 논쟁으로 몰고 가는 건 비생산적”이라며 “현실을 모른다는 비난보다, 불평등을 줄이는 실질적 논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결국 정치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지 주택의 숫자를 말하지 않는다. 이는 시장주의의 한계를 넘어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안전망을 이야기하는 경제철학에 가깝다. 정치가 이를 정쟁의 소재로만 소비한다면, 국민의 주거 불안은 오히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공방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자산 구조를 어떤 방향으로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국민의 피로 어린 물음은 결국 야권만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를 향해 있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건 정쟁이 아니라, 현실적인 정책 해법이다. 불평등한 주거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 한 채의 집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이 논쟁이 궁극적으로 향해야 할 목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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