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천 등 ‘알짜’ 땅에 6만가구 짓는다는데…터져나오는 주민 반발이 관건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6. 2. 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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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67]
1.29 부동산 공급대책 발표
용산 1.3만호, 과천 0.9만호
강남·송파에도 소규모 공급
알짜 입지 호평 나오지만
지역주민 반발에 속도 의문
[매경DB]
정부가 최근 수도권 알짜 입지에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1.29 부동산 공급 대책입니다. 상급지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와 경기 과천 물량이 대거 포함된 게 눈길을 끕니다. 두 곳에만 약 2만 3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는 전체 물량 가운데 3분의 1에 달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 강남·송파·성동구 등에 주택을 속속 짓겠단 목표를 세웠습니다. 비록 200~600가구 수준의 소규모 단지라도 말이죠. 도심 속 좋은 입지를 ‘영끌’해 주택을 공급한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핵심지 알짜배기 땅의 대방출이라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상당수 물량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배정할 계획입니다.

입지도 취지도 좋지만, 빠른 공급이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정부 대책 발표 후 여러 지역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반대하면 신속한 공급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됩니다. 오늘은 1.29 대책과 지난 2주간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한복판 용산에만 1만 3501가구 공급
[사진출처=국토교통부]
대책의 서울 승부처는 용산구입니다.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인 이곳에 주택을 무려 1만 3501가구나 공급한다고 합니다. 먼저 1호선과 경의중앙선, KTX가 지나는 용산역 뒤편엔 용산정비창 용지(약 46만㎡)가 빈 땅으로 남아있죠. 이 땅은 용산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될 예정인데요. 이곳을 개발할 때 주택 1만 가구를 함께 짓는단 구상입니다.

원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엔 주택 6000가구를 건설하겠단 내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주택 4000가구를 더 짓게 됐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용적률과 주거비율을 올려줄 방침입니다. 사업계획 변경을 거쳐 2028년 첫 삽을 뜨는 게 목표입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용산역 초역세권 대단지가 생기는 셈입니다.

서울 용산구 캠프킴 부지 현장. [매경DB]
공급 물량이 늘어난 건 용산 캠프킴 용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계획물량(1400가구)보다 훨씬 늘어난 주택 2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오는 2029년 착공을 추진합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호선 남영역과 4·6호선 삼각지역이 인접한 용산 캠프킴 용지는 용산공원과 남산 조망이 모두 가능한 최고의 입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용산구 곳곳에 주택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용산구 서빙고동 일대 501 정보대 용지(150가구)가 대표적입니다. 경의중앙선 서빙고역과 인접한 이 땅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소형주택 150가구를 짓는다고 합니다. 국공유지와 노후청사도 적극 활용합니다. 용산 유수지(480가구), 용산 도시재생 혁신지구(324가구), 용산우체국(47가구) 등을 개발하는 방안입니다.

“교통·교육 감당불가”...서울시·용산구 반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지 전경 [매경DB]
정부는 앞으로 2~3년 안에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당장 서울시와 용산구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일단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를 짓는 건 수용하기 어렵단 입장입니다. 아무리 늘려도 최대 8000가구까지만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래야 국제업무지구로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업무지구로서 장기적 도시경쟁력 강화란 목적과 당장 서울 내 주택공급이란 목표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집만 많이 짓다 보면 나중에 남는 것도 집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개발 인허가권을 쥐고 있기도 합니다. 서울시가 개발계획에 하나하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 신속한 공급은 공염불에 그치게 됩니다.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앞에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에 항의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용산구는 한층 더 강하게 반발하는 중입니다. 교통과 교육 여건을 고려하면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란 겁니다. 용산구는 “구내엔 이미 한남뉴타운 등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이 많다”며 “여기에 1만 가구 이상이 들어서면 교통 체증 심화, 생활 SOC 부족, 학교 여건 악화 등 생활권 전반에 심각한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서울시 2024년 교통량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용산 인근의 핵심 간선도로인 강변북로는 이미 하루 평균 22만3105대가 오가는 최악의 정체 구간입니다. 용산 도심 진입 관문인 한강대교 또한 8만8794대가 몰려 과포화 상태죠. 물론 정부는 교통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단 입장입니다. 그런데 학교 신설 문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게 없습니다. 주민들은 이에 근조화환 시위까지 벌이는 상황입니다.

준강남 과천에 9800가구...경마장·방첩사 이전추진
경기 과천시 과천경마장 인근 모습 [매경DB]
정부가 경기권 승부처로 꼽은 과천도 마찬가지입니다. 1.29 대책엔 경기 과천 일대에 주택 9800가구를 공급하겠단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과천시 주암동에 있는 과천 경마장(렛츠런파크)과 국군방첩사령부를 옮긴 후 빈 땅을 통합 개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서로 붙어있는 두 땅의 면적을 합하면 143만㎡(43만평)에 달하는데요. 이곳에 9800가구를 짓겠단 겁니다. 오는 2030년 착공하는 걸 목표로 세웠습니다.

정부가 두 땅을 고른 건 상대적으로 이해관계를 풀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경마장은 농림축산식품부, 국군방첩사령부는 국방부와 소통하면 됩니다. 아무래도 민간보단 협조가 쉽겠죠. 게다가 대상지는 개발 호재가 많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대와 가깝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하림그룹의 도시첨단물류단지 등 양재동엔 개발 호재가 많다”며 “과천 주암동 일대가 배후단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과천 경마공원 이전에 반대하는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다만 과천시 역시 이번 대책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상황입니다. 과천시는 “교통과 상하수도, 소각시설 등 기반시설 확충 계획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택지 지정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천시는 “지역 내 4개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미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며 “추가적인 대규모 주택 개발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과천에선 지식정보타운을 포함해 과천주암, 과천과천, 과천갈현 공공주택지구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들 용지에 계획된 주택 수가 2만 가구를 훌쩍 넘어서는 상황이죠. 이들 지구 개발이 완료된 것도 아닌데 이미 과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통로인 과천대로(남태령)는 포화 상태이기도 합니다. 하루 6만 6465대의 차량이 오가는 탓입니다. 기존 주민 입장에선 교통 지옥이 더 심해지는 게 달갑지 않겠죠.

군부대 땅 다수 포함...태릉CC 빠른 개발은 글쎄
대규모 사업지일수록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커 지자체와 지역민 반발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빠른 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게다가 올해 6월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지역 정치인들이라면 민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그나마 신속하게 개발이 가능한 곳들은 어딜까요.
서울 노원구 태릉 군골프장 전경 [매경DB]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찾아본다면 군부대 땅이 아닐까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국방부가 1.29 공급 대책에 협조적인 입장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번 대책엔 군부대와 관련 있는 용지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서울 강서구 군부지(918가구), 금천구 독산 공군부대(2900가구), 동대문구 국방연구원(1500가구), 경기 남양주시 군부대(4180가구), 고양시 구 국방대학교(2570가구) 등입니다.

물론 국방부 땅이라고 해도 진통이 불가피해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노원구 태릉CC 일대 군 골프장 용지(87만 5000㎡)가 그 주인공입니다. 정부는 이곳에 주택 6800가구를 공급하겠단 입장입니다. 세계유산인 태릉·강릉 인근에 지어지는 만큼 중저층 주택을 짓겠다고 했죠. 다만 세계유산영향평가,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난관이 많습니다. 태릉CC 일대의 교통 혼잡도 역시 높은 편인 만큼 노원구민 반발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격주로 찾아옵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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