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8도’ 비닐하우스 살다 숨진 딸…대한민국이 외면한 1880일
[앵커]
2020년 추운 겨울, 경기 포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이주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난방 장치가 고장 난 이 비닐하우스는 노동자의 숙소였습니다.
유족들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한국 정부의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지난달에야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들의 이야기, 신현욱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친구와 꿈을 이야기할 나이 스물일곱 살, 캄보디아를 떠나 한국을 찾은 속헹 씨.
[난 님/고 속헹 씨 어머니 : "딸이 캄보디아를 떠나서 한국에 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부모인 우리를 위해서였어요."]
한국은 꿈꾸던 곳과는 달랐습니다.
기숙사는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불법 가건물.
[콘 포브/고 속헹 씨 언니 : "컨테이너에서 서너 명이 같이 지낸다고 했어요. 일하는 건 힘들다고 안 했는데 지내는 곳이 힘들다고 했어요."]
속헹 씨는 2020년 겨울, 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날 기온은 영하 18도, 난방 장치는 고장 나 있었습니다.
그의 서랍엔, 3주 뒤 고향으로 갈 항공권이 있었습니다.
[콘 포브/고 속헹 씨 언니 : "더 일할 수 있게 되면 돈을 많이 모을 수 있을 테니 이곳에서 마사지 가게나 미용실을 열려고 했어요."]
딸이 낯선 땅의 차가운 비닐하우스에서 쓰러진 이유, 부모는 그 답을 찾으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습니다.
법원은, 적법한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줘야 할 정부가 단 한 차례 점검도 안 했다며 그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콘 포브/고 속헹 씨 언니 : "그저 바라는 것은 지금 추운 달이니 사람들이 숙소에 제대로 된 보일러가 있어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거예요."]
정부는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하자, 사과 서한을 보냈습니다.
속헹 씨가 숨진 지 1880일 만입니다.
[눈 이엠/고 속헹 씨 아버지 : "우리 딸이 정의를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주신 대한민국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딸은 이제 평온히 잠들 수 있어요."]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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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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