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인정하나 선처" "부당이득으로 국민 피해"…공정위가 제당 3사 엄단한 이유는? [MTN 현장+]

임태성 기자 2026. 2. 1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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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공정거래위원회, 제당 3사 담합에 과징금 4083억원 부과
제당 3사 "담합 인정하나 선처 바란다"…과징금 깎기에 혈안
공정위 "30% 고율관세로 보호받는 설탕 산업…그럼에도 담합으로 국민 피해"
2~3%대이던 영업이익률 2년새 9%대까지 오르기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제공=뉴시스

"물의를 일으킨 점 사죄드립니다. 다만 한가지 고려해 주실 부분은…."

"사죄를 하신다고 하는데 B2B 거래이긴 하지만 실제 피해자는 우리 국민 아닙니까?"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는 제4회 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안건은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3사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 설탕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전원회의가 시작되자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 측은 제당 3사의 혐의 내용을 읊기 시작했습니다. 제당 3사가 가격을 인상·인하할 때 수십차례 직급별 모임을 가지며 가격을 담합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습니다. 특히 "2007년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에 나섰다"라거나 "정제당은 생필품이란 이유로 30% 고율 관세로 보호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제당 3사 측은 "담합은 인정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다만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선처를 부탁한다"라고도 공통되게 말했습니다. 요지는 정제당의 원재료비가 제조 원가의 80% 이상인 데다 가격 결정 주도권은 대규모 거래처들에게 있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물가 안정화 대책 등 정부의 행정지도 탓에 원가 상승을 가격에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들은 더 나아가 과징금 경감 사유를 세세히 발라내기 시작했습니다. 단독 거래처 건은 빼야 한다거나 가격 인상 실행 시점부터 매출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매출액 산정 시점을 월단위로 쪼개가면서 과징금 규모를 줄이려 노력했습니다. 게다가 회사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의 경우 "과도한 과징금으로 설탕 산업에서 퇴출되게 된다면 국내 내수 설탕 시장은 두 회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독과점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진술서 작성 및 조사에 성실히 응했다"라거나 "선제적으로 B2C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라는 등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등을 기대하는 듯한 발언도 종종 나왔습니다. "공동행위를 깊이 반성한다"라는 발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다만 공정위 측은 모든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이어갔습니다. 특정 회사가 단독으로 주도한 담합도 아닌 데다, 단독 거래처에 대한 입찰도 결국 담합 당시 거래처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 변동폭이 형성된 만큼 무관하다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행정지도도 결국 담합을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었습니다. 특히 "원당 가격에 따라 가격을 더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거기에 하방 경직성까지 있던 건 결국 담합 때문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회 후 오후 1시. 위원 질의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모 위원은 "정제당 시장은 무역장벽으로 보호 받는 데다 대규모 장치 산업이라 신규 플레이어가 들어오기도 어렵다"라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데도 담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 경제 전반에 영향이 클 것"고 지적했습니다. 무역 장벽까지 둬가면서 내수 설탕 시장을 보호해줬는데 결국 담합으로 더 많은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겁니다.

제당 3사는 이런 시장 우위를 통해 이익률을 극대화했습니다. CJ제일제당의 설탕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2.8%에서 이듬해 4.5%, 2024년에는 5.7%까지 확대됐습니다. 삼양사는 같은 기간 3.3%에서 5.4%, 7.0%까지 올랐고, 대한제당은 4.0%→5.8%→9.1%까지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와 고물가 등 국민 고통이 심했던 시기에 오히려 본인들의 배는 불려 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실제로 한 위원은 "장치 산업은 장기적으로 생산 설비 보상과 인건비, 최소한 이윤율을 제외한 잉여수익은 0이 돼야 한다 생각한다"며 "자연독점 산업의 교과서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이기도 한데 오히려 제당 3사의 영업이익이 상당히 높다는 데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다른 위원도 "담합으로 인한 거래 상대방이나 소비자 등에 미치는 피해가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고도 했습니다.

자연독점 산업이란 인프라 투자비가 막대해 한 사업자가 공급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산업 구조를 뜻합니다. 예컨데 전력·수도·가스·철도 등이 해당됩니다. 이들은 경쟁이 없기 때문에 과도하게 이윤을 창출하더라도 소비자의 대체 선택이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때문에 자연독점 기업은 초과이익을 내는 사업이 아닌 비용 회수형 공공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교과서적 규제 철학이 자리잡은 겁니다. 원가보상 규제나 정상 이윤 규제 방식 등으로 독점기업의 폭리를 막아야 한다고도 합니다.

더 나아가 제당 3사가 조사 기간 중에도 의견 공유를 이어갔다는 데에도 지적이 나왔습니다. 다른 모 위원은 "현장 조사가 이뤄지면 담합이 중단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제당 3사는 오히려 중단을 하지 않고 공동 대응을 논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검찰의 담합 조사 당시 "공선생(공정거래위원회)에게 들키면 안 된다"라며 제분업체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눈 것과 유사한 흐름입니다.

오후 세 시 반. 공개 구술 심의가 끝난 후 각 사의 감면신청을 받는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그날 회의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고 전해집니다. 그러고 다음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제당 3사에 과징금 4083억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에 나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담합은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불공정 행위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2007년 당시에도 기업 운영의 위기에 가까운 과징금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변화가 없는 이런 사태를 보며 굉장히 실망감이 컸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임태성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