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아가씨’ 대신 이름으로?… 설 앞두고 호칭 논란 재점화
지난해 9월 결혼한 주부 이하늘(29)씨는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에 사극 한 편을 찍고 있는 기분이다. 첫 명절이니 만큼 한복을 입고 오라는 시어머니 말에 하루종일 한복을 입고 집안 일을 돕고 있다. 남편의 남동생과 여동생에게는 꼬박꼬박 ‘도련님’, ‘아가씨’라고 불러야 한다. 하지만 시가 식구들이 오씨를 부르는 호칭은 ‘며늘애야, 새아가, 새언니, 형수’ 등 하대 수준이다. 이씨는 “결혼한 여성들은 남편 가족들에게 사용하는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등의 호칭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성차별적이다”고 호소했다.

여성들의 문제 제기는 수치로도 이미 확인됐다.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도련님·아가씨 등의 호칭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여성의 93.6%가 ‘바꿔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국립국어권과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는 호칭 개선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은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를 발간해 남편 동생을 ‘ㅇㅇ(자녀 이름) 삼촌·고모’로 불러도 되고 상대 이름이나 ‘~ 씨’로 부를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결국 자신의 집안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성평등 언어는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20대 대학생 박모 씨는 “‘도련님’ ‘아가씨’라는 말은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20대들 사이에서 저런 말은 아무도 안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가’와 ‘외가’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본가를 구별하는 것도 불평등한 호칭 중 하나다. 아버지 쪽은 ‘친할 친(親)’을 쓰고 어머니 쪽은 ‘바깥 외(外)’를 써 심리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부장제의 잔재라는 지적이다.
성평등 호칭이 정착되려면 중·장년과 노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며느리를 ‘아가’로 부르는 등 기존 표현은 현재의 가족관계를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듣는 사람의 격을 인정해주지 않는 표현도 많다”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어색하고 차별적인 호칭문화 개선 요구가 더욱 높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도 ‘언어 예절 안내서’를 발간해 도련님이나 서방님 대신 이름을 직접 말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안내서는 여성이 본인 부모 집을 지칭하는 말인 ‘친정’에 대해서도 “지금은 결혼한 남자도 처가와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쓸 수 있는 말인 ‘본가’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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