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잔인한 설날’…‘떡값’은커녕 파산 기로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기한은 다음 달 3일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연장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현장 상황은 파산에 가깝다. 당장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측은 경영진 메시지를 통해 1월 급여의 절반을 설 연휴 이후인 2월12일에나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명절 상여금과 2월 급여 지급 역시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직격탄은 긴급운영자금대출(DIP) 확보 실패였다. 회생 기업의 산소호흡기라 불리는 DIP 금융을 위해 홈플러스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지주, 산업은행이 각각 1000억 원씩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메리츠와 산업은행은 회의적이다. 경영 실패의 1차 책임자인 MBK가 3분의 1 정도의 책임만 지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민간 기업의 부실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선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투기자본의 기업사냥’ 방식을 지목한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LBO(Leveraged Buy-Out·차입매수)’ 방식을 활용했다. LBO는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인수 대금을 치르는 방식이다. 실제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7조2000억 원의 인수 자금 중 절반에 달하는 약 4조 원가량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빌려 조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빚의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을 MBK가 아닌, 홈플러스가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 MBK의 인수 후 홈플러스 행보가 ‘단기 이익 회수’에 치중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MBK는 알짜 매장 부지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료를 내고 들어가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을 단행했다. 당장 현금은 확보했지만, 매년 수천억 원의 임대료 부담이 추가되며 수익 구조가 급격히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MBK의 ‘먹튀 논란’이 커지자, 여당은 연일 압박 강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자금조달의 귀재라는 MBK가 긴급운용자금의 일부만 책임지겠다고 버티며, 아무 관련 없는 산업은행에 1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일방 발표했다”며 “20만 종사자의 일자리를 인질로 정부 돈을 끌어내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홈플러스를 살리겠다던 MBK는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며 “이대로라면 조만간 (홈플러스) 회생 폐지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MBK가 노골적으로 청산 절차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주주가 회생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은 생계비 대출 신청에 내몰리고 있고, 법원 역시 더 이상 회생절차를 기다려줄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야 할 만큼 긴급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 의원은 우선 MBK 출신인 회생관리인을 공적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유암코 등에서 추천하는 제3자 관리인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마트산업노조 역시 이를 바라고 있다.
이후 41개 점포 폐점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매수 희망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MBK가 주도한 회생계획안을 누구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점포를 폐점하더라도 나머지 점포는 확실히 살릴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플러스가 이대로 청산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만 명의 직접 고용 인력뿐 아니라 납품업체와 입점업체 종사자 등 20만 명의 생계 및 5만여 농어가의 판로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서울 종로 경복궁 인근에서 무기한 단식과 삼보일배를 이어가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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