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의 사유(10)] 영어 50점대, 탐구 망치고도 서울대 최상위권 학과에 합격했다고?
ㆍ입시 전략 중요성 다시금 환기
올해(26학년도) 서울대 수리과학부 정시(수능 성적 중심) '일반 전형'에 합격한 어느 수험생(이하 'A')의 성적표가 화제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대가 '2차 충원 합격자'를 발표한 직후부터 벌어진 일이다. 성적이 '조금' 떨어져도 합격이 가능한 지역균형 전형이나 기회균형특별전형(농어촌-저소득 부모 학생이나 특수교육대상자 혹은 '북한 이탈 주민 대상') 등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A는 영어 5등급(100점 만점에 59~50점 사이)을 맞았고, '화학2'는 수험생을 100명으로 환산했을 때 30등대 초반, 생명과학2는 수험생 100명 환산 때 10등 정도 했다.
이러고도 서울대 최상위권과를 갔다고? (교육부의 서열화 금지 정책 때문에 각 대학은 입시 결과(커트라인)를 발표하지 못한다. 그러나 각종 입시 전문기관들은 수험생 조사를 통해 커트라인을 대략적이나마 밝혀낸다. 수리과학부는 지난해(25학년도) 서울대 정시 입시에서 커트라인이 의대 다음에 자리했다는 것이 입시 전문기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러나 요즘 입시 제도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지난해보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커트라인이 조금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갈만한 성적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공개된 A의 성적표를 기준으로 '서울대 수리과학부 지원자 B(가상 인물)'의 성적과 비교해 보자. A와 B는 국어와 수학에서 '언어와 매체' ' 미적분'을 선택했고, 과학탐구에서는 선택과목을 달리했다.
표 1. A와 B의 원점수 비교.('원점수'는 몇 점짜리 문제를 몇 개 틀렸는가로 계산하는 방식)
과목별 원점수 합계로만 보면 B가 A보다 총점에서 무조건 33점 이상 앞섰다. A는 영어에서 '반타작'에 해당하는 5등급, 과탐 두 과목에서 각각 2등급과 4등급을 받았지만, B는 영어 만점에 과탐 두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고, 수학에서만 아쉽게 2등급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서울대식 정시 일반 전형 점수 산출 방식으로 따지면 A는 총점 398.4점이고, B는 397.4점으로 A가 서울대식으로 1점이 앞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요즘 입시 용어와 제도, 그리고 서울대 정시 성적 산출 방식을 알아야 한다.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탐구(사회나 과학)는 상대평가를,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등급제)를 시행한다. 그 어느 과목이든 원점수는 기재되지 않는다.
영어는 1등급이 원점수 90점까지이고, 2등급 80점까지, 3등급 70점까지로 원점수 10점 기준으로 등급이 나눠진다. 원점수 100점이나 90점이나 차이가 전혀 없다. 50점 만점 한국사는 원점수 40점 이상 1등급, 35점 2등급, 30점 3등급으로 원점수 40점 미만부터는 5점 단위로 등급이 나눠진다.
국어와 수학, 탐구 등 상대평가 과목에서는 과목별로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표시한다.
표준점수는 '평균 점수와 비교했을 때 내가 맞은 점수를 환산'한 것이다. 원점수 100점 만점의 국어 수학에서 수험생 평균 점수가 아주 낮았을 때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대개 140점대 후반에 이른다. 원점수 50점 만점인 사회탐구나 과학탐구에서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면 원점수 만점자 표준점수는 70점대 중후반에 이른다.
백분위는 수험생을 100명으로 환산했을 때 내 성적이 상위 몇 %에 위치하는가를 높은 숫자 순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산정 방식은 대략 다음과 같다. 동점자 비율을 절반으로 나눈 뒤 백분위에서 뺀다. 소수점 이하는 표시하지 않고 대개 반올림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예를 들어, 내가 원점수 만점을 받았고 만점자 총수가 전체 2%라면 백분위는 99가 된다. 원점수 만점인데 동점자가 전체 8%라면 백분위는 96이 된다.
등급은 수험생 성적 비율에 따라 부여한다. 대략 1등급은 상위 누적 4%까지, 2등급 누적 11%, 3등급 누적 23%, 4등급 누적 40%, 5등급 누적 60% 다.
그렇다면 A는 각 과목에서 원점수 몇 점을 맞은 것일까?
국어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국어는 공통 문제 34문항에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중 선택 분야 11문항으로 구성되는데, 선택 분야별 수험생 수준에 따라 표준점수가 조금씩 달라지므로 명확한 계산이 불가능하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12월 4일 공개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보도자료'의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도수분포'를 바탕으로 각종 입시 사이트 자료를 참고하면, '언어와 매체'를 택한 A는 대략 90점대 초반 점수를 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수학은 공통 문제 22문항에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선택 분야 8문항으로 나뉘는데, 미적분을 택한 A는 표준점수 만점을 받았으므로 원점수로는 100점을 맞았다. ('확률과 통계'에서 원점수 만점을 받으면 표준점수는 137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도수분포'에 따르면, A는 화학2에서 50점 만점에 33점, 생명과학2 50점 만점에 44점을 맞았음이 확인된다.
A가 한국사나 제2외국어(혹은 한문)에서 몇 점을 맞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하튼, 공개된 성적으로만 본다면 원점수 기준으로 국어 90점대 초반, 영어 50점대, 수학 100점, 50점 만점인 탐구영역 화학2 33점, 생명과학2 44점을 맞았다. '예전 같으면' 서울대 최상위권 학과는 꿈도 꾸지 못할 점수로 생각하기 쉽다. 실상은 다르다.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경우, 합격 불합격을 판정하는 최종 성적은 표준점수에 기준한 수능 환산 성적에 서울대가 자체 평가하는 학생부 교과평가 점수를 합산해 계산한다. 교과평가는 학생부를 바탕으로 5점 4점 3점 1.5점 0점을 부여한 뒤 15점을 더한다. A가 교과평가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서울대 등 그 어느 대학도 이런 점수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결국 수능 성적 환산 방식만을 따질 수밖에 없는데, 서울대의 경우 과목별 가중치와 가산점 부여 방식이 다른 대학과 꽤 다르다. 국어는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지만, 수학은 표준점수에 1.2배를 하고, 탐구는 0.8배로 계산한다. 탐구의 경우, 과탐 과목 '2'를 택하면 가산점을 주는데, 과탐2 한 과목만 택하면 3점을, 과탐2 두 과목을 택하면 5점을 더한다. 과탐2가 과탐1에 비해 심화 학습이 필요해 공부하기도 어렵고, 수험생 수준도 높으므로 서울대는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화학2와 생명과학2를 택한 A는 그래서 5점 가산점을 받았다.
영어는 감점제를 택한다. 2등급 0.5점 감점이고 3등급 2점 감점(이하 등급당 2점씩 감점)이다. 5등급인 A는 6점 감점을 받았다. A의 성적이 공개되지 않은 한국사는 4등급 이하 0.4점씩 감점, 제2외국어나 한문은 3등급 이하 0.5점씩 감점이다.
결국 원점수 총점에서는 B가 A를 월등히 앞섰지만, 과탐 가산점에서 A가 5점을 더 받았고(B는 과탐1 두 과목을 택해서 가산점이 전혀 없음), 수학 표준점수에서 A와 B의 13점 차이는 '서울대식'으로는 15.6점 차이가 됐기에, 영어에서 원점수 40여 점 이상, 과탐 두 과목 표준점수에서 17점이 앞섰던 B는 A보다 '서울대 환산 점수'로는 1점이 뒤지게 된 것이다. (B 과학탐구 표준점수 합 134점, A 117점)
'입시 지휘관'으로서 부모 역할 강화 현상 씁쓸
A의 합격 소식이 각종 인터넷 입시 사이트 등에서 화제가 되는 것도 결국은 요즘 입시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필자가 씁쓰레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수시에 정시에, 대학마다 성적 산출 방식이 제각각이라 교사조차 헷갈리는 판에 학생들이 이런 구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공부하기에도 바쁜데.
결국 재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식에게 '관심'을 많이 쏟은, '입시 지휘관' 역할을 하는 부모의 자녀가 정시든 수시든 입시에서 유리한 구조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수능 성적이나 대입 결과가 월등히 앞서는 것은 이런 이유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렇게 복잡하게 할 바에는 예전 학력고사 때처럼 수능 성적으로만 대입을 준비하게 하자'고 말한다. 필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서열화 금지 때문에 요즘은 발표하지 않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 지역별 상위 수능 성적(주로 2등급 이상) 비율을 발표했다. 압도적 1위는 서울 강남구였다.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어릴 적부터 영어 조기 교육으로 무장하고, 심지어 영어권 국가에서 교육을 잠깐이라도 받은 학생을 이기기 힘든 까닭이었다. 상대평가 시절, 영어 성적은 같은 서울에서도 강남구와 금천구 같은 곳의 1등급 비율이 2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빈부 격차가 영어에서 너무도 확연히 드러났던 것이다.
수능이 가장 공정?
빈부 격차 고려 않은 편견일 수도
빈부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수능 중심의 정시나 논술, 혹은 학생 역량을 종합적으로 본다면서 이것저것 요구하는 '수시 종합' 비중을 축소하고, 교과 성적(내신)만으로 뽑는 '수시 교과' 비중을 높이자고 필자가 예전부터 주장하는 이유는 이 사회의 통합과 갈등에 대입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글을 마치기 전 하나만 명확히 하고 싶다. A군이 '부모 덕분'으로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입학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필자는 A군을 폄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요즘 입시 경향이 그렇다는 뜻이다. 수학 귀재 A군이 허준이 교수처럼 필즈상 수상자로 성장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신형준 기자 relicsh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