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는 달라도 뜻은 같다…동아시아 ‘세뱃돈’ 문화 훑어보니

이휘빈 기자 2026. 2.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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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설날, 세배를 마친 동아시아 아이들의 모습은 제법 닮았다.

저마다 다른 빛깔의 봉투를 손에 들고 있지만 그 안에 든 건 십중팔구 세뱃돈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새해 첫날 아이들 손에 돈을 쥐여주기 시작했을까? 동아시아 4국(한국·중국·일본·베트남)의 세뱃돈 문화를 해부하고, 한국 세배의 변천사를 통해 명절의 본질을 짚어본다.

중국과 일본의 세뱃돈 문화가 유입되고 신식 화폐가 발행되면서 1920~30년대 부유층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소액의 돈을 주는 풍습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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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악귀 쫓는 붉은색 ‘홍바오’
일본은 떡에서 유래한 ‘오토시다마’
베트남은 붉은 봉투 ‘리시’에 신권
조선시대는 덕담에 밥상·간식상
근대 산업화 과정 거치며 돈으로
한국·중국·일본·베트남의 어린이들은 설날이면 새뱃돈을 받는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그록·캔바

2026년 설날, 세배를 마친 동아시아 아이들의 모습은 제법 닮았다. 저마다 다른 빛깔의 봉투를 손에 들고 있지만 그 안에 든 건 십중팔구 세뱃돈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새해 첫날 아이들 손에 돈을 쥐여주기 시작했을까? 동아시아 4국(한국·중국·일본·베트남)의 세뱃돈 문화를 해부하고, 한국 세배의 변천사를 통해 명절의 본질을 짚어본다. 

◆악귀 쫓고 복 기원한 ‘압세전’=중국은 설날 ‘압세전(压岁钱·야수이첸)’을 주고받는다. 바이두백과에 따르면 중국은 한나라 시절부터 세뱃돈을 줬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어로 ‘세(岁)’는 귀신 ‘수(祟)’와 발음이 같아, 돈의 힘으로 악귀를 누른다(压)는 뜻을 담고 있다. 붉은색 봉투인 ‘홍바오(红包)’에 넣어주는 것이 불문율이다. 붉은색이 행운과 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디지털 홍바오’가 늘고 있다. 

◆떡에서 돈으로 ‘오토시다마’=일본의 세뱃돈인 ‘오토시다마(お年玉)’는 신에게 바쳤던 떡에서 유래했다. ‘새해 신(年)’의 영혼(玉)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새해 신인 도시가미(年神)에게 바쳤던 ‘가카미모치(鏡餅·거울 떡)’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나눠주던 것이었다. ‘떡=신의 영혼=나이 한살’을 의미하던 것이 에도 시대 상인 문화가 발달하며 돈으로 바뀌었다. 세뱃돈을 줄 때는 ‘포치부쿠로’라는 작고 흰 봉투를 쓰는데,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디자인을 사용한다.

◆한국처럼 신권 선호하는 베트남=베트남의 세뱃돈 문화는 ‘리시(利是·Li Xi)’라 불린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붉은 봉투에 소액의 새 지폐를 넣어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Chuc Mung Nam Moi)”를 외친다. 액수보다 붉은 봉투 자체가 주는 행운의 의미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베트남에서 붉은 봉투가 결혼식·개업일·생일 등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세뱃돈을 줄 때는 우리나라처럼 새 지폐를 주는 것을 선호하며, 숫자 4는 피한다.

조선시대에는 세배 후 어른이 젊은이와 어린이를 위해 상을 차렸다. 현대의 세뱃돈 문화는 근대 이후 정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립아트코리아

◆한국은 돈 대신 간식…근대 이후 변화=그렇다면 한국은 어땠을까. 먼저 세배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어른들을 찾아 인사를 드리는 풍습이었다. 세배를 마치면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떡과 과일, 곶감, 엿 등을 내어주었는데 이를 ‘세배상’이라 불렀다. 김용갑 전남대 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49년 ‘동국세시기’ 등에도 세뱃돈에 대한 기록은 없고, 다만 새해 인사를 한 이를 위해 상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중시한 당시 유교 문화에서 명절 인사를 하며 돈을 주고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에 세뱃돈 문화가 나타난 건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다. 중국과 일본의 세뱃돈 문화가 유입되고 신식 화폐가 발행되면서 1920~30년대 부유층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소액의 돈을 주는 풍습이 생겨났다. 이후 1960~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과일이나 떡보다 간편한 세뱃돈이 자리를 차지했다. 198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세뱃돈 액수도 커졌다. 요즘은 모바일 세뱃돈이나 상품권, 주식을 주는 경우도 생겼다. 

시대마다 세배 후 답례품은 변해왔지만,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이다. 세뱃돈은 단순한 용돈이 아니라, 한 해를 무사히 보내라는 어른들의 응원과 축복이다. 봉투의 두께보다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덕담과 응원이 아이들 성장에 더 큰 자양분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움말=한국민속문화대백과사전, 바이두백과, 고토방크, 베트남어 위키백과, 도시샤대학,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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