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가는 기후부 에너지실?...기조실 패싱, 여전히 ‘그사세’

최상현 기자 2026. 2. 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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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부 출신 에너지 공무원 200여명, 기후부 이직 6개월 차
여전히 '기조실 패싱' 심각..."빨간 줄 기분 나빠"
긴급 현안에 '잠수' 타기 일쑤...불만 심화
조만간 전력국장 등 인사...'엄중 메시지' 낼까

산업통상부 출신 에너지 공무원들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대내외적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기획조정실 중심으로 소통과 대응을 중시하는 기후부에서 철저히 금을 그어놓고 일하는 산업부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후부 출입기자단과 신년 간담회를 가진 뒤 집무실에 마련된 전력 수급 현황판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기후에너지환경부
16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소속 공무원 200여명이 지난해 10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직했다. 업무 공간은 아직 합치지 못하고 있다. 기후부는 정부세종청사 6동에 있고, 에너지 공무원들은 산업통상부 때와 같이 청사 12~13동을 쓴다.

에너지 공무원들이 기후부 문화에 녹아들지 못하는 건 업무공간의 괴리도 일정 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후부 사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들은 산업부 출신 공무원들의 ‘고집’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조실 보고를 생략하고, 에너지정책실장과 2차관의 도장만 받아 바로 장관 면전으로 보고서를 들이민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산업부와 재정경제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앙부처는 기획조정실이 중심”이라며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데, 고립을 자처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물론 산업부 출신 공무원들은 ‘일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기조실까지 거치냐’거나 ‘감정적으로 기분 나쁠 때도 있다’는 입장이다. 에너지정책실 한 공무원은 “기조실에서 보도자료를 미리 달라고 해서 보내줬더니, 빨간 줄을 그어 돌아왔더라”며 “솔직히 에너지에 대해 아는 게 뭐 있다고 기가 찼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통의 부재는 종종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긴급 현안이 발생했을 때, 에너지실 공무원들은 ‘늘 해왔던 대로’ 대변인실에 정보 공유를 거부한 채 언론 등 일체의 연락을 두절하기 때문이다. 신규원전 대국민 여론수렴 당시에도 원전국 관계자들이 일제히 전화기를 꺼놓으면서, 이후 김성환 장관 브리핑에서 기자단의 공개적인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2일 전력시장과에서 ‘ESS 중앙계약시장 7개 사업자 선정’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도, 핵심 내용인 우선협상대상 사업자 정보 등을 누락해 기자의 항의가 있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도 세부자료를 공유받지 못해 드릴 수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고립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곧 단행될 기후부 국·과장급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수 대비 인사가 느렸던 에너지 공무원 상당수가 기후실에서 과장 보직을 꿰찬 만큼, 이번에는 환경 출신 공무원들이 에너지실로 적극 유입될 차례라는 것. 특히 12차 전력기본수급계획 등 국가 에너지 전반을 총괄할 전력정책국장 자리에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잘 이해하는 인사가 발탁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최상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