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13년의 공백을 건너뛴 '天生골퍼' 앤소니 김

방민준 2026. 2. 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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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LIV 골프 시리즈 호주 애들레이드 대회 우승을 차지한 앤서니 김(미국)이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한때는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라 불리던 천재가 돌연 사라졌고, 그는 전설 속 인물처럼 기억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다시 돌아왔다. 



 



사라진 골프 천재 앤소니 김(41)의 복귀는 단순한 선수의 귀환이 아니다. 골프계가 포기했던 이름의 부활이자, 스포츠가 가진 서사의 힘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그는 2012년, 웰스파고 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 수술, 그리고 "다시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그의 커리어를 사실상 종결시켰다. 



 



팬들은 아쉬워했지만 동시에 이해했다. 몸이 망가지면 재능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13년이 지나 16일 호주 애들레이드 더 그레인지GC에서 열린 LIV골프 애들레이드 최종라운드에서 존 람, 브라이슨 디섐보 등 당대의 거물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상금 400만 달러. 



 



173cm, 80kg. 체구는 크지 않았지만 스윙은 폭발적이었다. 2005년 워커컵에서 최연소 미국 대표로 활약하며 골프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동양계 선수로는 최초, 그리고 타이거 우즈 이후 두 번째 비백인(非白人) 선수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졌다. 



 



2010년 셸 휴스턴오픈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3승을 거두었다. 25세 이전 3승 클럽에는 우즈, 필 미켈슨, 세르히오 가르시아, 애덤 스콧뿐이었다. 그 명단에 그의 이름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재능이 어느 정도였는지 설명은 충분하다. 그런 선수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그래서 더 미스터리했고, 더 안타까웠다. 



 



10년이 넘는 공백은 프로 스포츠에서 '은퇴'와 다름없다. 감각은 무뎌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며, 새로운 세대가 자리를 채운다. 하지만 안소니 김의 경우 긴 공백은 그에게 또 다른 무기를 줬는지도 모른다. 조급함이 사라진 골프. 증명해야 할 것이 줄어든 스윙. 잃을 것이 없는 담대함 같은. 



 



과거의 앤소니 김은 '차세대 스타'라는 기대와 스포트라이트 속에 있었다. 지금의 앤소니 김은, 그 모든 것을 한 번 내려놓았다가 다시 집어 든 선수다. 보험금 1천만 달러를 받고 골프채를 놓았던 선수가 다시 골프채를 잡고 4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다시는 골프채를 잡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받은 보험금이니 그렉 노먼의 설득에 넘어간 그는 상당한 위약금을 냈을 것이다. 그의 복귀는 돈의 문제라기보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문제로 보인다. 



 



그는 결국 '천생(天生) 골퍼'였다. 기적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 이번 우승을 단순히 '기적'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하다. 13년의 공백 뒤에는 보이지 않는 재활과 훈련,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다시 설득하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스포츠는 늘 새로운 스타를 갈망한다. 그러나 때로는, 잊힌 이름의 귀환이 더 큰 감동을 준다. 앤소니 김의 복귀 우승은 우리에게 묻는 것 같다. 한 번 떠났던 길을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넘어졌던 자리로 돌아갈 배짱이 있는가. 



 



앤소니 김은 스스로 답했다. 그리고 그 답은 트로피로 증명됐다. 13년 만의 우승. 이것은 단순한 스코어 이상의 서사다. 이것은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 대한 감동의 이야기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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