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적은 역시 야식…“라마단 다이어트 할거예요” 외친 두바이 여성들의 달콤한 실패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이번 라마단엔 어떻게 달라질까요?”
곧 시작될 이슬람의 성스러운 라마단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8년 만에 다시 온 한국 화장품 업체 대표가 물었다. 8년 전 라마단 기간에 두바이를 찾았을 때는 몰 푸드코트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낮 시간에는 물조차 함부로 마실 수 없었다.
“예전엔 정말 숨 막혔는데, 요즘엔 많이 완화됐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출장 일정을 라마단 이후로 미뤄야 할까요?”
오는 2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질 라마단을 앞두고, 중동에서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한국 기업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여전히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다.
성스러운 금식의 달은 여전하지만 비무슬림에 대한 제약은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리듬은 완전히 멈추고, 도시의 낮과 밤이 뒤바뀐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라마단 다이어트’를 외치는 아랍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유혹하는 저녁 맛도리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무슬림들은 이 기간 동안 일출부터 일몰까지 음식과 물을 일체 섭취하지 않는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부부관계도 금한다. 금식의 목적은 자기절제를 통한 신앙심 강화와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공감하기 위함이다.
작년 아부다비에서 라마단을 보낸 한 교민은 “처음엔 종교적 엄숙함에 압도당했다”며 “하지만 금식 후 가족들이 모여 이프타르(금식을 깨는 저녁 식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단순한 종교 의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를 느끼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도중인 2021년 두바이 경제개발부(DED)가 획기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식당들이 더 이상 커튼이나 스크린을 설치할 필요가 없고, 낮 시간 영업 허가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2023년 코로나19 극복 이후에는 규제가 더욱 완화됐다. 현재 두바이의 몰과 호텔, 식당들은 라마단 기간에도 평상시처럼 운영된다. 법적으로는 여전히 공공장소에서의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지만, 실제로 벌금이 부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Be discreet and respectful(조심스럽고 존중하는 태도로)’
현재 두바이가 비무슬림에게 요구하는 수준은 이 정도다. 무슬림 동료 바로 옆에서 노골적으로 먹거나 마시지 않는 상식 수준의 에티켓만 지키면 된다.

두바이에서 3년째 무역업을 하는 한 사업가는 이렇게 말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도 오후 2~3시면 다들 퇴근해요. 금요일은 정오까지만 근무하고요. 실질적으로 주 4.5일 근무제가 되는 셈이죠.”
미팅을 잡으려면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가 황금시간대다. 오후로 갈수록 사람들이 배고파서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작년 라마단 기간에 사우디로 출장을 갔던 한 한국 기업 주재원은 “오후 3시 미팅에서 상대방이 계속 시계만 쳐다보더라”며 “나중에 알고 보니 이프타르 시간(일몰)이 기다려져서 그런 거였다”고 회상했다.
더 재미있는 건 도시의 리듬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점이다. 이프타르 직전인 오후 6시경이 되면 도로가 텅 빈다. 모두가 집이나 식당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몰 후 7시부터는 도시 전체가 깨어난다.
실제로 쇼핑몰들은 라마단 기간 새벽 2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한다. 새벽 3~4시에는 수후르(Suhoor, 금식 전 새벽 식사) 타임이 돌아온다.

“라마단에 5㎏ 뺐어요!”
SNS에는 이런 인증샷이 넘쳐난다.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며, 헬스장은 새벽 시간대에 예약이 꽉 찬다. 건강 앱으로 칼로리를 관리하고, ‘라마단 디톡스’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여성들도 늘었다.
두바이의 한 피트니스 센터 트레이너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라마단 기간에 회원이 30% 정도 늘어난다”며 “특히 일몰 직전 운동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라마단에 오히려 살이 찌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경고한다. “이프타르에 과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기름진 사모사(튀긴 만두), 하리스(으깬 밀과 고기 요리), 그리고 엄청나게 달콤한 디저트들을 밤새 먹게 되죠.”
실제로 UAE 보건예방부(MoHAP) 자료에 따르면 UAE 성인 비만율은 27.8%에 달하며, 특히 여성이 30.6%로 남성(25.1%)보다 높다. 라마단 기간에는 이 수치가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밤새 먹고 마시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대사량도 감소한다. 전통 음식들은 대부분 기름지고 당분이 높다. 루까이맛(달콤한 튀김), 카타예프(달콤한 크레이프), 셰르 코르마(우유 푸딩) 같은 디저트들은 칼로리 폭탄이다.
“이론적으로는 간헐적 단식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금식 후 폭식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거죠.”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산업은 라마단을 최대 대목으로 본다. ‘건강한 이프타르 밀키트’, ‘라마단 디톡스 프로그램’, 영양사 컨설팅이 봇물을 이룬다. UAE 다이어트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4800만 달러(약 650억원)에서 2032년 1억 1200만 달러(약 15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리고 성스러운 금식의 달을 다이어트 기회로 삼는 현대 아랍 여성들의 모습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UAE의 또 다른 얼굴이다. 비록 현실은 그 어느때보다 오히려 살이 찌기 쉬운 역설이지만 말이다.
곧 두바이 전역에서 라마단이 시작된다. 쇼핑몰마다 라마단 장식이 걸리고, 이프타르 텐트가 세워지며, 도시 전체가 성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일 것이다. 변화한 것도 많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분명히 있다. 그 균형을 이해하는 것이 중동 생활의 열쇠다.
※ 도움말 및 참고자료 = UAE 두바이 경제개발부(DED), 두바이 문화센터, UAE 보건예방부(MoHAP), 현지언론 The National, Khaleej Times, 한국 기업인 인터뷰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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