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극화②] 부동산에 저당 잡힌 미래…저출생·저성장 부르는 자산 양극화
“집값 안정 위해 보유세 강화 필요…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병행돼야”
코스피지수가 전대미문의 5000포인트를 넘어섰다. 부동산을 비롯해 금·은 등 주요 자산군도 동반 급등하며 '에브리씽 랠리'가 진행됐다. AI 산업을 향한 대규모 투자와 반도체 수출 회복, 성장률 전망 상향까지 거시 지표는 분명 호황을 가리킨다. 다만 숫자의 환호가 삶의 체감으로 고르게 번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자산가격이 동시에 뛰는 국면일수록 '먼저 가진 자'의 자산은 더 빠르게 불어나고, 뒤늦게 진입한 이들은 더 비싼 문턱 앞에서 기회를 잃기 쉽다. 호황의 열매가 일부에만 집중될 때 경제의 기초 체력은 약해진다. 소비 기반은 얇아지고, 교육·주거·노후의 불안은 커지며, 혁신을 떠받칠 인적 자본과 사회적 신뢰는 침식된다. 자산 양극화는 단순한 분배 이슈를 넘어 장기 성장의 '독'이 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6/552795-r1dG8V7/20260216092008166qwlf.jpg)
【투데이신문 문영서·최예진 기자】 한국 사회에서 계급을 나누는 잣대가 '소득'에서 '부동산'으로 옮겨갔다. 집값이 만든 자산 양극화는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으며, 상위 계층이 부동산을 통해 부를 대물림하는 동안 청년과 무주택자들은 주거비와 부채의 늪에 빠져 자산 형성의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1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상대적 빈곤율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15.3%를 기록했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을 의미하는 '순자산 지니계수' 역시 0.625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득 측면뿐 아니라 자산 불평등도 확대됐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상위 10% 가구의 순자산 점유율은 46.1%로, 전년보다 1.6%포인트 늘어나며 자산 독점 현상이 한층 뚜렷해졌다. 반면 하위 50%는 9.1%에 불과했다.
10분위 가구의 평균 순자산이 21억7122만원까지 불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1분위 가구의 순자산은 마이너스 771만원으로 집계돼 부채가 자산을 앞지른 상태였다. 가구당 평균 자산 5억6678만원 중 4억2988만원이 실물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자산 격차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서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
임대업으로 부 불리는 상층, 주거비로 소진되는 하층
상위 계층이 자산을 증식하는 핵심 동력은 '임대업'이다. 다주택 보유와 갭투자를 통해 임대료와 전세보증금 수익을 얻고, 이를 다시 부동산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집값이 오를수록 다주택 가구는 시세차익으로 통해 순자산을 키우고, 임대료와 보증금 인상을 통해 현금흐름까지 확보하는 상황이다.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하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5 대한민국 불평등 종합보고서'를 보면 전국 아파트 제곱미터당 평균 매매가격은 2013년 324만원에서 2024년 625만원으로 92.6% 급등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서울(9.1%)과 수도권(7.4%)이 전국 평균(6.1%)을 크게 웃돌며 지역 간 격차를 벌렸다.
여기에 '부의 세습' 현상도 두드러진다. 상속세 과세 대상인 피상속인 수가 지난 2010년 4547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4.6배 이상 급증하며 자산 불평등의 대물림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중위 소득 이하 가구는 이들이 올린 주거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무주택 가구의 가처분소득 중 주거비 지출 비중은 전년(39.8%)보다 오른 41.2%를 나타냈다. 소득은 정체된 상황에서 월세와 전세 자금 부담만 커지며 자산을 형성할 여력 자체가 사라지는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입법조사처의 불평등 인식 조사 결과, 국민 81.5%가 경제·소득 불평등을 심각한 문제로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시장의 임금격차, 재벌·전문직 중심의 사회 구조, 자산 불평등 및 부의 세습 등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OECD 평균(62.7%)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한국인이 느끼는 불평등에 대한 박탈감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시사한다.
'벼락 거지' 공포에 내몰린 2030 '영끌'…빚 내다 끝나는 청춘
자산 격차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2030 청년세대다. 이들의 자가 보유율은 극도로 낮아 주거 불안정성이 한계치다. 20대 이하 가구는 월세 거주 비율이 68.6%에 달하며, 전세(16.1%)와 보증금 없는 형태(10.5%)를 포함하면 대부분이 남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30대 역시 전세(32.9%)와 월세(33.0%) 비중이 여전히 높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에 성공한 소수만이 겨우 자산 증식 궤도에 진입할 뿐 대다수는 보증금과 월세 부담 탓에 자산 형성의 출발선조차 서지 못하고 있다.
![[사진=가계금융복지조사 미시데이터]](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6/552795-r1dG8V7/20260216092009541xzbw.png)
한은은 지난 12일 발간한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상승은 고령층에게 자산 증식의 기회가 되나 청년층에게는 저축 부담과 원리금 상환 압박을 가중시켜 소비를 위축시킨다고 밝혔다.
실제로 집값이 5% 상승할 때 50세 미만 후생은 0.23% 감소한 반면 50세 이상은 0.26% 증가해 세대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청년층조차 자산은 있으나 현금이 부족한 '부유한 유동성 제약 가계(WHtM)'로 내몰리며 소비 절벽의 주역이 되고 있다.
이는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늦추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산 형성의 기회를 잃은 세대가 출산을 포기함에 따라 저출생 기조가 고착화되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부동산에 묶인 자본 영향으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이는 곧 국가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구조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너진 계층 이동 사다리, "조사보다 실제 격차 더 클 것"
이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제 격차가 더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진 응답 방식의 한계로 인해 초고액 자산가나 비상장 지분 등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가계동향조사의 단위 무응답률은 44.9%에 달했다. 이를 고려하면 상위 10%의 실제 점유율은 50% 이상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공학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신승근 소장은 "우리나라 통계에서 재벌이나 초부자들의 소득은 다 빠져있다"며 "현재 가계 금융 통계에 실제 불평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이 오를수록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계층 이동 기대감은 비선형적으로 추락하며, 이는 소비 위축과 저출생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자산세 강화와 공급 확대 등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으나, 보유세 인상이 임대료로 전가돼 중위층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당 우려에 대해 배재대 경영학과 김현동 교수는 "우리나라 보유세는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며, 현재 정부 정책으로 인해 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며 "실제로 OECD, IMF, IFS 등 조세개혁 관련 국제기구의 보고서 대부분이 집값 하락을 위한 해법으로 보유세 강화를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유세를 올리면 주거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매우 낮은데, 현실적으로 집값을 잡기 위해서 보유세 외에 다른 변수들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각에서 인상분이 임대료나 전세로 전가되어 중위층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재산세 부담은 통상 자본 소유자에게 귀착된다. 즉, 재산세는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에게 부과되는 누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