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양윤서 첫 우승, 평균 연령 18.2세 6명 전원 톱10 진입. 새 시스템 장착 K-여자골프 황금 Z 세대 희망가
- 대회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최저타 타이 등 기록 양산
- 3개 메이저 대회 출전권 등 풍성한 챔피언 특전
- 대한골프협회 전문화, 분업화 훈련 방식 효과 입증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10대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회 초반 한국이 4개의 메달을 수확할 때까지 3명의 10대가 시상대에 올랐습니다. 75%에 이르는 점유율입니다.
최가온(세화여고)이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17세 30개월이 나이로 금메달을 따내 이 종목 역대 최연소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쇼트트랙 대표팀 막내 임종원(19)은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했습니다. 2008년에 태어난 유승은(성복고)은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러한 Z 세대 돌풍은 눈과 얼음을 뛰어넘어 푸른 그린까지 강타했습니다. 2008년 태어난 골프 국가대표 양윤서(인천여방통고2)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 1월 3일 만 18세 생일을 맞은 양윤서는 2026 아시아 태평양 여자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WAAP)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습니다.

양윤서는 15일 뉴질랜드 어퍼 헛의 로열 웰링턴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WAAP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습니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그는 1라운드부터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킨 끝에 정상을 정복했습니다. 2008년에 태어난 2위 오수민(신성고 2)을 6타차로 따돌렸습니다.
대회를 주최한 R&A에 따르면 이 대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양윤서가 처음이었습니다. 양윤서의 16언더파 우승 기록은 2019년 일본의 야스다 유카가 세운 대회 최저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입니다.
양윤서는 누구나 부러워할 '특별 보너스'까지 받았습니다. 이 우승으로 올해 3개의 메이저 대회(AIG 여자 오픈,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셰브런 챔피언십) 출전권까지 얻었습니다. 또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ISPS HANDA 호주 여자 오픈, 제123회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ANWA)에도 출전 자격을 확보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양윤서와 오수민을 포함해 대한골프협회(KGA)가 파견한 6명의 국가대표 유망주가 모두 톱10에 드는 초강세를 보였습니다.
R&A와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이 아시아 지역 엘리트 여자 아마추어 선수들을 육성하고 국제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이 대회는 현재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지노 띠티쿨(태국)이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스타 탄생을 알렸습니다. 한국 선수는 지난해까지 7차례 대회를 치르도록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특히 최근 3회 연속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2023년 김민솔, 2024년 이효송, 2025년 오수민이 연이어 2위로 마쳤습니다.

하지만 올해 양윤서가 준우승 행진에 기어이 마침표를 찍었고, 다른 선수들도 모조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한국 여자골프가 다시 황금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양윤서가 1위, 오수민과 16세 김규빈(학산여고1)이 공동 2위를 기록하면서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는 똑같은 빨간 셔츠를 입은 한국 선수 3명이 동반 플레이를 하는 진풍경까지 나왔습니다. 마치 국내 대회를 보는 듯했습니다.
대한골프협회는 부회장 시절 오랜 세월 국가대표 육성 전문으로 이름을 날린 강형모 회장 취임 후 대표팀 훈련 시스템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코치진도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선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도에 집중했습니다. 장기간 해외 전지훈련뿐 아니라 선수들의 실전 능력 향상을 위해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강 회장은 대한골프협회 사무국 직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주요 대회나 골프 단체에 직원을 수시로 파견해 국제 감각을 기르도록 유도했습니다.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은 "지난해부터 바뀐 국가대표 동계 훈련 프로그램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체력과 멘탈 부분을 나눠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실시한 태국 전지훈련에서 집중력 강화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퍼팅, 쇼트게임을 보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별도로 남녀 한 명씩 체력 전문 트레이너를 동행시켜 육체적 강화를 유도했습니다.

김형태 국가대표팀 감독은 "남녀 합동훈련, 기술-체력 팀 분리 시행 등을 태국 전지훈련에 도입한 뒤 첫 국제대회에서 양윤서 선수가 뛰어난 성적으로 마무리하고, 6명의 선수 모두 10위 이내에 진입하는 뿌듯한 결과를 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감독은 또 "앞으로 대표팀 방향성에 대한 시험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을 잘 세워서 또 다른 기록에 도전하면서 탁월한 선수들 배출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양윤서는 베트남에서 열린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너무 소중하다고 했습니다. "외국 대회도 처음이었고, 외국 친구들과 플레이한 것도 처음이었는데 많은 걸 배우는 기회였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 마지막 날 우승 경쟁에서도 양윤서의 강심장이 돋보였습니다. 4라운드 13번 홀까지 2타차 선두였던 양윤서는 짧게 세팅돼 원 온이 가능한 파 4홀인 14번 홀에서 3번 우드로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6m 이글 퍼팅을 성공시켰습니다. 반면 오수민은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진 뒤 크게 튀어 페널티 구역으로 떨어지면서 더블보기를 했습니다. 두 선수의 타수 차가 6타까지 벌어지면서 승부가 사실상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양윤서는 "오늘 악천후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어제부터 바람이 점점 강해져서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었다.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파를 노리고, 버디보다는 스코어를 지키는 데 집중하면서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려고 했다"라며 치밀했던 코스 매니지먼트를 설명했습니다. 기상 악화로 마지막 날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3명에 불과했습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두드리면서 기량이 급성장한 양윤서는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아마추어 오픈과 UAE 컵에서 열린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면서 자신감마저 커졌습니다.

양윤서는 우승을 확정을 지은 뒤 이번 대회에 동행한 어머니와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면서 태국 국가대표 전지훈련에서 도움을 준 김형태 감독, 민나온 코치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첫 우승을 할 때도 어머니와 같이 있었다. 부모님은 항상 나를 믿어주고 지원해 준다. 감사하다. 국가대표 전지훈련을 태국에서 하다가 왔다. 김 감독님, 민 코치님이 '잘할 수 있다'라고 늘 이야기해 주셨다. 그 덕분에 자신 있게 경기할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175cm의 뛰어난 체격을 지닌 양윤서는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게 된 설렘도 밝혔습니다.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 좋은 코스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와 플레이할 수 있어 가슴이 설렌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해본다는 점이 기대된다. 메이저 문을 두드리다 보면 챔피언이 될 것 같다. 머지않은 미래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 크라우닝의 관리를 받는 양윤서는 골프 꿈나무 육성에 마음을 다하는 삼천리와 타이틀리스트 지원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닝 우도근 대표는 "매사에 신중하고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과 장세훈 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 협회 고상원 팀장은 설 연휴에도 미국 출장을 떠나 미국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참관할 예정입니다. 이 대회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비에라CC는 2028년 LA올림픽 골프 경기장이기도 합니다. 강 회장 일행은 2년 뒤 열리는 올림픽에 대비해 현지 점검 및 선수단 숙소 등을 미리 챙긴다고 합니다.
고교 시절 일찌감치 대한골프협회, 매니지먼트 업체, 후원사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10대 선수들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여자골프는 화수분처럼 스타가 나온다고는 하지만 최근 국제 경쟁력이 갈수록 뒷걸음질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일본, 태국, 대만 등에 밀릴 때도 많습니다.
올 9월에는 일본에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립니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임성재, 김시우 등 국가대표 출신 프로를 앞세워 단체전 금메달을 땄습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3회 연속 단체전 은메달에 머물렀습니다. 16년 만에 단체전 우승을 노리는 한국 여자골프의 야심에 찬 도전에도 평균 연령 18.2세인 '뉴질랜드' 황금세대가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습니다.
한국 여자골프는 황금세대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이번 대회 성과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국 여자골프가 다시 세계 정상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지난해 대한골프협회 랭킹 3위였던 양윤서를 비롯한 10대 유망주들이 모조리 상위권에 오르며 '준우승의 굴레'를 끊어낸 순간은 골프 팬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대한골프협회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 해외 전지훈련, 맞춤형 코칭이 열매를 맺으며 선수들의 기량은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단순히 '차세대'가 아니라 이미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현재형 스타'들입니다. K 골프의 새로운 황금세대로 떠오른 소녀들이 써 내려갈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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