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없으면 성장 어렵다”...반도체·AI 향한 조언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린피스가 김채원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연구원을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약 10%로, 전 세계 및 OECD 평균인 약 30%에 크게 못 미친다. 그린피스는 이러한 전력 구조가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들이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근본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미 자사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으며, 최근에는 공급망 전반의 간접 배출량(Scope 3) 감축을 요구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 같은 요구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거래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낮은 국가의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은 이런 흐름에 특히 민감한 분야로 꼽힌다. 반도체 공정은 고도의 청정 환경과 24시간 가동되는 설비를 필요로 해 전력 소비가 많다. 환경단체들은 반도체 산업이 국가 핵심 산업인 만큼, 전력 공급 구조 전환이 늦어질 경우 탄소 비용 부담과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가 차원 전력 전환 있어야 산업 경쟁력 오를 것"
AI 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린피스는 최근 AI 기술 확산이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대규모 데이터로 사전 학습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기존의 도메인 특화 모델에 비해 훨씬 많은 연산과 전력을 필요로 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경우 도메인 특화 모델보다 약 1,000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AI 데이터센터 운영과 관련해 재생에너지 조달 확대와 전력 효율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신규 데이터센터 입지를 재생에너지 접근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AI 산업에서도 에너지 전환이 이미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그린피스는 AI 기술의 발전 방향,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에너지 인프라의 지속가능성은 개별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과제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언급하며 "대규모 전력 수요가 예상되는 산업단지에 LNG 발전소를 추가하는 방식은 장기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 체계와 장기 전력 수급 계획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경단체들은 반도체와 AI 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술력뿐 아니라 지속가능성까지 포함한 경쟁력을 확보할 때 비로소 성립한다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환경 보호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고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의미다. 관련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략 없는 산업 육성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므로 국가 차원의 전력 전환이 반도체와 AI 경쟁력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