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북극 더위가 부른 한파…올해 기후 미리보기

박상욱 기자 2026. 2.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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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27)

역대급으로 높았던 2025년의 전 지구 연 평균기온의 여파는 이번 겨울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극의 연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무려 1.37℃ 높아 남극(평년 대비 + 1.06℃), 북반구 중위도(평년 대비 +0.84℃), 남반구 중위도(평년 대비 +0.42℃), 열대(평년 대비 +0.29℃)보다도 더 달궈지면서 북극의 해빙 면적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탓입니다.

새해 들어 북극의 해빙 면적은 연일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입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증감을 거듭하는 해빙 면적인데,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전에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적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지난달 말 기준, 북극 해빙 면적은 1,359.2만㎢를 기록했습니다. 이전까지 연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2012년과 비교했을 때에도 42.8만㎢ 적을뿐더러, 평년(1981~2010년 평균)에 비해선 무려 130.6만㎢ 줄어든 상태입니다.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전체 면적은 약 22만㎢. 평년보다 한반도의 약 6배에 달하는 면적의 해빙이 녹아내린 셈이죠.
이렇게 녹아내린 해빙은 극지방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한대전선 제트기류, 이른바 '북극 제트'를 약화시킵니다. 이를 '음의 북극진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북극진동의 값이 양(+)일 경우에 북극 제트는 고위도로 바싹 올라 팽팽한 상태로 강하게 붑니다. 반면 음의 값일 경우엔 이 제트기류가 힘을 잃으며 불규칙한 모습을 보이죠. 평소의 위치보다 내려가기도, 올라가기도 하면서, 중위도 지역에선 예년 같지 않은 날씨를 경험하게 됩니다.
실제 지난 1월, 북극에선 음의 북극진동으로 인해 중위도 곳곳이 이상 한파와 이상 고온의 들쭉날쭉한 날씨를 경험했습니다. 뱀처럼 구불거리며 사행(蛇行)한 제트기류 탓에 유럽과 러시아, 한반도는 평년보다 1월 평균기온이 낮았고, 미국의 경우 서부는 평년보다 포근한, 동부는 평년보다 추운 날씨를 경험했습니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 6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것 또한 제트기류의 사행이 그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평소보다 따뜻한 바다 위로 북쪽의 한기가 불규칙하게 찾아오면서 두터운 눈구름을 동반한 겨울 폭풍을 부른 겁니다.
우리나라의 1월도 많은 이들에게 '유독 춥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10년간 서울의 1월 일최저기온을 살펴봤습니다.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졌던 날은 7일. 2018년(10일), 2021년(8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1월 내내 전반적으로 기온이 낮았던 2018년 1월과 달리, 2021년은 상순에 집중적으로 추웠고, 2026년 1월은 하순에 –10℃ 안팎을 오간 날이 집중됐다는 점입니다.

범위를 넓혀 금세기 들어 서울의 1월 일최저기온 추이도 살펴봤습니다. 앞서 최근 10년새 추웠던 1월로 손꼽혔던 2018년과 2021년 외에도 2001년도 일최저기온이 최저 –18.6℃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2001년엔 최저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도 그 기온이 –0.2℃에 그쳤을 만큼, 한 달 내내 최저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렀었죠. 2021년도 가장 추운 날엔 기온이 마찬가지로 –18.6℃까지 떨어졌습니다만 이후엔 하루 중 가장 낮은 기온이 4.8℃에 이를 만큼 기온이 오른 날도 있었습니다.

'겨울의 한복판'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1월 중 일최저기온이 무려 11℃에 달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바로, 2002년의 일입니다. 당시 서울엔 13.5mm의 비가 내리면서 일교차는 불과 2.5℃에 그칠 만큼, 종일 봄 날씨가 이어졌죠. 그해 1월은 대체로 포근해 일최저기온이 –10℃를 밑돈 날은 2002년 1월 2일(-11.4℃)과 3일(-12℃) 단 이틀뿐이었습니다. 11~17일까지 7일 동안은 최저기온이 영상권에 머물렀고요.

범위를 좀 더 넓혀 전국 단위로도 1월의 기온을 살펴봤습니다. 최근 10년새 가장 포근했던 1월은 2020년의 1월이었습니다. 월 평균기온 2.5℃로, 하루 평균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던 날은 3일 뿐이었죠. 그 다음으로 포근했던 해는 2023년으로, 월 평균기온 0.9℃를 기록했습니다. 그해 광양의 평균기온이 무려 20.9℃까지 올라갔던 날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2023년 1월 25일엔 전국 평균기온이 무려 –10.2℃를 기록할 만큼 전국이 꽁꽁 얼어붙는 한파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의 같은 달, 평균기온이 날에 따라 최대 20℃ 가까이 차이 날 만큼 변동성이 컸던 겁니다.

최근 10년새 전국의 1월 평균기온이 가장 낮았던 해는 2018년이었습니다. 월 평균기온이 –2.4℃에 그쳤고, 하루하루를 쪼개서 봤을 때, 평균기온이 최저 –10.7℃까지 떨어지는 등 사흘간 전국의 평균기온이 –10℃를 밑돌았습니다. 그해 1월, 전국 평균기온이 영상이었던 날은 단 9일 뿐이었죠. 다음으로 추웠던 1월은 2021년의 1월이었습니다. 월 평균기온은 –1.1℃로, 전국적으로 평균기온이 무려 –12.3℃까지 떨어졌던 2021년 1월 8일, 대관령의 평균기온은 무려 –24.3℃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10년새 2위' 기록을 다시 쓴 1월이 바로 2026년, 올해입니다. 월 평균기온은 –1.6℃로, 2021년 1월보다도 더 낮은 기온이 기록됐죠. 특히, 하순만 따졌을 때엔 평균 –3.8℃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기온이 하순 내내 영하권에 머물렀습니다. 한강물이 얼어붙어 도보로도 강을 건넜던 수십년전 만큼은 아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최근 기억에서 '손꼽힐 만큼' 추웠던 것은 분명한 겁니다.

기온 외에도 기록적인 요소들은 또 있었습니다. 전국 1월 강수량은 4.3mm로 집계를 시작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가장 적었습니다. 강수일수 또한 3.7일로 역대 네 번째로 가장 짧았습니다. 전국적으로 강수량이 적었던 와중에 경남권엔 평년의 1.3% 정도밖에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경북권도 월 강수량이 평년의 14.4%에 그친 데다 동쪽지역을 중심으로 대기도 건조해지며 연일 건조특보가 이어졌죠. 실제 경북 의성(1월 10일, 대응단계 2단계), 부산 기장(1월 21일 대응단계 1단계) 등 영남 일대에선 연초부터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역대급 기록'이 쓰여진 것은 바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 10년새 두 번째로 추웠던 2026년 1월이지만 우리나라 해역의 1월 평균 해수면 온도는 12.4℃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바다별로는 남해의 해수면 온도가 16℃로 역대 가장 뜨거웠고, 동해는 14.1℃로 역대 4위, 서해는 7.1℃로 역대 5위를 기록했습니다.

연초부터 역대급 기록과 함께 시작한 2026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기상청은 올해 연 기후전망에서 올해 연 평균기온이 평년 대비 1.121℃ 높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해보다는 낮겠지만, 여전히 '이전의 경험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인 것이죠. 이는 전 지구 연 평균기온이 평년 대비 0.623℃, 동아시아는 0.856℃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치입니다. 남들보다 '더 뜨거운 한 해'를 보낼 거란 걱정은 결국 올해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겁니다.

확률론적으로 따져보더라도, 기온도 해수면 온도도 평년보다 낮을 가능성은 0%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연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70%,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무려 80%로 나왔고요. '확신의 온도'와 달리, 강수는 변동성이 커 보입니다.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인 가운데 평년보다 많을 확률이 30%, 적을 확률이 20%로 산출됐습니다.

APEC 기후센터도 기상청과 비슷한 결의 장기전망을 내놨습니다. APC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Climate Center,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의 7월까지 전망에 따르면, 2~4월과 5~7월 모두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수의 경우, 대체로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고요.
우리나라의 기상과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북극의 얼음만이 아닙니다. 3면을 둘러싼 바다의 영향도 매우 크죠. 기상청은 “2025년 전 지구 해양 열용량이 관측이래 최고치인 약 306ZJ을 기록했다”며 “우리나라 주변 해역뿐 아니라 북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유지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각각의 상황은 모두 '기온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이고요.

달궈진 북태평양은 대기에 열을 공급하게 됩니다. 이는 한반도 남동쪽에서 고기압성 순환의 강화를 일으키고, 이러한 고기압의 강화는 곧 여름철 더위로 이어지게 되죠. 우리나라에서 동남아를 지나야 나오는 인도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 또한 대기에 열을 공급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류활동이 늘어나 상승기류가 형성되는데, 그렇게 상승한 기류는 한반도 남동쪽에서 하강하면서 한반도 남동쪽의 고기압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죠. 우리와는 무관한 것 같은 대서양의 상황도 한반도의 기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대서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대기에 열이 공급되면서 대류활동이 증가해 상승기류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대기 상층에 만들어진 고기압은 대기파동으로 한반도 대기 상층의 고기압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기 하층과 상층 모두 고기압으로 뒤덮이며 '겹이불'과 같은 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현재 평년보다 대체로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는 열대 동태평양 해역(니뇨 3.4)이 초여름부터 평년보다 달궈지며 올 여름 엘니뇨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기상청뿐 아니라 APEC 기후센터, 영국 기상청, 미국의 NASA, 프랑스 기상청 등이 공히 이런 예측을 내놓고 있죠. 엘니뇨는 여름철 우리나라의 강수에 큰 변동성을 가져옵니다. 모두가 '평년보다 더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온과 달리, '평년과 비슷' 또는 '평년보다 적을 확률 20%, 평년보다 많을 확률 30%'인 강수 예측이 더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결국, 노약자나 야외 또는 밀폐된 공간의 노동자들의 온열질환뿐 아니라, 갑작스런 극한호우에 따른 인명피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하는 '양극단의 날씨'는 결국 올해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순탄할 날 없는 날씨'는 앞으로 우리가 해마다, 계절마다, 달마다 마주해야 할 '뉴 노멀'이기도 합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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