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8분 뒤 남강릉IC, 적중률 90%”… AI가 길목 찍자 체납차 잡혔다
단속 적중률 25%에서 90%로 뛰어

“차량 번호 2***** 코XX, 동해IC 18:30 통과, 예상 출구 남강릉IC, 평균 통행 시간 18분, 미납 건수 193건.”
지난 2월 8일, 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 통행료관리부 직원들의 업무용 휴대전화에 문자 한 통이 울렸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고액 통행료 체납차’의 이동 경로를 인공지능(AI)이 예측해 보낸 알림이었다. 단속팀은 AI가 짚어준 남강릉IC 인근에서 해당 차량을 실제로 붙잡았다. 운전자는 밀린 통행료 351만원을 현장에서 전액 납부했다. AI가 없었다면 단속반은 체납 차가 나타날 때까지 몇 시간을 길목에서 대기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12일 강원 원주시에서 만난 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 통행료관리부를 찾았다. 고속도로 통행량이 급증하는 설 연휴를 앞두고 분주한 가운데 AI 기반의 ‘체납 차량 경로 예측 단속 시스템(AI 단속 시스템)’은 24시간 가동 중이었다.
이주현(52) 통행료관리부 차장은 AI 단속 시스템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속 업무를 7년째 맡고 있는 그는 “올해에만 고액 체납 자동차 4대를 적발해 4800만원을 징수했다”고 말했다.

◇고액 체납 차 뜨면 AI가 단속반에 ‘알림 문자’
AI 단속 시스템은 통행료 고액 체납 차의 주행 습관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평소 어떤 고속도로 진출입로를 이용했는지, 주로 운행한 시간은 어느 요일 몇 시인지, 평균 시속은 얼마인지 등을 분석했다.
고액 체납 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AI 단속 시스템이 번호판을 식별해 단속반에 알림을 보냈다. 문자 메시지에는 적중 확률과 함께 예상 출구, 도착 예정 시각, 통행료 미납 건수와 금액 등이 담겼다.
AI가 제시한 예상 출구 인근에 단속 차가 대기하다가 조수석에 설치된 카메라로 단속 대상을 식별한다. 발견하면 경광봉 등을 활용해 해당 자동차를 인근 IC로 유도해 체납액을 징수한다.
통행료와 부가 통행료를 합쳐 300만원 이상 내지 않은 차가 단속 대상이다. 부가 통행료는 최근 1년 이내 20회 이상 상습·반복적으로 통행료를 내지 않았거나, 세 차례 고지에도 납부하지 않은 차에 부과된다. 통행료의 10배가 징수된다.

◇적중률 25%→90%… “이젠 기다리지 않는다”
한국도로공사가 AI 단속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2024년 6월이다. 하이패스 개통 이래 고속도로 통행료 미납액이 급증한 탓이다. 미납액은 2022년 656억원에서 2025년 994억원으로 3년 만에 50% 넘게 뛰었다. 특히 고액 체납 차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적으로 4467대이고, 체납액이 202억원에 달했다.
현장에선 AI 단속 시스템 도입 이후 업무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에는 고액 체납 차의 번호와 예상 출구 정보만 있었다. 단속반이 건마다 이동 경로와 도착 시점을 추정해야 했다. 몇 시간을 기다리고도 허탕을 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김창순(46) 통행료관리부 차장은 “상습 미납 자동차별로 어느 요일에 정기적으로 이동하는지, 어떤 지역을 자주 오가는지 등을 일일이 따져야 했다”며 “단속 지점과 시점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들었고, 현장 효율도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AI 도입 전 단속 적중률은 약 25% 수준이었다. 네 번 출동하면 한 번 적발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AI 단속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적중률은 90%까지 상승했다.
실적으로 이어졌다. 전국 현장 단속 징수 금액은 2023년 13억원에서 2024년 18억원, 2025년 23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예측은 AI, 단속은 사람… 100㎞ 추격도
AI 도착 시스템에 따라 고액 체납차의 도착 예상 정보가 명확해지면서 현장의 단속 방식도 체계적으로 변했다. 예를 들어 고액 체납차 여러 대가 동시에 나타나면 ‘예측 확률’과 ‘체납 금액’을 토대로 우선순위를 정해 단속에 나선다.
최원서(50) 통행료관리부 과장은 “정기적으로 반복 운행하는 차는 추후 다시 적발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선순위를 낮추고, 비정기 차 중 예측 확률이 높으면서 금액이 큰 차를 먼저 단속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AI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예측까지다. 단속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일부 고액 체납차 운전자는 단속을 눈치채고 속도를 올리거나, 경로를 바꾸기도 한다. 강원 원주시에서 시작된 추격전이 100㎞ 넘게 떨어진 경기 안산시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AI 단속 시스템의 빈틈을 현장의 노하우가 채우는 경우도 있다.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구간에선 AI 단속 시스템이 각 출구로 고액 체납차가 향할 확률을 50%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갈림길 이전 구간에서 단속반이 대기하는 식이다.
이주현 차장은 “AI 단속 시스템은 예측이 틀린 것도 지속해서 학습하며 진화 중”이라며 “사람의 경험까지 더해 끝까지 징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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