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돌직구]③ “보유세 올리면 고소득층만 고가주택 보유 ‘강남 프리미엄’ 부채질”

김유진 기자 2026. 2.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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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 인터뷰
부동산 세제 개편, 정부 공급대책 부족 자인
재건축·재개발 풀면 민간 공급 자연스레 나와
‘똘똘한 한 채’로 수도권 집중 현상 심화될 듯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

“다주택자를 사실상 투기적 수요의 주체로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적 메시지를 통해 시장을 관리하려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특정 계층(다주택자)을 징벌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기능의 원활한 작동을 돕는 것이어야 합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연일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는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정부는 5월 9일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한 데 이어 대출·보유세 측면의 규제도 강화하면서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다.

5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캠퍼스에서 만난 신 교수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우리 사회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규제에 따른 다주택자 매물 출회로) 단기적으로 시세보다 낮게 거래돼 안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 보유세 인상 등 정부의 세제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신 교수는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려는 이유는 1·29 공급 대책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며 “공급 대책이 충분했다면, 세제 개편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세제 개편은 ‘공급은 충분하지 못하니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똘똘한 한 채’까지 보유세가 강화될 경우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신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보유세 인상으로 임대료를 올리면서 전월세 시장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보유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층만이 고가 주택을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강남 프리미엄’이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취득, 보유, 양도로 이어지는 부동산 세금 체계 전반을 조세 원칙에 맞게 합리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거래세를 낮춰 매매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되 실거주 1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12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외벽에 부동산 관련 세금과 아파트 매매 물건 등의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가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추가 수요 억제책, 주택 공급대책이 나올 수 있다. 정부가 가는 정책 방향이 올바른 것일까. 수요자 입장에서 앞으로 어떤 주거 전략을 짜야 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조언을 신 교수에게 얻었다. 다음은 신 교수와 일문일답.

―최근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는 기조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

“시장의 건전한 순환을 저해하는 정책이다.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다주택자가 급매물을 내놓으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다수 다주택자는 지금 매물을 내놓기보다 규제 완화기까지 ‘버티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시장에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극심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 다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하고 싶다면, 채찍이 아닌 당근을 사용해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보유세 인상 가능성도 있다.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현재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려는 이유는 1·29 공급 대책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보유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층만이 고가 주택을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강남 프리미엄이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면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며, 수요를 억누르는 단기 처방보다 실수요자 보호와 자산 형성 기회 확대를 함께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금은 세제 개편이 아니라 서울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참여 유인을 높이면, 공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자발적인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 그러면 증세 없이도 시장이 정상화된다.”

―‘강남 프리미엄이 극심해진다’는 의미는 서울 핵심 입지 집중 현상이 더 강화된다는 건가.

“‘똘똘한 한 채’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다년간 누적된 정부 정책과 시장 학습의 결과물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여러 채’보다 ‘똘똘한 한 채’에 몰리게 만들었고, 서울 핵심지 부동산은 우상향한다는 경험이 수요를 더욱 한곳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소득 양극화와 자산 격차가 심화될수록, 희소성이 높은 핵심지 자산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현상을 완화할 방법이 있나.

“완화 방법은 ‘핵심지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강북권의 재개발을 활성화해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광역 교통망을 조속히 확충해 경기도의 우수한 신도시들이 서울의 기능을 분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판교와 같은 성공적인 자족도시 모델을 지방 거점 도시에 롤모델 삼아 서울에 오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와 생활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최근 정부의 1·29 공급 대책을 평가해 달라.

“정부가 공급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발표한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무산됐다.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지역 주민과의 갈등, 인허가 과정의 지연 등 장애물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의 강한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며, 진정한 공급 확대는 규제 완화와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해 그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서울의 경우 주택 시장 공급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민간의 활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부 주도의 ‘몇 만호 공급’ 발표보다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공급 대책 발표 이후에 주택 매수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주택 매수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권한다. 다만 현재는 결코 나쁜 진입 기회가 아니다. 2030년까지 공급 계획이 실현된다 해도 입주까지는 최소 4~5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며, 앞으로 수년 동안 입주 물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30년 전에도 핵심지 주택을 단번에 매수하기는 어려웠다. 중요한 것은 최고의 입지가 아니라 본인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의 입지를 찾는 전략이다. 직주근접, 자녀 교육, 생활 인프라처럼 내 삶의 효용을 높이는 요소를 우선순위로 두고, 무리한 레버리지를 사용하기 보다 지속 가능한 상환 구조 내에서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전하다.”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수도권 주택 시장은 전반적인 ‘상승 안정’ 기조 속에서 지역별, 상품별 차별화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대출 규제가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공급 부족의 구조적 문제와 전셋값 상승 압력이 누적되면서 매매 시장을 자극하는 형국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과 다른 접근법을 요구하는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 과거와 같은 동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지역별 가치가 뚜렷하게 나뉘게 되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기 위한 정교한 분석이 중요한 시점이다. 몇몇 지역은 수도권 못지않은 잠재력을 보여줄 것이다. 각 권역을 대표하는 광역시의 핵심 지역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와 인프라를 흡수할 것이다. 또한, 대규모 산업단지나 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되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자족도시는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상승 동력을 갖출 수 있다. 지방 부동산 문제는 이제 단순한 시장 전망의 차원을 넘어,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관점 속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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