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 金에 ‘두 팔 번쩍’ 눈물… “간절했던 올림픽 메달, ‘원 팀’으로 이뤘다”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6. 2. 16. 00: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노보드 프리스타일팀 김수철 감독
2010년부터 5차례 올림픽 이끌어
시행착오와 보완 거치며 의지 다져
롯데그룹·달마배 등 도움준 곳 더해
최가온·유승은 등 메달리스트 배출
“큰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것 보여”

◆ 밀라노 동계올림픽 ◆

김수철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대표팀 감독(왼쪽)이 지난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최가온과 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최가온(17·세화여고)이 극적으로 금메달을 확정짓자 김수철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대표팀 감독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5회 연속 동계올림픽에 지도자로 나서 꿈만 꿨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수를 배출하게 되자 김 감독은 누구보다 행복한 밤을 보냈다.

경기 후 만난 김수철 감독은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닌데, 20여년 동안 갖고 있던 것들이 뻥 터진 느낌이었다. 그동안 못 느꼈던 감정이 나왔다. 무엇보다 우리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와 기뻤다”고 말했다. 최가온의 금메달 외에도 김 감독이 이끄는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각종 성과를 냈다. 여자 빅에어에서 유승은이 동메달을 따냈고,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이채운이 역대 최고 성적인 6위에 올랐다.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종목 중 하프파이프, 빅에어, 슬로프스타일 등 프리스타일 계열 대표팀 지도자로 활약한 지 햇수로 20년. 현역 시절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은 경험했어도 동계올림픽 출전을 못했던 김 감독은 지도자로 동계올림픽에만 5번 나서 지도했다. 2007년부터 대표팀 코치, 감독을 맡았던 그는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팀을 만들어갔다. 나보다 그동안 함께 했던 선수들이 무척 간절했다. 그 간절함이 하나하나 모여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가온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면서 금메달을 딴 과정에 대한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최가온은 결선 1차 시기 도중 파이프 벽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경기를 더 뛰기 힘들어보였지만 최가온은 2차 시기에 도전했고, 3차 시기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쳐 5차례 점프를 모두 성공하고 90.25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 감독은 “가온이가 넘어지고 나서 가온이 아버지가 ‘할 수 있다’고 계속 이야기하더라. 아마 그 상황이 없었다면 가온이는 더 못 뛰었을 수도 있다. 함께 있던 벤 위스너 코치가 가온이에게 무릎에 힘을 받는지 안 받는지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고, 전담팀 물리치료사도 계속 체크했다. 그때 가온이는 계속 ‘괜찮다’ ‘할 수 있다’면서 하겠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공중 연기를 펼치는 최가온. 연합뉴스
2차 시기에 첫 점프에서 넘어져 부담감이 커진 상황. 김 감독은 “가온이가 3차 시기를 위해 출발 지점으로 올라와서 다쳤던 부위에 찜질을 시도했다. 가온이한테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자. 한번 해보자’고 했다. 자신감 갖고 텐션 올리라고 했지만 마음은 너무 아팠다. 몸이 아프고, 큰 부상을 입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앞에 있으면서 눈물 밖에 안 났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는 가온이 원하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을 위해 4년간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겠냐”고 덧붙였다. 난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고 시도한 3차 시기. 최가온은 모든 점프를 성공했고 결선 순위표에서 1위로 올라가자 김 감독은 눈물을 쏟아냈다.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 한국은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출전했다. 김호준이 처음 도전에 나선 뒤, 이광기, 권이준, 권선우, 이채운 등이 나섰지만 2022년 베이징 대회까지 한번도 결선에 오른 선수가 없었다.

김 감독은 “스키장에 간다 하면 일반 사람들은 휴가, 여가로 생각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밴쿠버 대회 때부터 계속 시행착오와 보완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만큼 계속 오기가 생겼다. 정말 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10대부터 좋은 선수들이 나오고, 청소년올림픽, 동계아시안게임 등이 생기면서 올림픽 메달에 대한 목표를 조금씩 키워갔다. 꿈만 같던 일을 실현하기 위해 선수, 스태프 모두 ‘원 팀’으로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김수철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대표팀 감독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소감을 전하고 있다. 밀라노 김지한 기자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독 달랐던 ‘긍정적인 기운’을 이야기했다. 그는 “처음에 딱 리비뇨에 도착하니까 정말 행복했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건 올림픽에서 팀을 지도하면서 처음이었다”면서 “행복한 감정을 선수들이나 팀원들에게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위치에서 더 움직이고 최선을 다했다”며 미소지었다.

김 감독은 스노보드 프리스타일팀 주변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하나하나 감사 인사도 전했다. 그는 최가온의 로드매니저 역할을 해온 부친 최인영 씨를 비롯해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사인 롯데, 협회 내 스노보드위원회, 2003년부터 스노보드 대회를 연 달마배 등을 언급하면서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스노보드 프리스타일팀 메달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김 감독이 이끄는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대표팀의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 빅에어 동메달을 따낸 유승은이 슬로프스타일에 나서 추가 메달을 노린다. 김 감독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스노보드 프리스타일팀도 큰 무대에서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앞으로 성장할 젊은 선수도 많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 스노보드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리비뇨 김지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