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은밀한 사생활] 겨울자나방의 지혜

지영군 2026. 2.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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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곤충들은 먹이가 부족하고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활동하지 않고 알이나 애벌레, 혹은 번데기로 월동한다.

하지만 독특하게 겨울에만 나타나는 자나방이 있는데 '겨울자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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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곤충들은 먹이가 부족하고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활동하지 않고 알이나 애벌레, 혹은 번데기로 월동한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깨는 곤충들도 있다. ‘북방겨울자나방’과 ‘좁은날개겨울자나방’이 주인공이다. 자나방은 애벌레 시절 한 뼘 한 뼘 자로 재듯이 몸을 둥글게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기어다닌다. 애벌레는 자벌레, 다 자란 어른은 자나방이라고 부른다.
 
▲ 자나방 애벌레

자나방은 다른 곤충처럼 따뜻한 봄부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까지 활동한다. 하지만 독특하게 겨울에만 나타나는 자나방이 있는데 ‘겨울자나방’이다.

이 친구는 애벌레로 봄을 나며 번데기로 여름 잠을 자다 겨울이 시작되면 어른벌레로 우화해 겨울에 짝짓기를 한다. 겨울자나방은 우리 자연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생태적 특징은 수컷은 다른 나방처럼 짝짓기를 위해 멋진 비행실력을 뽐내면서 암컷을 찾아 가지만 암컷은 날개가 없거나 퇴화되서 날지 못한다.

겨울 숲속에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암컷들은 낮에 쉬고 있던 낙엽 속에서 기어 나와 주변 나뭇가지 끝으로 이동해 멋진 왕자님과 만날 준비를 한다. 꽁무니를 위로 치켜 세운 채 수컷을 유혹하는 페르몬을 내뿜는다. 암컷이 보낸 신호에 주변에 있던 수컷들은 기다렸다는 듯 맹렬한 기세로 암컷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간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긴 수컷은 혹독한 추위를 무릅쓴 채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 겨울자나방

그럼 겨울자나방들은 왜, 겨울에 태어나 활동을 할까? 또 암컷은 왜, 날지도 먹지도 못하면서 단지 짝짓기만을 하고 생을 마감할까?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겨울은 포식자들이 거의 없어 천적들로부터 안전한 시기다. 추위로 인한 제약보다 천적을 피하는 것이 더 생존에 유리하다는 그들만의 선택이 아닐까?

암컷은 왜 마음껏 날아다니면서 멋지고 힘이 센 수컷의 유전자를 받지 않을까? 겨울자나방 암컷은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떼어냄으로써 천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아껴 알을 낳는 데 필요한 모든 힘을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자연은 이들에게 ‘날지 않아도 된다’는 삶의 방식을 일깨운 셈이다.

평소 나방이라는 곤충을 하찮게 생각했던 우리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안락만을 추구하는 인간들에게 겨울자나방은 큰 교훈을 전해준다. 불리해 보이는 조건이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워진 여건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는 대담한 용기, 그것이 생존을 위해 터득한 지혜가 아닐까.

< 청개구리 쌤, 지영군 곤충교육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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