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빵 원가 400원, 비싸게 팔고싶지 않아”…행복을 굽는 제빵사 김경오 [미담:味談]

채상우 2026. 2. 1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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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오 따순기미 셰프 인터뷰
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인간이 불을 집어든 날, 첫 셰프가 탄생했습니다. 100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음식에 문화를 담았습니다. 미식을 좇는 가장 오래된 예술가, 셰프들의 이야기입니다
김경오 셰프. 채상우 기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새벽 4시 30분. 새들도 눈을 뜨지 않은 어슴푸레한 시간, 김경오 셰프는 빵을 굽는다. 파주 회동길, 동화같은 마을에 구수한 빵 냄새가 여명(黎明)처럼 퍼져나가면 비로소 어둠이 걷히고 새아침이 밝는다. 행복을 냄새로 표현한다면, 빵 굽는 냄새가 아닐까. 빵은 오랜 시간 행복의 매개체로 여겨졌다. 그건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르지 않았다. 돈이 없어도 빵 하나로 행복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빵은 행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가난한 이들에게 빵은 불행을 체감하는 음식이 되버렸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 때문이다. 한국의 빵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에 따르면 식빵 가격은 2.98달러(약 4300원)로 세계 10위, 아시아 1위였다. 일반적으로 3000원~4000원 수준인 소금빵은 원조인 일본에 비해 4배 정도 비싸다. 빵의 가격 상승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최근 5년간 빵값 상승률만 38.7%에 달한다.

따순기미의 빵. 채상우 기자

김경오 셰프는 “빵은 죄가 없다”고 말한다. 죄가 있다면, 소비자를 외면하고 돈만 좇아 과욕을 부린 기업들에게 있을 것이다. 최근 밀가루·설탕 등 원재료 업체들의 담합이 적발됐다. 규모만 10조원에 달한다. 그들은 담합으로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폭등시켰다. 일부 대형 식품회사가 독과점한 시장 구조도 가격을 상승한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김경오 셰프는 기업들의 행태와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김경오 셰프의 빵집 ‘따순기미’는 빵이 맛있고 저렴하기로 유명하다. 네이버 홈페이지 등에서는 단팥빵·소금빵이 2900원에 소개되고 있지만, 상시 할인으로 단팥빵 약 1400원, 소금빵 1400원, 소보로빵 1200원, 식빵 3300원 등 시중 프랜차이즈 빵집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금빵을 800원에 파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그가 저렴한 가격에 빵을 파는 이유는 누구나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저도 예전에는 빵을 비싸게 팔았어요. 코로나 팬데믹 당시 경영난을 겪으면서 ‘오만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건 손님들 덕분이었다는 걸 잊었던 거죠. 그 후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은 대폭 낮췄어요. 소금빵 원가는 400원에 불과합지만, 여기에 인건비, 임대료 등 많은 부가 비용이 추가돼요. 그래도 손님의 부담을 늘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오히려 손님들이 저희 빵에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더 큰 행복을 얻으니깐요.”

김경오 셰프. 채상우 기자

사람을 소중히 하는 그의 성품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김경오 어머니는 작은 백반집을 운영했다. 그 동네에는 고아원이 있었다. 당시 고아원생들은 늘 배고픔에 괴로워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늘 따뜻한 음식을 먹이곤 했다. 굶주린 아이는 없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김경오 셰프는 마음 속 깊이 새겼다. 김경오 셰프는 파주봉사대 후원회장으로 4000여 명의 독거노인을 돌보고 있다. 매주 1000개~1500개에 달하는 빵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외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기부도 10여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어머니는 늘 주변을 챙기셨어요. 특히 아이들요. 그때는 정말 배고픈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그런 아이들을 못 본 척 넘어가지 않으셨어요. 언젠가는 아이가 성인이 돼 저희 어머니 식당에 찾아와 ‘그때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어머니의 베품이 그에게는 큰 힘이 됐을 거라는 생각에 저 역시 기뻤어요. 그런 어머니의 실천이 제게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김경오 셰프의 따순기미는 파주·고양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빵지순례명소’다. 따순기미라는 이름은 김경오 셰프의 고향인 여수시 금오도의 섬마을 따순기미에서 따왔다. 따뜻한 곳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에서 김경오 셰프는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빵을 좋아했다. 따순기미에는 빵집이 없었다. 슈퍼에서 파는 점빵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육상부에 들어가면 빵을 준다는 말에 육상부 선수로 활동할 정도였다.

따순기미의 빵들. 채상우 기자

고등학교를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빵을 배우기 시작했다. 군장대학교 호텔조리과 및 해전대학교 제과제빵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제과학교 및 프랑스 요리·제과제빵·와인 전문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제과제빵 연수과정을 마쳤다. 2009년 4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따순기미 시작했다. 따순기미의 빵맛은 금새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따순기미는 가장 잘 되던 시절 연 매출 3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그의 빵은 향과 맛이 풍부하다. 맛의 무게감이 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묵직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는 90% 재료를 직접 만든다. 단팥소, 고구마필링 하나 공산품을 사용하는 것이 없다. 버터와 우유, 생크림, 설탕 등 필연적으로 공산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만 제외하고는 전부 직접 만든다. 밀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100% 국내산 유기농 밀을 사용했다. 하지만, 국내산 밀 품질 문제 등으로 현재는 프랑스산 유기농 밀을 배합해 사용한다.

작은 동네 빵집 시절의 따순기미. 네이버 블로그

그는 좋은 재료에 집착하는 이유가 소비자의 건강 때문이라고 했다. 빵은 건강과 먼 음식이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건강한 빵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빵을 만들면서 든 생각 중 하나가 ‘조금이라도 건강한 빵을 만들 수는 없을까’였어요. 언젠가 아픈 지인에게 빵을 선물하려 했는데, 선뜻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 이후로 더 좋은 재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고심했던 거 같아요. 유기농 밀, 자체 생산하는 재료를 고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요.”

이 곳의 시그니처인 ‘수박식빵’은 출시 직후 제빵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제품이다. 전국의 빵순이 빵돌이들은 수박식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섰으며, 매대에 내놓기 무섭게 동이났다. 수박식빵 매출만 하루에 7000만원 이상을 찍었다. 중국의 한 제과업체에서는 수박식빵 로열티로 30억원을 제안하기도 했으며, 일주일 동안 매일같이 찾아와 김경오 셰프를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경오 셰프는 이를 거절했다.

따순기미의 빵들. 채상우 기자

김경오 셰프는 빵에 만드는 이의 마음이 담긴다고 여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인사에서 시작한다. 김경오 셰프는 직원이 오면 가장 먼저 손님에게 인사하는 것을 교육시킨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마음은 인사를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서다.

“좋은 마음 없이는 좋은 음식이 만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빵도 마찬가지고요. 손님을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는 셰프는,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없어요. 기교로 채워지지 않는 진심을 담아야 정말 좋은 빵을 완성할 수 있는 거거든요. 저는 후배들이 빵을 만들 때 꼭 손님에 대한 고마움과 진심을 다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따순기미 단골들에게 김경오 셰프는 여전히 동화 속 빵집 아저씨같은 푸근한 이미지다. 그는 지금도 따순기미에 가면, 한 켠에서 빵을 반죽하고,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에게 구운 과자를 건넨다. 그가 하는 행위는 어쩌면, 단순히 빵을 굽는 게 아니라 행복을 굽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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