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굵어진다는 ‘뚝뚝’ 관절 꺾기…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2]
[그거사전 - 93] 손가락 꺾어서 뚝뚝 소리 내는 ‘그거’
![너클 크래킹의 뚜두둑 소리에는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5/mk/20260215222702211hdbm.jpg)
크래킹(cracking)은 갑작스럽고 날카로운 파열음, 뚝 소리를 의미한다. 우리말 명칭이 손가락을 꺾는 행위에 집중했다면 영어는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응용 동작으로 ‘우두둑’이 있다. 한손은 주먹을 쥐고 다른 손으로 주먹을 감싸 쥐듯 누르면 손가락 관절 여럿에서 연속적으로 너클 크래킹이 발생, 우두둑 혹은 뚜두둑 소리가 난다. 일상생활에서 접하기는 어렵고, 액션 영화에서 주먹질 싸움에 앞서 상대방을 위협하는 용도로 쓴다. “지금부터 내 왼 주먹과 오른 주먹이 널 두루두루 마사지해줄 거야.” 따위의 뻔한 대사와 함께다.
케이퍼 무비¹에서 해커나 금고 털이가 본격적인 실력 발휘에 앞서 손가락 꺾기를 하는 것도 장르적 클리셰다. 여기에 “자자 선수 입장” 대사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판 좀 키워볼까.”, “그렇게 나오시겠다?”, “오케이~ 걸려들었어”까지 이르면, 영화 한 편 다 봤다.

![영화 ‘꾼’(2017)에 등장하는 해커. [쇼박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5/mk/20260215222704922rfwk.jpg)
뚝 소리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설에 힘이 실린다. 재미있게도 두 가설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다. 1947년 영국에서는 관절 내 체액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압력 변화로 거품이 형성되는 과정을 소리의 원인으로 꼽은 논문²이 발표됐고, 1971년에는 이 거품이 급속히 터지면서 나는 소리라는 결론³이 제기됐다.

![이렇게까지 해야…했다. 모든 건 거품형성파의 승리를 위해서다. 왼쪽은 관절을 MRI로 촬영하는 모습. 오른쪽은 관절을 잡아당길 때 발생하는 빈 공간. [캐나다 앨버타대학]](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5/mk/20260215222707509cywx.png)
하지만 영원하리라 믿었던 승리의 유효 기간은 3년이었다. 앨버타 버블론자들의 자신이 확신이 되기 전, 붕괴파의 거센 역습이 시작됐다. 2018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과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 공동 연구진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⁴을 통해 관절 내 거품이 터지며 발생하는 음향이 너클 크래킹의 정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5년 연구에 대해 1초에 3장씩 촬영한 MRI 영상으로는 밀리초(0.001초) 수준에서 발생하는 뚝 소리 발생 시점을 제대로 추적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2018년 논문은 밀리초 수준으로 구현한 수학적 모형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개발한 뒤, 여기서 얻어낸 음향 데이터가 실제 실험 데이터가 일치했다는 결론을 내밀었다.

거품이 생기든 터지든, 두 가설 모두 손가락 관절 내부의 거품을 전제로 한다. 애초에 손가락 안에 왜 거품이 존재하는지 의아했다면 당신은 이과적 인재다. 오늘 점심 뭐 먹지 고민하고 있었다면 당신은 문과적 인재다.

![물이 끓는다는 걸 다른 말로 하면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기화 현상’이다. 더 거친 말로 바꾸면 “집에 불내고 싶지 않으면 불 꺼”다. [Unspalsh/engin akyurt]](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5/mk/20260215222711412iihg.png)
일단 어려운 용어는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액체를 기체로 바꿀 수 있는 방법부터 고민해보자. 첫 번째는 증발(蒸發 evaporation)이다. 액체 분자 스스로의 운동 때문에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기화가 발생하는데, 이를 증발이라고 한다. 젖은 머리가 놔두면 마른다든지(냄새는 나겠지만), 젖은 빨래를 널어놓기만 해도 뽀송하게 건조되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두 번째는 끓음(boiling)이다. 비등(沸騰)이라고도 하는데, 끓는점 이상의 온도가 됐을 때 액체 표면과 내부에서 일어나는 기화 현상을 말한다. 액체가 끓게 되면 내부에서 발생한 기체, 바로 기포(거품)이 올라온다. 다시 말해, 표면에서만 기화가 발생하는 증발에는 거품이 생길 일이 없다.
손가락 꺾기 한번 하겠다고 도가니탕마냥 관절을 푹 끓여야 하는 건가 - 싶지만, 그건 아니다. 끓는점에 관여하는 다른 변수가 하나 있으니 바로 압력이다. 정답을 먼저 말하자면 압력을 낮출수록 끓는점도 낮아진다.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당신에게 부연하자면, 끓는점이란 액체가 기체로 변하려는 힘(=증기압)이 공기가 액체 표면을 누르는 외부 압력(=대기압)이 같아지는 온도다. 물의 경우, 100°C에 도달했을 때의 증기압이 표준 대기압인 1기압과 동일해지기 때문에 끓는 것이다.
![흑백요리사의 압력솥 그거. 휘슬러 솔라임S 통3중 압력솥이다. [휘슬러코리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5/mk/20260215222712659beiv.png)
다 왔다. 공동현상은 압력이 낮아져 액체 속에서 기포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 부분의 압력이 액체의 증기압 아래로 떨어지면 (한 문단 앞에서 배운 과학 이론에 근거해) 기포, 공동(空洞·cavity)이 생겨난다. 이 거품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면 빠르고 격렬하게 붕괴하며 매우 국소적인 충격파를 생성한다. 고작 공기 방울 터지는 정도 아니야? - 라고 하찮게 여길 수 있지만, 누적된 영향은 꽤 강력하다. 액체 내에서 빠르게 가동하는 프로펠러, 터빈, 펌프 등 설비·구조물에서 발생하는 공동현상은 소음을 일으키고, 유체 흐름을 방해해 효율을 저하하며, 금속 표면에 마모·침식을 일으킨다.
![수중 프로펠러에 공기 방울이 발생하는 모습. 공동현상 때문이다. [Davidhv22/위키피디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5/mk/20260215222714082jhoo.png)
![공동현상에 의해 손상된 프로펠러. [Erik Axdahl/위키피디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5/mk/20260215222715357tidr.png)
![활액이란 무엇인가. 오늘도 하나 배워가는 그거사전이다. [서울아산병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5/mk/20260215222716649pgzu.png)
해당 연구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수상한 이도 있다.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이그노벨상은 대체로 엉뚱하고 가끔은 잉여로우며 때론 기발한 연구에 수여하는 상이다. 살짝 애매한 영예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알레르기 전문의 도널드 웅거(Dr. Donald L. Unger, 1926~불명)다. 그는 5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왼손 손가락 관절만 꺾는 실험⁷을 통해 너클 크래킹이 관절염 유발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의 단초를 제공한 건 “그러다 너 관절 상한다”라는 어머니의 잔소리였다. 그저 아들의 거슬리는 습관을 멈추게 하려던 어머니는 자신의 훈계가 반백년짜리 대업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았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더 대단한 점은 실험 기간 동안 오른손 손가락을 절대로 꺾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로 독하다 웅거.
웅거의 연구는 1998년 학술지에 실렸고, 그는 2009년 의학 분야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에서 웅거는 이렇게 말했다. “제 묘비에는 이렇게 적히길 바랍니다. 여기 웅거가 잠들다. 마침내 손가락 꺾기를 그만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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