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대구체육관, 마지막까지 남은 루키 양우혁

[바스켓코리아=대구/김채윤 기자] ‘절차탁마(切磋琢磨)’. 자르고, 갈고, 닦는 시간을 거쳐야 옥돌은 비로소 빛을 낸다.
그러나 연마의 과정은 마냥 아름답지 않다. 깎이고, 부딪히고, 때로는 냉정한 평가를 견뎌야 한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루키 양우혁(178cm, G)이 지금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15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서울 삼성에 71-87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단독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경기가 종료된 시각은 18시 38분. 그러나 약 한 시간이 지나도록 체육관에는 농구공을 튀기는 소리가 퍼졌다. 소리의 주인공은 양우혁이었다.
양우혁은 매산초-삼일중-삼일고를 거쳐 2025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한국가스공사에 입단했다. 그리고 데뷔와 동시에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데뷔 두 번째 경기에서 앞선 수비가 강한 안양 정관장을 상대로 16점을 올렸고, 3라운드 한때는 세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공격형 가드로서의 재능을 보여줬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적극적인 수비와 에너지, 과감한 플레이로 활기를 불어넣던 초반과 달리 상대의 공략은 점점 집요해졌고, 약점은 드러났다.

3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20분 46초를 소화하며 8.3점을 기록했던 수치는 4라운드에 14분 47초 3점으로 내려앉았고, 현재 진행 중인 5라운드에도 14분 33초 평균 3점으로 줄어들었다.
이날 역시 양우혁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9분 43초 동안 1어시스트와 1디플렉션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4쿼터 초반에는 5반칙으로 퇴장당했고, 자유투를 허용한 파울만 세 차례였다. 흐름을 바꾸지 못한 채 코트를 떠나야 했다.
외부의 시선도 시즌 초반과는 사뭇 달라졌다. 화려한 데뷔와 기대보다, 약점과 기복이 먼저 언급된다. 피지컬 열세와 수비에서의 미숙함, 잦은 파울 트러블까지. 프로의 무대는 냉정하고, 루키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그러나 양우혁은 현재의 자신을 피하지 않았다. 양우혁은 “초반에 임팩트가 컸는데, 그 폼이 점점 내려가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저는 10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5, 4로 내려오니까... 약점이 드러나고 공략당하면서 출전 시간도 줄어들었는데 되게 자존심 상하고 열받아요”라고 솔직한 마음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이어 “원래도 쉽게 생각하고 (프로에) 오진 않았어요. 지금 상황이 짜증 나고 자존심 상하지만, 이걸 이겨내면 더 좋은 성장의 발판이 될 거라 생각해요”라며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는 이날 경기를 돌아보며 “시작하자마자 미스가 나오면서 스스로 컨디션을 떨어뜨려 놓고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의기소침하게 플레이했고... 오늘은 뭐가 부족했다기보다, 그냥 한 게 없어요. 그게 제일 열받는 것 같아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패배가 남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법은 역설적이게도 다시 농구였다.
양우혁은 “감독, 코치님들께서는 경기 다음 날에 많이 말씀해 주세요. 그런데 오늘은 말씀 안 해주셔도 뭐가 부족했는지 스스로 알고 있어요. 이렇게 스트레스받는 날 가끔은 그냥 농구 생각 안 하고 쉴 때도 있는데, 그래도 결국은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게 제일 빨리 잊히는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였을까. 경기 종료 후에도 양우혁은 한동안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슛을 던지고, 공을 튀기고, 다시 슛을 던졌다. 팀이 최하위라는 현실도, 줄어든 출전 시간도, 5반칙 퇴장도 코트에서 곱씹었다.
루키의 성장 곡선은 언제나 직선이 아니다. 상승 뒤에는 하강이 따르고, 그 사이에서 흔들림은 필연처럼 찾아온다.
하지만 흔들림을 피하지 않는 선수는 결국 단단해진다. 그리고 경기 뒤에도 공을 놓지 않는 선수라면, 그 곡선은 다시 위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 = 김채윤 기자, KBL 제공
Copyright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