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회사 무너지고 정장 회사 웃는다…먹는 비만약이 바꾼 미국 산업 지형 [홍키자의 美쿡]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6. 2. 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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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코의 시가총액은 2023년 고점 대비 2025년 말까지 600억 달러나 증발했습니다.

급기야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25년 10월, 펩시코에 공개서한을 보내며 “지금 바꾸지 않으면 죽는다”고 서늘한 경고장을 날렸죠.

매출의 절반 이상(약 60%)이 스낵·과자 부문에서 나오는 펩시코. 탄산음료(펩시, 게토레이 등) 부문은 약 40%를 차지한다.
미국 최대 스낵 회사들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은 단순합니다. 미국인들이 더 이상 배고프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성인의 12%, 약 1500만 명이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위고비, 오젬픽, 젭바운드, 마운자로까지 이 약물들은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장바구니가 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GDP의 70%는 소비가 차지합니다. 그런데 지금 1500만 명이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여기에 2026년부터는 이 숫자를 폭발적으로 늘릴 사건이 하나 더 발생합니다. 바로 알약입니다.

월 20만 원 알약이 바꾼 게임
2026년 1월 5일, 노보노디스크가 세계 최초 비만 치료 알약 개발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위고비 주사를 맞기 위해서는 월 1000달러(약 135만 원)가 필요했지만, 알약으로 대체할 경우 이보다 7분의 1수준인 월 149달러(약 20만 원)이면 가능합니다.

비용뿐만 아닙니다. 바늘 공포증, 냉장 보관 필요성, 여행 중 복용 불편함…. 모든 진입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현재 CVS, 코스트코 등 전국 7만 개 미국 전역의 약국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내놓은 노보 노디스크.
월스트리트는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복용률 12%는 알약 출시 전 수치입니다. 이는 불과 기존 6%에서 18개월 만에 두 배가 된 숫자입니다. 6개월 마다 복용률이 두 배씩 늘어난 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미국인 중 25% 이상, 약 4000만 명이 복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위스콘신에 사는 크리스 머튼스 씨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2022년 임상시험 참가자였습니다. 당시 118㎏이었던 그는 18개월 후 100㎏으로 18㎏을 감량했습니다. 그는 “음식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과거엔 온종일 다음 식사를 생각했는데, 이제는 알람을 맞춰놔야 먹는 걸 기억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위스콘신에 거주하는 임상 시험자 크리스 머튼스 씨.
지갑도 바뀌었습니다. 크리스 씨는 “스낵은 사지 않습니다. 대신 좋은 스테이크를 삽니다. 어차피 조금 먹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죠. 현재 미국에는 1500만 명의 크리스가 존재합니다.

2025년 12월, 코넬 대학교는 15만 가구의 신용카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자가 보고가 아닌 2년간 추적한 실제 구매 기록입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GLP-1 복용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5.3% 감소했습니다.

고소득 가구는 8.2% 줄었습니다. 스낵 구매는 10.1% 감소했으며, 과자, 쿠키 등 제과류도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패스트푸드와 커피숍 지출은 8% 줄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총지출이 줄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소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죠. 요거트, 신선 과일, 고단백 식품 구매는 증가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데이터에 따르면 정장 판매는 80% 증가했고, 스포츠용품은 24% 늘었습니다.

서카나 리서치는 2030년까지 미국 식음료 판매의 35%가 이들 가구에서 나올 것으로 예측합니다. 35%의 고객이 이제는 돈을 이전과 다르게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2년 전 이미 경고 있었다...GLP-1 시대 가장 위험한 기업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에서 개발한 GLP-1 계열 비만&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사실 경고는 있었습니다. 2023년 10월, 월마트 CEO 존 퍼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GLP-1 복용 고객들의 장바구니가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샘플 규모가 작아 업계는 지켜보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실적 발표 때마다 “GLP-1 영향은 어떤가”라는 질문이 나왔지만, 펩시코 CEO의 대답은 항상 “모니터링 중”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2025년 10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40억 달러를 투자하며 공개서한을 발표한 것이죠. “펩시코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라며 병입 사업 프랜차이즈화, 제품 라인 70% 축소, 건강식품으로의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GLP-1 시대 가장 위험한 기업” 1위로 허쉬를 꼽았습니다. 초콜릿과 사탕은 GLP-1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끊는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허쉬’ 초콜릿.
그동안 업계 전반의 대응은 미봉책 수준이었습니다. 코나그라는 Healthy Choice(헬시 초이스) 포장에 “GLP-1 Friendly” 라벨을 붙였지만, 내용물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네슬레는 12월 “자연적 GLP-1 호르몬 생성 촉진” 식전 음료를 출시했습니다.

반면에 빠르게 제대로 대응한 회사들도 있었죠. 캐주얼다이닝 회사인 올리브 가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올리브 가든은 40% 매장에서 새 메뉴를 테스트했습니다. “Lighter Portions”라는 이름의 7가지 메뉴로, 작은 사이즈에 가격은 13~15달러입니다. 기존 메뉴는 16~23달러였습니다. GLP-1 사용자에게 호소하기 위한 작은 사이즈 메뉴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가성비 인식이 두 자릿수 증가했고, 재방문율도 상승했습니다. 마케팅 없이도 잘 팔렸습니다.

뜻밖의 수혜자도 있습니다. 바로 항공사입니다. 2026년 1월 제퍼리스 분석에 따르면 승객 10% 체중 감소 시 연료비 1.5% 절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상위 4개 항공사 합산 연간 5억 8000만 달러(약 7800억 원)이 절약되는 셈입니다. 보잉737 맥스8 기준 178명 승객이 180파운드(81.65㎏)에서 162파운드(73.48㎏)로 줄면 기체가 1.5t 가벼워집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보잉787 여객기.
물론, 약 먹는다고 끝은 아닙니다.

코넬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 복용자의 3분의 1이 약 복용을 중단하면 구매 패턴이 즉시 원래 대로 돌아갔습니다. 오히려 사탕과 초콜릿 구매가 복용 전보다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2026년 1월 발표된 옥스퍼드 대학 연구에서도 약을 끊으면 평균 1.7년 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혈관 건강도 1.4년 내 원상복귀합니다. 약을 먹는 동안만 구매 패턴이 바뀌고, 중단하면 원래 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자본은 이제 호르몬에 투자, 일라이릴리 알약 4월에 나와
미국 대표 비만 치료제 회사인 일라이릴리도 올해 4월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노보노디스크와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는 겁니다.

주사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늘이 무서워 사용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새로 유입될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알약이 시장의 24%인 220억 달러(약 30조 원)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일라이릴리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트럼프 정부도 비만치료제 시장을 밀어주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와 직접 협상을 발표했습니다.

메디케어 수혜자는 이제 월 50달러만 내면 GLP-1 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6년 중반부터 메디케어가 비만 치료를 커버하는데, 이는 메디케어 역사상 처음입니다. 보험 없는 사람들도 TrumpRx 플랫폼을 통해 월 149달러에 약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메디케어 수혜자 6500만 명 중 10%인 650만 명이 추가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들어옵니다. JP모건 예측을 더하면 누적 총 3700만 명으로, 미국 성인의 11%에 해당합니다. 골드만삭스는 GLP-1 확산이 미국 GDP를 0.4~1% 올릴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1%면 약 280조 원입니다.

새로운 돈이 아니라 기존 돈이 다른 곳으로 흐르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약이 아니라, 구독 상품입니다. 월 20만 원을 내면 식욕이 사라집니다. 중단하면 1.7년 내 원상복귀합니다. 그러면 다시 구독합니다. 우리 몸의 화학적 반응마저 매월 결제하는 상품이 됐습니다.

넷플릭스를 끊으면 화면이 꺼지듯이, 위고비를 끊으면 식욕이 켜집니다. 자본은 이제 당신의 의지가 아니라 당신의 호르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본주의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습니다.

미국에 살아봐야 보이는 진짜 미국. 뉴욕특파원 홍성용 기자가 직접 경험하고 해석한 미국의 돈 이야기. “미국 월세는 왜 이렇게 비싸고, 중고차는 어떻게 사며, 왜 신용크레딧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걸까?” 직접 체험한 미국살이의 모든 것을, 한국인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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