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떡 걸리면 하임리히법…눈에 기름 튀면 흐르는 물로 세척
화상 땐 흐르는 물로 식혀야
피부에 얼음 직접 대면 악화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자
명절 음식 섭취 때 주의해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즐거운 설 명절이지만, 긴 연휴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응급환자가 증가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기름진 음식을 과식해 급성 복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전과 튀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화상을 입는 사고도 잦다.
큰 일교차까지 겹치면 어르신들은 혈압이 급격히 오르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도 높아진다. 연휴 기간에는 의료기관 이용이 쉽지 않은 만큼 사소해 보이는 이상 증상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
연휴 기간에 응급실을 찾는 가장 흔한 원인은 소화기 질환이다. 전이나 갈비, 튀김 등 고열량 음식과 잦은 음주가 겹치면서 위장관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명절 음식은 평소 식단보다 열량이 2배 이상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 과식 후 더부룩함이나 속쓰림은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가벼운 소화불량은 금식과 충분한 수분 보충, 안정을 취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증이 지속되거나 반복적인 구토, 심한 복통이 동반된다면 단순 체기가 아닐 수 있다. 윤경성 강북삼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복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열이 나고 구토가 멈추지 않는다면 급성 담낭염이나 급성 췌장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윤 교수는 "명절이라고 해서 식사량과 식습관을 크게 바꾸기보다는 평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예방법"이라며 "음식은 조금씩 나눠 먹고 과음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명절 음식 준비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고가 화상이다. 전을 부치거나 튀김을 하다 뜨거운 기름이 튀는 경우가 많고 어린아이가 부엌에 드나들다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화상을 입었다면 무엇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윤 교수는 "화상 부위의 옷이나 장신구를 먼저 제거한 뒤 15도에서 20도 정도의 흐르는 물에 충분히 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10분 이상 식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화상 부위에 얼음이나 지나치게 차가운 물을 직접 대면 통증이 더 심해지거나 피부 손상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이물질이 눈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우선 눈을 비비지 말고 생리식염수나 흐르는 깨끗한 물로 충분히 세척한다. 황규연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눈을 문지르면 손상 부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며 "생리식염수나 깨끗한 물로 이물질과 열기를 제거한 뒤 냉찜질이나 인공눈물을 점안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화상 정도가 경미한 경우 단순 각막미란이나 각막찰과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에도 심한 눈 통증은 1~2일 지속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세척 이후에도 이물감이 계속된다면 손수건이나 수건으로 양쪽 눈을 함께 가린 뒤 안구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떡, 인절미, 갈비처럼 찰지고 질긴 음식은 기도를 막아 질식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기도 이물 폐쇄의 골든타임은 약 4분에 불과하다. 뇌 손상이 시작되기 전 신속한 조치가 생사를 가른다. 음식을 먹다 갑자기 말을 못 하거나 기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목을 감싸 쥐는 모습이 보이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윤 교수는 "즉시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환자의 뒤에서 허리를 감싸안고 한 손을 주먹 쥐어 엄지 쪽을 환자의 명치 끝에 대고 위쪽으로 강하게 밀어 올리는 하임리히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식이 저하되거나 쓰러질 경우 즉시 심폐소생술로 전환해야 한다. 가슴압박을 통해 이물질이 배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물질을 뱉어냈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강한 복부 압박으로 장기 손상이 생길 수 있고 미세한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응급실을 방문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김 교수는 "1세 이하 영아의 경우에는 성인처럼 복부를 밀어 올리는 하임리히법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며 "아이의 얼굴이 아래로 향하도록 안은 뒤 손바닥으로 어깨뼈 사이 등을 5회 정도 두드리고 이후 몸을 돌려 가슴 중앙을 5회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물질이 보이면 손가락을 입안 측면으로 넣어 바깥쪽으로 훑어내듯 제거하되 이물질이 보이지 않거나 깊숙이 위치해 있다면 억지로 건드리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식물로 인한 사고 못지않게 주의해야 할 점은 기후 변화에 따른 혈관 건강이다. 특히 겨울 명절은 기온이 낮고 실내외 온도 차가 커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기 쉬운데 이때 발생하는 심근경색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 중앙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다. 하지만 노인이나 당뇨 환자, 여성의 경우 명치 불편감이나 답답함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강지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 통증과 함께 식은땀, 호흡곤란이 동반되거나 통증이 턱, 어깨, 팔로 퍼진다면 지체 없이 119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 병의원 운영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겨울철 추위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의 감염 질환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특히 노인들은 폐렴이나 요로감염에 걸려도 젊은 층처럼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령층은 고열이나 기침과 같은 전형적인 반응 대신 식욕이 없거나 기력이 떨어지고 하루종일 잠만 자려고 하는 등 애매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며 "부모님의 상태가 평소와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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